November 25,2017

“아기 얼굴 마주보고 키워라”

영아 때 경험이 감각과 인지 발달에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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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들은 오랫 동안 사람과 다른 영장류는 얼굴을 인식할 수 있는 능력을 타고 난다고 생각했다. 출생 직후 우리의 뇌는 바로 얼굴을 알아볼 수 있다는 것.

미국 하버드의대 연구진이 이 견해를 반박하는 새로운 연구 결과를 내놨다.

신경생물학자인 마가렛 리빙스톤(Margaret Livingstone) 교수와 마이클 아카로(Michael Arcaro), 피터 셰이드(Peter Schade) 연구원 팀은 마카크 원숭이가 자라면서 일시적으로 얼굴을 보지 못하게 하는 실험을 통해, 얼굴 인식의 핵심 역할을 하는 뇌 영역은 오직 경험을 통해  형성되며, 얼굴을 보지 않고 자란 영장류는 그 영역이 결여돼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연구 결과는 과학저널 ‘네이처 신경과학’(Nature Neuroscience) 4일자에 실렸다.

아기들의 얼굴 인식 능력은 선천적으로 타고 나는 것이 아니라 경험으로 형성되는 것이란 연구가 나왔다.  Credit: Image: Getty Images

아기들의 얼굴 인식 능력은 선천적으로 타고 나는 것이 아니라 경험으로 형성되는 것이란 연구가 나왔다. Credit: Image: Getty Images

얼굴 인식 능력, 경험으로 형성돼

연구진은 이번 발견이 다른 얼굴들을 구별하지 못하거나 얼굴 보기를 매우 싫어하는 특징이 있는 자폐증을 포함해, 신경 발달 조건의 범위를 새롭게 조명해 준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릴 적 초기 경험이 정상적인 감각 및 인지 발달 형성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부각시킨 점이라고 과학자들은 보고 있다.

리빙스톤 교수는 진화적으로 인간과 매우 가깝고 인간의 두뇌 발달 연구 모델로 활용되는 마카크 원숭이가 출생 후 200일이 되면 ‘측두엽의 윗 고랑’(superior temporal sulcus)으로 불리는 뇌 영역에 얼굴을 인식하는 뉴런 군이 형성된다고 설명했다. 이 뇌 영역 혹은 뇌 부위의 상대적 위치는 영장류 종을 통틀어 유사하다.

이 지식은 유아가 발달 초기 얼굴을 우선적으로 추적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사실과 맞물려 ‘얼굴 인식은 선천적’이란 오랜 믿음을 갖게 했다는 게 리빙스톤 교수의 지적이다. 그러나 인간과 영장류는 오랜 진화 과정을 통해 처음 보는 건물이나 텍스트와 같은 시각적 자극에 반응하는 뇌 영역을 발달시켜왔다. 이 후자의 관점에서 보면 안면 인식이 선천적이란 이론은 잘못된 것이다.

연구팀은 갓난 아기들과 (자주 눈을 맞추고 )얼굴을 마주 보며 키우면 자폐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Credit : Pixabay

연구팀은 갓난 아기들과 (자주 눈을 맞추고 )얼굴을 마주 보며 키우면 자폐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Credit : Pixabay

얼굴 못 보고 큰 원숭이 자라서 얼굴 인식 못해

얼굴 인식의 기초를 더욱 잘 이해하기 위해 리빙스톤 교수는 아카로 박사후 과정 연구원과 연구 조수인 셰이드와 함께 원숭이 두 그룹을 키워 조사했다. 대조 그룹인 한 그룹은 전형적인 유아 양육을 했다. 영아 초기 어미와 함께 지내게 하고, 이어 다른 또래 원숭이 및 보육사와도 시간을 보내도록 했다.

이에 비해 다른 그룹은 보육사가 얼굴을 가린 마스크를 쓴 채 병에 든 먹이를 주고, 놀아주거나 껴안아주며 키웠다. 생후 첫 1년 간 이 원숭이들에게는 인간이나 다른 동물의 얼굴을 보여주지 않았다. 실험이 끝나고 두 번째 그룹의 모든 원숭이들은 다른 원숭이들과 함께 같은 사회집단에 합류시켜 인간과 다른 원숭이들의 얼굴을 볼 수 있도록 했다.

연구팀은 두 그룹의 원숭이들이 모두 생후 200일이 되었을 때 기능성 MRI를 사용해 뇌의 영상을 살펴보고 얼굴을 인식하는 부위와 손이나 물건, 장면, 신체 등을 인식하는 다른 특정 부위를 측정했다.

그 결과 전형적인 양육을 한 원숭이들은 각각의 범주에 해당하는 뇌에 일관된 ‘인지(recognition)’ 영역을 가지고 있었다. 이에 비해 전혀 얼굴을 보지 못하고 자란 원숭이들은 얼굴을 제외한 모든 범주와 관련된 뇌 영역이 발달돼 있었다.

또 연구팀이 두 그룹에 인간과 원숭이들의 사진을 보여주자, 예상했던 대로 전형적으로 키워진 대조군은 우선적으로 사진에 있는 얼굴을 먼저 주시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얼굴을 보지 못하고 자란 원숭이들은 손을 먼저 쳐다 보았다. 리빙스톤 교수는 이들 원숭이 뇌에서는 손을 인지하는 영역이 다른 영역에 비해 불균형적으로 커져있었다고 전했다.

연구를 수행한 미국 하버드의대 신경과학자팀. 왼쪽부터 마이클 아카로 박사후 과정연구원, 마가렛 리빙스톤 교수, 피터 셰이드 연구원. Credit : Livingston Lab / Miami Univ.

연구를 수행한 미국 하버드의대 신경과학자팀. 왼쪽부터 마이클 아카로 박사후 과정연구원, 마가렛 리빙스톤 교수, 피터 셰이드 연구원. Credit : Livingston Lab / Harvard Univ.

영아 얼굴 마주보고 키우면 자폐 예방에 도움

이번 발견은 감각 박탈이 뇌가 연결되는 방식에 선택적 효과를 미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리빙스톤 교수는 뇌는 개인들이 종종 보는 사물을 잘 인식하지만 전혀 보지 못했거나 드물게 보는 사물들은 잘 인식하지 못 한다며, “우리가 보는 것은 그 대상을 인지할 수 있도록 뇌 기구에 설치(installing)를 마친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이러한 뇌 영역의 정상적인 발달은 다양한 뇌 관련 질환을 설명하는 열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장애 중 하나로 발달성 얼굴인식불능증(prosopagnosia)을 들 수 있다. 이 질병은 뇌의 얼굴 인식 기구가 정상적으로 발달되지 못해 가족들은 물론 자신의 얼굴조차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선천적 결함이다.

리빙스톤 교수는 이와 마찬가지로 자폐증이 있는 사람들에게서 나타나는 사회적 결함 중 일부는 얼굴을 바라보는 경험이 부족한 데서 나타나는 부작용이라고 말했다. 자폐증 어린이들은 대체로 얼굴 마주 보기를 피하는 경향이 있다. 연구팀은 이번 발견이 아기들에게 엄마나 가족들의 얼굴을 일찍 노출시키면 발달 초기에 그런 경험 부족으로 인해 생기는 사회적 결함을 피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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