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tember 23,2017

건축물이 자연을 닮아가야 하는 이유

자연에서 해법 찾는 건축과 예술

FacebookTwitter

거대한 찌르레기 떼는 지휘자 없이도 대열을 맞춰 하늘 위를 날아오른다. 시시각각 뭉쳤다 흩어졌다 거대한 군무를 하늘 위에 그리지만 부딪쳐 떨어지는 새는 없다. 열대어 떼도 마찬가지이다. 거대한 군집을 이루며 바다를 누비다 포식자가 나타나면 뭉쳤다 흩어짐을 반복하지만 그들은 충돌하지 않는다.

자연에는 패턴이 있다. 무작위로 만들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과학적이다. 인간은 어떨까. 인간은 기능성을 추구한다. 필요한 부분을 조합해 합친다. 그러다보니 우리는 모두 바둑 판 같은 도시에 획일화 된 디자인의 아파트에 살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자연의 법칙에 건축과 예술의 묘미가 숨어 있어

첨단 과학기술과 디지털 혁신이 만들어내는 미래에 우리는 어떤 구조물에서 살게 될까. 지금과는 달라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축가들이 늘고 있다.

거대한 새 떼는 지휘자 없이도 일정한 패턴을 그리며 군집활동을 한다. 한양대 이대송 교수는 새 떼를 가르키며 자연에서 나타나는 형태의 미학을 설명하고 있다. ⓒ김은영/ ScienceTimes

거대한 새 떼는 지휘자 없이도 일정한 패턴을 그리며 군집활동을 한다. 한양대 이대송 교수는 새 떼를 가르키며 자연에서 나타나는 형태의 미학을 설명하고 있다. ⓒ김은영/ ScienceTimes

설치작가이며 건축가인 이대송 한양대학교 교수도 그런 사람 중 하나이다. 그는 건축물과 조형물의 포맷을 자연의 형태에서 찾아내려고 했다.

이 교수는 24일 서울 논현동 플랫폼-엘 컨템포러리 아트센터에서 열린 ‘Art-Architecture-Digital twin Converge 2017’에서 “자연에서 해법을 찾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흰 개미집을 사례로 들었다. 건축가들은 아프리카에 주로 서식하는 흰개미들의 집을 보고 감탄을 한다고 한다. 외부 온도가 50도에 육박하는 더운 날씨에도 흰개미들의 집 안 내부 온도는 30도 정도를 유지하기 때문인데, 흰개미들은 엄청난 양의 산소를 소비하고 이산화탄소와 열을 배출하면서도 집으로 들어온 공기는 위로 빠져나가게 하는 통풍 구조로 집을 만들어 적정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한다.

흰개미 집처럼 통풍 구조를 만든다면 ‘에어컨 없는 건물’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그는 흰개미집에 석고를 부어 3D 프린터로 다시 구현을 해보았다. 흰개미는 이동할 수 있는 거리의 재료만을 가지고도 환경적으로 가장 우수한 건축물을 만들어낸다. 그들은 보일러와 에어컨을, 수입 자재를 사용하지 않고도 바람과 압력을 이용해 모래라는 단일한 재료만으로 인간의 그 어떤 건축물보다 더 훌륭한 구조물을 만들어낸다.

새 떼들의 이동을 봐도 경이롭다. 엄청난 수의 새들이 충돌하지 않고 자신의 대열을 유지하며 움직인다. 인간은 시그널을 주고 규칙을 만들어도 교차로에서 항상 충돌사고를 낸다.

이 교수는 “새 떼 뿐만이 아니다. 자연에는 다양한 패턴과 일정한 형태가 있다”며 “자연은 물리적 수학적 사회적 형태를 만들어낸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며 자신이 자연에서 형태를 찾게 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머리카락 뭉치, 꽃잎의 표피, 눈의 결정 등 자연에서 배운다

이 교수는 자연에서 찾을 수 있는 전략을 ‘어렌지먼트’(arrangement)라고 정의했다. 즉 어떻게 배열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하지만 인간은 그동안 ‘어셈블리’(assembly) 전략을 고수해왔다. 그가 말하는 ‘어셈블리’란 원하는 것을 기능적으로 조합하는 형태이다.

이 날 행사에는 경일대 한경희 교수, 노일훈 작가 등 예술과 건축이 디지털 기술과 융합된 사례들이 학술적으로 소개되었다. ⓒ 김은영/ ScienceTimes

이 날 행사에는 경일대 한경희 교수, 노일훈 작가 등 예술과 건축이 디지털 기술과 융합된 사례들이 학술적으로 소개되었다. ⓒ 김은영/ ScienceTimes

이 교수는 “그간 인간의 건축물과 구조물들은 기능적인 요소들을 ‘짜 맞추기’ 형태로 발전되어 왔다”고 설명했다. 농장이 필요하면 1층에는 농장을 만들고 사무실이 필요하면 2층에 사무실을 만드는 식이다.

이 교수는 “원하는 기능을 컨바인, 즉 합치는 형태로 기계적인 결합을 시도해왔다. 기계적 결합이 도시에 가장 잘 부합 된다”며 인간과 자연이 만들어내는 건축물의 차이를 설명했다.

빡빡한 현대 도시 사회에서 공간의 여유를 추구하고자 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현대인들은 힐링을 위해 자연을 찾아 떠난다. 자연은 공간의 풍요로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자연이 가진 공간의 풍요로움이 ’비균질성’에서 나온다고 봤다. 시간과 바람이 지나가는 것에 따라 자연 환경에서는 새로운 형태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이를 연구하고 구현하기 위해 독일로 떠났다.

그는 중력 하에서 어떻게 힘이 가장 최적화되어 움직이는지를 연구하고 전기나 다른 장치나 힘의 유입 없이 재료 자체를 어떻게 배열하는가에 따라 달라지는 구조물을 연구했다.

그는 아침에는 열리고 오후에는 닫히는 구조 혹은 물을 뿌리면 닫히고 마르면 열리는 형태를 가진 구조물을 연구했다. 결국 전기나 다른 장치 없이 재료 자체로 비가 오면 닫히고 날이 좋으면 다시 열리는 구조물을 만들었다.

머리를 감을 때 나온 머리카락 덩어리도 연구 대상이다. 이 교수가 머리카락의 패턴을 연구한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 김은영/ ScienceTimes

머리를 감을 때 나온 머리카락 덩어리도 연구 대상이다. 이 교수가 머리카락의 패턴을 연구한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 김은영/ ScienceTimes

젓가락 같은 모양의 나무틀을 가지고 50m 갈대밭을 가로지르는 다리도 만들었다. 높이를 갈대 높이와 맞춰 갈대밭 사이를 걷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석양이 지는 각도를 고려해 해가 지는 시간에 정확히 다리 위에 빛이 머물 수 있도록 설계하기도 했다.

자연은 그에게 수많은 영감을 주었다. 수많은 꽃잎이 붙어있는 꽃들의 표피를 늘렸다가 줄이면서 그 형태를 건축물로 옮겼다. 머리를 감고 난 후에 빠지는 머리카락 뭉치의 패턴을 연구해 구조물로 만드는 작업도 시행했다.

하늘에서 내리는 눈도 연구 과제이다. 눈의 종류가 너무 많고 형태도 전부 다르기 때문이다.

그는 “눈의 형태가 다른 것은 분자 레벨에서 어떻게 배열되는가에 달렸다. 자연의 형태를 우리가 계속 연구하는 것은 자연에 인간의 삶을 최적화 할 수 있는 과학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의견달기(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