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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김준래 객원기자
2017-08-11

건강하고 싶다면 ‘바디버든’ 줄여라 체내 유해 화학물질의 총량… 식생활 개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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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사건에서 보듯이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는 유해 화학물질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 우리가 미처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이들 물질은 공기나 음식으로 체내에 유입되어 차곡차곡 쌓여 가는데, 이렇게 쌓여 있는 유해 화학물질의 총량을 바디버든(Body Burden)이라 한다.

식품과 화장품, 그리고 생활용품에 들어있는 유해 화학물질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다 ⓒ bodyunburdened.com
식품과 화장품, 그리고 생활용품에 들어있는 유해 화학물질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다 ⓒ bodyunburdened.com

몸속에 들어온 유해 화학물질들은 대부분 몸 밖으로 배출되지만, 그렇지 않고 쌓이는 경우도 있다. 한 가지 물질만 놓고 보면 그리 우려할 만한 양은 아니지만, 오랜 시간에 걸쳐 수많은 종류의 물질이 체내에 쌓인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바디버든이란 이렇게 몸속에 들어와 쌓인 유해 물질들의 총량을 가리키는 말인데, 문제는 이런 물질들이 단순히 체내에 쌓이는 것만으로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원활한 신진대사를 방해하거나 해당 물질들이 주변 세포에 영향을 주어 각종 질병을 일으키고 있다.

바디버든은 몸속에 들어와 쌓인 유해 물질들의 총량

바디버든의 심각성은 최근 국회에서 발의된 ‘바디버든 법’의 취지를 살펴보면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다. 환경성 질환의 발생 또는 유해 화학물질로 인한 건강피해가 우려되거나 의심되는 경우 어린이의 건강진단 및 진료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일명 ‘바디버든 법’이 발의된 것.

이 법안을 발의한 의원은 “유해 화학물질로 인해 의심되는 질환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도록, 법안이 통과되어 체계적인 진료와 사후조치가 가능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같은 법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에 따르면 2010년 이후 최근까지 만 19세 이하의 어린이나 청소년이 환경유해인자로 추정되는 물질로 인해 질병이나 질환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성조숙증의 경우 2010년에 2만 8251명에 불과했던 환자수가 2016년에는 무려 3배가 넘는 8만 6352명으로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유해물질들이 아이에게도 대물림 될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 bodyunburdened.com
유해물질들이 아이에게도 대물림 될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 bodyunburdened.com

유해물질에 대한 심각성을 우리보다 일찍 깨달은 미국의 조사 결과는 이보다 좀 더 충격적이다. 지난 2004년 미국의 비영리 환경문제 연구단체인 환경워킹그룹이 신생아 10명의 제대혈을 조사한 결과 약 290여종의 유해 화학물질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당시 조사에 참여했던 워킹그룹의 관계자는 “이들 화학물질의 발견이 심각했던 것은 대부분이 암을 유발하거나 발달장애를 일으키는 물질들이었기 때문”이라고 밝히며 “아마도 산모의 몸에 누적되었던 유해물질들이 아이에게 대물림 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추정했다.

이 관계자는 산모의 모발과 소변에서 수은과 납, 그리고 카드뮴 등의 중금속들이 검출됐던 사실들을 추가로 공개하며 “이런 현상은 산모의 잘못도, 아이의 잘못도 아니라 그냥 유해 화학물질에 포위되어 살고 있는 우리세대에게 일어나고 있는 비극이자 다가오는 암울한 미래에 대한 경고”라고 강조했다.

신체 저항력 키우고 대사능력만 높여도 바디버든 감소

유해 화학물질들이 체내에 들어오는 방법은 은밀하지만, 그렇다고 미처 생각지 못한 경로로 들어오는 것은 아니다. 이미 대부분 알고 있는 경로들인 음식과 호흡, 그리고 피부를 통해 체내로 들어온다.

음식이라는 경로를 통해 들어오는 유해물질은 합성 화학물질로 만들어진 식품첨가물이나 농약이 묻어 있는 채소, 또는 항생제가 다량 들어간 약품으로 사육된 육류 등이 대표적이다.

반면에 호흡이라는 경로를 통해 폐로 전해지는 유해물질로는 다이옥신이 포함되어 있는 자동차 배기가스나 1급 발암물질로 알려져 있는 석면, 또는 포름알데히드가 포함되어 있는 건축자재 등을 꼽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피부를 통해 흡수되는 유해물질로는 합성계면활성제를 사용하는 합성세제와 유화제를 첨부한 화장품 등이 대표적이고, 이 외에도 환경호르몬이 들어있는 플라스틱 재질의 장난감 등을 들 수 있다.

그렇다면 이들 바디버든을 줄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바디버든을 완전히 제로로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이를 차츰차츰 줄여나가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강조한다.

바디버든을 줄이기 위한 실천요강을 하루속히 수행해야 한다 ⓒ bodyunburdened.com
바디버든을 줄이기 위한 실천요강을 하루속히 수행해야 한다 ⓒ bodyunburdened.com

예를 들면 평소에 자주 사용하던 화학제품을 친환경 제품으로 바꾸거나, 채소 위주의 유기농 식사를 하는 것만으로도 환경호르몬의 위험수준을 상당수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이 외에도 제품을 구매했을 때, 이를 본격적으로 먹거나 사용하기 전에 포함되어 있는 성분들을 꼼꼼히 점검하면서 유해 화학물질들이 들어있는지를 파악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한편 체내에 쌓여 있는 유해물질이라도 신체 저항력을 키우고, 대사능력을 높인다면 이를 배출할 수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식생활 개선이 필수적이다. 만약 신체 저항력을 높이고 싶다면 비타민을 챙겨먹고, 몸 밖으로 배출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기를 바란다면 식이섬유를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찍부터 바디버든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고 구체적으로 실천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 유럽에서는 유럽화학물질관리규정(REACH)을 통해 바디버든을 줄이기 위한 실천요강을 다음과 같이 규정해 놓고 있다.

핵심적인 실천요강으로는 △플라스틱 제품 사용을 줄일 것 △가급적 유기농 식품을 먹을 것 △개인 위생용품 사용 시 화학성분이 들어 있지 않은 것으로 바꿀 것 △집안을 자주 청소하면서 공기질을 개선할 것 등이다.

김준래 객원기자
stimes@naver.com
저작권자 2017-08-1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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