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y 26,2017

‘전후좌우’ 움직이는 엘리베이터

도시화와 건물 고층화의 새로운 대안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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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판타지 영화 중 하나인 ‘찰리와 초콜릿 공장(charlie and the chocolate factory)’에서는 신기한 물건들이 많이 나오지만, 그 중에서도 영화 말미에 등장하는 엘리베이터의 기상천외한 움직임은 그야말로 압권이다.

투명 엘리베이터가 하늘을 날고 있다 ⓒ 찰리와 초콜릿 공장 공식 홈페이지

투명 엘리베이터가 하늘을 날고 있다 ⓒ 찰리와 초콜릿 공장 공식 홈페이지

유리처럼 투명한 재질로 이루어진 엘리베이터는 처음에는 수직은 물론 수평으로도 움직이다가 나중에는 천장을 뚫고 하늘로 날아가는 장면을 보여준다. 아직은 판타지 영화에서나 가능한 모습들이지만, 하늘을 나는 장면 외에 전후좌우로 움직이는 엘리베이터의 모습은 조만간 현실에서도 등장할 것으로 보여 주목을 끌고 있다.

첨단기술 전문 매체인 뉴아틀라스(newatlas)는 독일의 엘리베이터 전문 기업이 수직으로만 움직일 수 있는 현재의 엘리베이터를 전후좌우로도 움직일 수 있는 신개념의 엘리베이터로 개조하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상용화에 성공한다면 고층 빌딩 건설을 기반으로 한 도시 조성에 있어 일대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관련 기사 링크)

도시화와 건물 고층화에 있어 새로운 대안 제시

신개념 엘리베이터를 개발 중인인 독일 기업은 티센크루프(ThyssenKrupp)社다. 유서깊은 엘리베이터 전문 기업인 이 회사는 최근 독일의 로트바일 테스트타워에서 전 세계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멀티(MULTI)’라는 이름의 신개념 엘리베이터를 선보였다.

멀티가 설치된 로트바일 테스트타워는 높이 246m로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엘리베이터 테스트 타워다. 이 타워는 총 12개의 승강로가 갖춰져 있고, 최대 속도 초속 18m까지 테스트를 할 수 있도록 각종 첨단장비들로 이루어져 있다.

티센크루프社는 이곳에 약 500억 원이 넘는 금액을 투자하여 엘리베이터 전문 연구개발 중심 기지를 설립했는데, 이번 시연회를 위해 멀티를 3개의 승강로에 설치했다.

이 날 행사에서 최고경영자인 ‘안드레아스 쉬어렌벡(Andreas Schierenbeck)’ CEO는 “엘리베이터가 발명된 지 160여년 만에 기존 형태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제품을 선보일 수 있게 되어 흥분된다”라고 말하며 “앞으로 멀티가 전 세계의 도시화와 건물의 고층화에 새로운 대안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운전 중인 프로토타입의 멀티 엘리베이터 ⓒ ThyssenKrupp

시운전 중인 프로토타입의 멀티 엘리베이터 ⓒ ThyssenKrupp

티센크루프社가 신개념 엘리베이터에 대한 컨셉을 공개한 것은 지난 2014년의 일이다. 공개했을 때만 해도 업계는 실현가능성을 의심했지만, 3년만에 시제품을 선보이면서 그동안의 논란을 일축했다.

시연 행사를 무난하게 마친 티센크루프社는 멀티 엘리베이터가 앞으로 전 세계 건축 설계자들에게 새로운 형태의 건물 아이디어를 제공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이날 행사에 참석한 세계초고층도시건축학회의 ‘안토니 우드(Antoni Wood)’ 이사는 “멀티 엘리베이터의 등장이 지금까지의 고층건물 설계 방식을 바꾸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예측하며 “특히 건물과 건물 간의 연결성 향상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티센크루프社의 발표에 따르면 멀티가 정식으로 판매되어 정식으로 설치되는 건물은 오는 2020년에 완공되는 베를린의 ‘이스트사이드 타워(East Side Tower)’인 것으로 알려졌다.

승강 공간의 대폭 축소를 통해 효율적 건물 운영 가능

기존 엘리베이터의 운행 방식은 하나의 승강로에 오직 한 개의 엘리베이터만 다닐 수 있다. 이런 방식은 층수가 낮은 건물에서는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지만, 층수가 높아질수록 비효율적인 구조가 될 수밖에 없다.

가령 엘리베이터가 7층에 서 있을 경우, 1층에 있는 승객이 엘리베이터를 타려면 내려올 때까지 기다려야만 한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여러 개의 엘리베이터를 설치하여 1층과 가까운 층에 있는 엘리베이터를 내려오게 하는 것이다.

반면에 멀티는 기존 엘리베이터처럼 케이블로 오르내리는 것이 아니라 모터를 장착하여 자기부상열차 방식으로 움직인다. 엘리베이터가 다니는 승강로를 마치 기차의 레일처럼 활용하기 때문에 상하는 물론 좌우로도 움직일 수 있다.

이 같은 방식에 대해 티센크루프社의 관계자는 “케이블 없는 엘리베이터는 승객 규모에 다라 엘리베이터 통로 하나에 여러 대의 엘리베이터를 운영할 수 있다”라고 소개하며 “따라서 건물에서 엘리베이터가 차지하는 공간은 최대 절반까지 줄일 수 있다”라고 밝혔다.

고층 건물에서 전후좌우로 움직이고 있는 멀티 엘리베이터의 가상도 ⓒ ThyssenKrupp

고층 건물에서 전후좌우로 움직이고 있는 멀티 엘리베이터의 가상도 ⓒ ThyssenKrupp

예를 들어 과거에는 10대의 엘리베이터를 운행하기 위해서는 모두 10개의 승강로가 필요했다. 그러나 멀티 엘리베이터는 서로 연결된 두 개의 통로만 있으면 10대의 엘리베이터를 운용하는 것과 맞먹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 티센크루프 측의 생각이다.

이는 엘리베이터 사용공간이 엄청나게 감소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그만큼의 공간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여 효율성을 높이거나 건축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한 자기력을 이용하면 속도도 케이블 보다 훨씬 빨라지게 되고, 제동시스템도 다단 방식으로 바뀌어지기 때문에 모든 승객의 엘리베이터 대기 시간은 아무리 오래 기다린다 해도 15~30초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

티센크루프社의 관계자는 “예상대로 개발이 된다면 멀티가 기존 엘리베이터보다 수송능력은 50% 증가하는 반면에, 에너지 소비량은 60% 정도 감소시킬 것”이라고 예측하며 “다만 성공적인 상용화를 위해서는 일반적인 고장 상황 뿐만 아니라 정전이나 지진, 또는 화재 등의 비상 상황에 어떻게 대처할 지를 확실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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