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y 26,2017

아날로그 기술의 부흥이 시작됐다

과학서평 / 아나로그의 반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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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에서 반격이 없으면 얼마나 재미없는 승부가 될까? 처음부터 끝까지 한 쪽이 일방적으로 몰고가는 게임 만큼 시시한 것도 없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댄다는 말이나 야구는 9회말 2아웃부터라는 말이나 끝날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는 말이 다 이같은 심리를 반영한다.

그렇다면, 문명에서는 어떨까? 비슷한 상황이 지금 벌어지고 있다. 수십년동안 문명의 화두는 디지털이었다. 모든 것은 수치로 변한다. 0과1의 2진수로 변환한 정보와 수치와 그리고 정보전달 수단을 한 마디로 말하면 디지털이다.

디지털의 편리함과 인간의 압도적인 지원을 업고 마치 징기스칸이 세계정복에 나서든 알렉산더 대왕이 세계지도를 바꾸듯 디지털은 온 세계를 휩쓸었다.

숨 한번 크게 쉬지 못하고 죽어지내던 아날로그, 과연 아날로그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데이비드 색스 지음, 박상현 이승연 옮김 / 어크로스 값 16,800원  ⓒ ScienceTimes

데이비드 색스 지음, 박상현 이승연 옮김 / 어크로스 값 16,800원

‘아날로그의 반격’(The revenge of Analog)은 퇴물 취급받던 아날로그의 끈질긴 생명력을 다룬 책이다. 많은 사람들이  ‘나올 때가 됐는데’ 생각했던 그런 책이다. 반격이라고 순화시켰지만, 원래 제목은 ‘복수’이다. 복수의 칼날을 가는 ‘아날로그 무사’ 정도의 느낌이 난다.

LP 레코드 판의 뚜렷한 부흥    

그리고 첫 번째 무사로 등장한 것은 바로 LP판이다. 음악을 담아두는 수단은 LP를 거쳐 카세트 테이프와 CD MP3를 거쳐 지금은 모두 다 디지털로 바뀌었다. 디지털은 스마트폰에, 컴퓨터에, 아이팟 등에 보이지 않는 형태로 스며들었다.

그러나 최근 음악애호가들의 LP를 찾는 경향은 아주 뚜렷해지면서 젊은이들이 오히려 더 열광하는 패션으로 변했다.

미국에서 레코드는 1973년 싱글앨범 2억2800만장이 나가고, 음반은 1978년 3억4100만장이 팔려 최고점을 찍은뒤 급속하게 떨어졌다. LP의 최저점은 1993년으로 겨우 30만장이 나갔으니 1/760로 완전히 쪼그라 들었다. 이제는 완전히 자리를 감췄어야 할 LP는 디지털 혁명이 완성될즈음에 사회적으로 광범위한 르네상스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미국음반산업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 LP판매량은 2007년 99만장에서 2015년 1200만장으로 늘었다. 연간성장률은 20%에 달한다. 전체 음악판매수입의 25%에 근접한다.

캐나다의 저널리스트이자 논픽션 작가인 데이비드 색스(David Sax)는 원인으로 LP레코드가 한 번도 판매를 멈춘적이 없음을 들었다. 이미 나와 돌아다니면서 판매가 이뤄졌다. 두 번째 이유는 디지털이 도와줬다. 이베이 아마존 등 디지털 플랫폼을 이용해서 애호가들은 손쉽게 전세계를 대상으로 레코드를 수집할 수 있었다.

물론 저자는 더 중요한 원인을 문화적인 요인에서 찾는다. 단점으로 여겨졌던 것이 이제는 장점이 되었다는 점이다. LP레코드 판을 들으려면 턴테이블과 앰프를 작동시켜야 하고, 판을 들어 옮겨야 하며 턴테이블의 바늘을 조심스럽게 트랙에 옮겨놓아야 한다. 때때로 먼지를 털어내기 위해 훅~하고 입으로 바람을 만들어 불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이용자들은 손, 발, 눈, 귀 그리고 때때로 입을 사용한다. 인간이 가진 많은 물리적 기능을 사용하도록 한다. 판이 튀거나 지지직 소리가 나는 것은 레코드의 연륜을 보여주는 것일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LP의 부활은 흘러간 노땅들의 추억쌓기일까? 그렇지 않다. 태어나자마자 디지털에 익숙했던 젊은이들이 오히려 LP판으로 몰려들고, 레코드 판매점포가 늘어나는 것을 보고 저자는 아날로그 레코드의 부흥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2015년 영국에서 LP레코드판 구매자의 절반 이상이 25세미만이었다는 연구결과를 제시했다.

같은 맥락으로 되살아나는 두 번째 아날로그 무사로 저자는 종이를 들었다. 1931년에 처음 나온 LP에 비하면, 종이야 말로 아날로그의 대표중의 대표가 아닐까. PC등 디지털 기기가 확산되면서 ‘종이없는 사무실’을 만들자며 책상위에 널려있던 종이와 책을 애써 안보이는 책장 속으로 숨겼던 기억이 있다.

그렇지만 종이야말로 가장 오래된 제품의 새로운 미래를 보여준다. 그리고 종이의 부흥을 이끈 대표적인 기업으로 저자는 종이로 된 노트(전자 노트북이 아니고)로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한 몰스킨의 성공과정을 자세히 기술했다. 몰스킨은 수익성있는 상장회사로 성장했고 연매출은 1억유로에 이른다.

젊은이들이 아날로그에 더 열광    

종이 노트의 좋은 점은 상상력을 키워준다는 점이다. 정해진 룰에 따르지 않고 사람이 제멋대로 활용할 수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종이노트는 전원이 필요없고, 부팅시간이 들어가지 않으며, 동기화도 없다. 갈수록 상상력이 필요해지는 지금 시대에, ‘표준화’라는 기계매뉴얼은 상상력을 시들게 할 수 있다.

아날로그 복수팀에 들어있는 무사들의 이름은 필름, 보드게임, 인쇄물, 오프라인매장, 일, 학교, 실리콘밸리 등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질문은 아날로그의 반격이 일시적인 유행이냐, 생명력있는 문화현상이냐 이다. 저자는 지속력있게 벌어지는 트렌드로 본다. 왜냐하면 디지털이 잘 할 수 없는 부분을 아날로그는 확실하게 채워주기 때문이다.

아날로그 검객과 디지털 검객이 1:1로 만나면 누가 승리할까? 비유가 적절한지는 모르겠다. e북의 성장률은 30%수준에서 멈췄다. 사람들은 설명하지 않아도 안다. 종이를 넘기면서 읽는 책의 느낌과 모니터를 스크롤하면서 보는 전자책의 느낌과 체험감각은 달라도 엄청 다르다는 것을.

최소한 이 종목에서만큼은 아날로그 검객의 승리라고 판정해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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