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tember 20,2017

이스라엘 창업 신화, 인력난에 ‘휘청’

교육제도 개편, 해외인력 영입 등 자구책 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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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펜실베이니아 대학 출신의 소프트웨어 개발자 알렉세이 칼리모프(Alexey Chalimov)는 이스라엘에 이스턴 피크(Eastern Peak)를 설립했다. 기업 등을 대상으로 소프트웨어 컨설팅, 개발 대행을 해주는 회사였다.

그러나 문제가 발생했다. 이스라엘 현지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을 수행할 수 있는 개발자를 구할 수 없었다. 고민하던 그는 우크라이나로 달려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120명의 모바일 앱과 웹 플래폼 개발자를 채용할 수 있었다.

그는 최근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수년 간 이스라엘에서 활동해오면서 소프트웨어 전문 인력 때문에 큰 고생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밖에서 전문 인력을 고용해야 했는데 그로 인해 많은 비용을 부담해야 했다는 것.

창업의 나라 이스라엘이 과학기술 전문인력 부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부족한 인력을 대체하기 위해 해외에서 전문인력을 대거 영입하고 있는 중이다.  ⓒben-gurion university

창업의 나라 이스라엘이 과학기술 전문인력 부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부족한 인력을 대체하기 위해 해외에서 전문인력을 대거 영입하고 있는 중이다. 사진은 벤구리온 대학의 교정.  ⓒben-gurion university

2005년 이후 기술인력 배출 급격한 감소세  

이스라엘은 스타트업의 나라다. 그동안 이스라엘의 산업은 이 스타트업을 기반으로 발전해왔다. 실제로 수출의 절반을 스타트업이 담당하고 있다. 경제적으로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14%의 경제가 스타트업을 통해 창출되고 있다.

그러나 이스턴 피크 사례에서 보듯 이스라엘 내에서 발생하고 있는 심각한 기술인력난은 향후 세계를 상대로 한 첨단 기술경쟁에서 이스라엘이 지금까지의 확고한 리더 위치를 고수하기 힘들다는 사실을 예고하고 있다.

정부도 이런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혁신청 관계자는 26일 ‘벤처 비트’와의 인터뷰룰 통해 “오는 2020년대에는 14만 명의 엔지니어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지금과 같은 상태가 지속될 경우 심각한 인력난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의 인력난은 최근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국제 경쟁력 지수(Global Competitiveness Index)에서 드러나고 있다. 이스라엘에서 손쉽게 인력을 고용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는 첨단기술인력 고용지수 랭킹이 6단계나 하락했다.

인력난으로 인해 가장 큰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은 5000여 개의 스타트업 들이다. 이들 기업들은 그동안 구글, MS, 애플 등이 개설한 기술개발 센터에서 기술경쟁을 벌여왔고, 또한 세계를 놀라게 하는 혁신 기술을 공급해왔다.

그러나 인력난이 가중되면서 그 힘을 잃고 있다. 인력부족 사태의 가장 큰 이유는 높은 임금이다. 혁신청 노아 아케르(Noa Acker) 국장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 이스라엘 엔지니어들이 너무 비싼 급료를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이스라엘에 들어와 있는 많은 기업들이 이스라엘인 채용을 기피하고 결과적으로 신규 채용이 줄어들면서 스타트업 활동이 침체되고 결과적으로 지속적으로 공급돼야 할 높은 수준의 혁신 사례가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등 유럽 인재들 대거 영입 중    

실제로 최근 수년 간 과거 인기를 끌었던 이공계 대학 졸업생 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중이다. 특히 2005년 컴퓨터과학, 수학, 통계학 등 첨단 산업이 필요로 하는 전문 분야 대학 졸업자는 3000명에 달하는 등 정점을 찍고 있었다.

그러나 불과 3년 후인 2008년 들어 절반 수준인 1600명으로 감소했다. 이후 이전 상태를 회복하지 못한 채 계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중이다. 관계자들은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원인으로 부실한 교육 시스템을 지목하고 있다.

특히 초·중등학교에서 높은 수준의 컴퓨터, 수학 등을 가르칠 수 있는 교사가 턱없이 부족해 학생들이 관련 분야를 지망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벤구리온 대학의 이파트 투르비네르(Yifat Turbiner) 교수는 “심지어 컴퓨터실이 없는 학교들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교육예산이다. “의회, 정부 등을 통해 관련 교육 예산이 계속 삭감돼 왔다”고 말했다. “그 결과 소프트웨어 교육 등의 질이 낮아지고 관련 분야를 지망하는 전문 인력이 줄어들면서 지금 국가 산업이 큰 고통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인력난 문제가 국가 문제로 부상하면서 이스라엘 교육부는 최근 수학·과학 교육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내놓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투르비네르 교수는 “어린 인재들을 양성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교사를 양성하기 위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기적인 계획으로 초정통파(ultra-Orthodox) 유대인과 인근 아랍 민족들로부터 인재를 수혈받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이들 양 진영은 심각한 반목 속에 심각한 충돌을 야기해왔다. 그러나 양측의 화해를 통해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군부대 내에서 선발된 인력을 대상으로 고도의 수학·과학 전문 교육을 시키는 탈피 요트 프로그램 역시 대폭 강화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특별한 학위가 없더라도 재능이 확인되면 18개월 동안 기술교육을 실시하는 ‘부트 캠프(Boot Camps)’ 등을 진행하고 있다.

해외로부터의 인재 영입을 위해 비자 발급 체계를 전면 개편했다. 특히 이스라엘에서 과학과 엔지니어링을 배우기를 원하는 젊은이들, 그리고 입국을 원하는 전문 엔지니어 등을 대상으로 ‘전문가 비자’를 신설하는 등 문호를 대폭 개방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스라엘의 인구, 지역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와 적절한 협력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우크라이나에 100개 기술개발센터를 설립하고, 그곳으로부터 수학·과학 인재들을 대거 영입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과거 소비에트 연방 국가들처럼 이공계 교육에 강점을 갖고 있는 나라다. 특히 IT 분야의 인재들이 매년 2만여 명 배출되고 있는 나라다. 이스라엘 스타트업들은 부족한 인력을 우크라이나에서 영입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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