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tober 22,2017

고양이를 사랑했던 이집트인들

유전자분석 통해 애완동물 진화과정 밝혀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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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1950년 경 이집트 카이로 시 남쪽 250km 지점에 있는 한 석회석 무덤 뒷벽에 한 동물 그림이 그려졌다. 긴 앞 다리에 꼿꼿이 솟은 꼬리, 그리고 삼각형 모양의 머리가 다가오고 있는 들쥐를 노려보고 있는 그림이었다. 길들여진 고양이 그림이자 고대 이집트 회화 중 고양이를 취급한 최초의 작품이었다. 이후 고양이는 이집트인 회화와 조각의 중요한 소재가 됐다. 서열도 높아졌다. 예술적으로 쥐를 잡아먹는 동물에서 신을 위한 애원동물로 변신해 미라로 보존되고 있었다.

역사학자들은 이런 유적들을 근거로 이집트인들이 세계 최초로 고양이과 동물을 길들였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지난 2004년 키프로스  섬에서 9500년 전 사람과 함께 묻힌 고양이 유해가 발견됐다.

살쾡이와 같은 야생동물에서 지금의 귀여운 고양이로 변하기까지 이집트인들의 공로가 매우 큰 것으로 최근 유전자분석 결과 밝혀지고 있다. 이집트인들은 고양이를 매우 사랑해 신적인 지위까지 올려놓았다.  ⓒancient.eu

살쾡이와 같은 야생동물에서 지금의 귀여운 고양이로 변하기까지 이집트인들의 공로가 매우 큰 것으로 최근 유전자분석 결과 밝혀지고 있다. 이집트인들은 고양이를 매우 사랑해 신적인 지위까지 올려놓았다. ⓒancient.eu

이집트인, 8000년 전 애완용 고양이 키워    

이로 인해 고양이가 언제 길들여졌는지 그 연대를 놓고 논란이 있어왔다. 그리고 최근 첨단 유전자분석 기술이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19일 ‘사이언스’ 지에 따르면 벨기에 왕립 자연과학연구소 연구진은 고대에 살았던 200여 마리의 고양이 유골들의 유전자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 고대 이집트 지역 외에 다른 지역에서 고양이를 길들이고 있었으며, 지금과 같은   사랑스러운 퍼 볼(Fur ball) 모양의 애완동물로 변신케 한 사람들은 고대 이집트인이라고 밝혀졌다. 고대 이집트는 기원전 3200~332년까지 3000년간의 기간을 말한다.

아메리칸 대학의 고대 이집트 동물 및 고양이 미라 전문가 살리마 이크람(Salima Ikram) 교수는 “이번 유전자 분석을 통해 그동안 역사학자들 간에 벌어졌던 고양이 길들이기 기원에 대한 논란이 명확히 해결됐다”고 말했다.

연구를 이끈 사람은 벨기에 왕립 자연과학연구소의 동물고고학자인 윔 반 니어(Wim Ban Neer) 박사다. 그는 지난 2008년 나일강 서쪽 둑방에 조성된 고대 묘지 터에서 4구의 새끼 고양이 유골을 포함한 6구의 암·수컷 고양이 유골을 발견했다.

새끼 고양이 유골이 다수 포함돼 있는데 주목한 그는 이들 유골을 수습해 유전자를 분석했고 약 6000년 전에 매장된 유골임을 확인했다. 이는 지금으로부터 8000년 전에 이미 이집트인들이 고양이를 애완동물로 키웠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이집트인들이 매우 빠른 시기에 고양이를 길들였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니어 박사는 이후 아프리카는 물론 유럽, 중동 지역 등에서 기원전 7000년 전부터 기원후 19세기에 이르기까지 2600년 동안 살았던 수백 마리의 고양이 뼈와 치아, 미라 표본을 수집했다.

그리고 20여명으로 구성된 연구팀을 통해 에너지를 생성하는 미토콘드리아 DNA를 분석토록 했다. 엄마에게서만 물려받는 이 DNA는 세월이 지나도 거의 변화 없이 유전되기 때문에 한 생물의 기원(조상)을 찾아내는 증거로 활용되고 있다.

개와 돼지 등 유전자 추적 가능해져   

지난 2007년 다른 과학자들이 살아 있는 고양이의 미토콘드리아 DNA를 분석해 고양이의 조상이 근동(Near East) 지역에 살고 있던 야생 고양이였음을 밝혀낸 바 있다. 당시 연구 결과에서 미토콘드리아 DNA에 6가지 독특한 유전자 특성을 지니고 있음을 확인했다.

유사한 방식으로 연구팀은 약 1만 년 전 키프러스 서쪽 해변에 살았던 고양의 흔적을 발견했다. 당시 농사를 짓고 있던 거주민들은 집에서 고양이를 키우고 있었는데 농작물을 해치는 쥐를 잡기 위한 방안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과학자들이 추적한 A 타입의 고양이들은 6500년 전 남부 유럽에 살았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그 이후 A 타입의 고양이들은 유럽의 또 다른 지역은 물론 아프리카, 아시아 등지로 급속히 퍼져나갔다.

연구팀이 특히 주목한 것은 C 타입의 고양이들이다. 리비아 고양이로 알려진 이들 고양이들은 기원전 800년 전 이집트인들이 매우 사랑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살쾡이에서 애완용으로 변한 이 고양이들은 이후 유럽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그리고 기원후 1000년대 들어서는 이전까지 가장 많았던 A 타입 고양이 수를 넘어서기 시작했다. 관심을 끄는 대목은 고양이들을 애완동물로 변모시키는 과정에서 이집트인들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세계야생동물재단(WWF)의 카를로스 드리스콜(Carlos Driscoll) 회장은 “이집트인들은 오래 전부터 동물들을 다룰 줄 알았다”고 말했다. “작은 동물을 크게, 혹은 사나운 동물을 온순하게 만들 수 있는 기술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런 사실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 이집트 예술작품들이다. 초창기 그림을 보면 쥐를 잡고 있는 모습이 대부분이지만 수 세기가 지나면 사람들과 함께 새 사냥을 하고 있는 아름다운 문양의 고양이들이 등장한다.

기원전 1500년이 되면 식사 시간에 사람들과 함께 의자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파리 자크 모노 연구소의 진화유전학자 에바 마리아-가이글(Eva Maria-Geigl) 박사는 “이들 회화를 통해 고양이의 신분 상승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메리칸 대학의 이크람 교수는 “이번 고양이의 유전자 추적 방식을 개나 돼지 등 다른 동물들로 확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동물들 역시 고양이와 같은 길들이기 역사를 지니고 있어 유전자 추적이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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