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y 26,2017

통밀빵은 흰빵보다 몸에 좋을까?

강석기의 과학에세이 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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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이 음식에서 흰색 대신 갈색을 선호하기 시작했다. 정제된 흰색 음식보다는 정제되지 않은 갈색 음식이 몸에 좋다는 얘기를 반복해서 들어서다. 그래서인지 마트에 가보면 예전에는 전부 흰설탕이었지만 지금은 갈색설탕이 거의 비슷한 양만큼 쌓여있다. 필자 집에서도 갈색설탕으로 바꾼 지 꽤 됐다.쌀도 비슷하다. 백미는 몸에 안 좋다며 먹기 쉽지 않은 현미로 바꾼 사람들도 적지 않고 이게 부담스러울 경우 필자 집처럼 백미에 현미를 섞어서 먹기도 한다. 벼를 수확해 얻은 낟알의 왕겨를 벗겨낸 게 현미로 쌀겨 때문에 갈색을 띤다.

참고로 현미는 영어로 brown rice다. 현미를 도정해 쌀겨와 쌀눈(배)을 제거하고 남은 게 백미(배젖)다. 따라서 백미에는 쌀겨와 배에 들어있는 각종 영양성분과 식이섬유가 부족하다.

밀도 마찬가지다. 예전에는 속살이 미색에 감촉이 보들보들한 흰빵만 있었지만 지금은 속까지 누런 통밀빵이 진열대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맛은 좀 거칠지만 풍미가 구수하다며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다. 현미와 마찬가지로 통밀도 겉겨만 벗겨낸 것이다.

밀기울과 배(胚)가 포함된 통밀가루로 만든 통밀빵이 건강식으로 인기다. 그러나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사람에 따라서는 통밀빵이 오히려 흰빵보다도 건강에 안 좋을 수 있다.  ⓒ 위키피디아

밀기울과 배(胚)가 포함된 통밀가루로 만든 통밀빵이 건강식으로 인기다. 그러나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사람에 따라서는 통밀빵이 오히려 흰빵보다도 건강에 안 좋을 수 있다. ⓒ 위키피디아

현미밥과 통밀빵의 경우는 영양분이 더 풍부하다는 것 외에도 먹었을 때 흰쌀밥과 흰빵에 비해 혈당상승폭이 완만하다는 것도 선호하는 주된 요인이다. 즉 혈당지수가 낮다는 말이다. 혈당지수가 높은 음식을 즐겨 먹으면 당뇨병을 비롯해 각종 대사질환에 걸릴 위험성이 높으므로 현미밥이나 통밀빵을 먹어 그 위험성을 낮추자는 것이다.

흥미롭게도 갈색 음식은 상응하는 흰색 음식에 비해 더 비싸다. 필자가 ‘흥미롭다’고 말한 건 갈색 음식이 싸면 쌌지 비쌀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사탕수수에서 즙을 짠 뒤 졸여 결정을 얻은 게 갈색설탕이다. 이를 다시 녹여 불순물(영양분)을 제거한 뒤 순수한 자당(sucrose) 결정으로 만든 게 흰설탕이다. 백미 역시 현미를 도정하는 과정에서 중량의 8%를 잃는다.

밀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추가 가공비에 손실분까지 고려하면 정제된 흰색 음식이 더 비싸야하지 않을까. 결국 건강에 좋다는(또는 덜 해롭다는) 이유에 볼모로 잡혀 소비자들은 갈색 음식에 거꾸로 돈을 더 지불하는 셈이다.

흰빵이 건강에 더 좋은 사람들도 있어

학술지 ‘셀 대사’ 6월 6일자에는 통밀빵과 흰빵이 적어도 대사의 측면에서 차이가 없다는 뜻밖의 연구결과가 실렸다. 이스라엘 바이츠만과학연구소의 연구자들은 흰빵과 통밀빵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논쟁(별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흰빵이 낫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을 정리하기 위해 정교한 실험을 설계했다.

즉 참가자 20명을 두 그룹으로 나눈 뒤 한쪽은 1주일 간 흰빵을, 다른 쪽은 통밀빵을 먹게 한다. 2주의 휴식기를 보낸 뒤 앞서 흰빵을 먹었던 그룹은 1주일 간 통밀빵을, 앞서 통밀빵을 먹었던 그룹은 흰빵을 먹게 했다.

즉 빵의 종류에 따른 영향과 순서가 미치는 영향까지 본 것이다. 참고로 흰빵을 만들 때는 배양한 빵효모(이스트)를 썼고 통밀빵을 만들 때는 건강 컨셉에 맞게 천연효모와 박테리아(젖사균과 초산균)가 포함된 사워도우(sourdough)를 썼다.

두 차례의 실험 기간 동안 참가자들은 빵 이외에는 밀가루로 만든 음식(면류와 과자류 등)을 먹으면 안 된다. 따라서 평소에는 전체 섭취 칼로리에서 빵이 차지하는 비율이 12%였지만 실험 기간 동안은 22%로 올라갔다.

연구자들은 모두 네 차례(1차 실험 전후와 2차 실험 전후)에 걸쳐 참가자들의 혈액과 분변을 채취하고 체중을 측정해 식단의 변화가 미친 영향을 분석했다. 혈당지수를 반영하는 식후당반응(식후 피부아래 당 수치로 혈당수치와 거의 같은 맥락으로 움직인다)을 비롯해 콜레스테롤 수치와 체중 변화 등 20가지 임상 변수를 조사한 결과 일주일 동안 밀가루 음식으로 빵만 먹으면 몇몇 변수가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칼슘과 철, 마그네슘 같은 필수 미네랄의 수치가 떨어지고 간과 신장의 활동도를 나타내는 몇몇 효소의 수치도 변화가 있었다. 다만 변화의 폭은 그렇게 크지 않았다. 그러나 놀랍게도 흰빵을 먹었을 때와 통밀빵을 먹었을 때 유의적인 차이는 없었다. 즉 빵을 더 먹는 게 변수이지 어떤 빵을 더 먹느냐는 상관없다는 말이다.

한편 채취한 분변에 있는 장내미생물의 메타게놈을 분석한 결과 먹은 빵의 종류가 장내미생물의 조성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한 사람의 분변에 있는 장내미생물의 조성은 네 차례 채취한 시료에서 거의 일정하게 유지됐다. 다만 흰빵을 먹었을 때 유박테리움 벤트리오섬(Eubacterium ventriosum)과 아네로스티페스(Anaerostipes) 박테리아가 늘어났는데 둘 다 부티레이트라는 짧은 사슬 지방산을 생산하는 박테리아다. 부티레이트는 대장암과 대장의 염증을 억제하는 작용을 한다.

다음으로 개별 참가자에 대해 흰빵과 통밀빵의 영향을 분석해봤다. 그 결과 놀랍게도 개인에 따라 빵의 종류가 미치는 영향이 차이가 컸다. 즉 참가자 20명 가운데 절반인 열 명은 흰빵을 먹을 때에 비해 통밀빵을 먹을 때 식후당반응 수치가 더 낮았지만(과학상식이 예상한 결과) 나머지 열 명은 반대로 흰빵을 먹을 때 오히려 수치가 더 낮았다.

연구자들은 개별 참가자의 분변을 분석해 얻은 장내미생물 분포와 당반응의 차이를 조사했고 서로 연관성이 있다는 결과를 얻었다. 즉 장내미생물에 따라 내 몸에 흰빵이 좋을지 통밀빵이 좋을지가 결정된다는 말이다.

이처럼 특정 음식의 식후당반응, 즉 혈당지수가 그 음식의 고유한 특성이 아니라 개인에 따라 큰 차이가 난다는 사실이 처음 알려진 것은 2015년으로 이번 연구를 진행한 바이츠만과학연구소의 연구진들의 연구결과다(자세한 내용은 과학에세이 147 ‘개인영양학 시대 열린다’ 참조).

즉 어떤 음식의 혈당지수는 개인에 따라 상당히 폭이 넓은 값들의 평균일 뿐이라는 말이다. 앞으로 흰빵에 비해 거의 두 배 돈을 주고 천연효모로 만든 통밀빵을 살 때마다 이번 연구결과가 떠올라 씁쓸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밀가루 음식으로 일주일간 흰빵만 먹었을 때와 통밀빵만 먹었을 때의 식후당반응을 측정한 뒤 그 차이를 나타낸 그래프다. 노란 동그라미는 앞의 일주일은 통밀빵을 먹고 뒤의 일주일은 흰빵을 먹은 사람이고 파란 동그라미는 그 반대다. 순서와 관계없이 개인에 따라 식후당반응의 차이가 제각각이다. 이를 평균하면 흰빵과 통밀빵 사이에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온다. ⓒ 셀 대사

밀가루 음식으로 일주일간 흰빵만 먹었을 때와 통밀빵만 먹었을 때의 식후당반응을 측정한 뒤 그 차이를 나타낸 그래프다. 노란 동그라미는 앞의 일주일은 통밀빵을 먹고 뒤의 일주일은 흰빵을 먹은 사람이고 파란 동그라미는 그 반대다. 순서와 관계없이 개인에 따라 식후당반응의 차이가 제각각이다. 이를 평균하면 흰빵과 통밀빵 사이에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온다. ⓒ 셀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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