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y 26,2017

유전체 비밀은 암호 속에 있다

과학서평 / 유전자의 내밀한 역사

FacebookTwitter

인도 출신 미국 과학자가 쓴 ‘유전자의 내밀한 역사’(The Gene : An Intimate History)는 책의 구성이나 내용에서 권할 만한 책이다.많은 과학서적이 새로운 발견이나 이론 또는 임상결과를 소개하거나 유명 저널에 난 전세계 과학자들의 연구결과를 연결한다.

싯다르타 무케르지(Siddahartha Mukherjee)가 쓴 680쪽 짜리 이 책은 다르다. 시간적으로는 완두콩의 유전적인 성격을 파악해서 유전학의 토대를 마련한 그레고어 멘델에서 시작해서, 2015년까지 유전자의 역사를 수많은 과학자의 이름과 임상사례를 들면서 소개한다.

논픽션 탐구소설 같은 과학역사책

이 책을 더욱 읽기 쉬운 전문서적으로 만드는 것은 중간 중간에 개인 이야기를 매우 상세하게 논픽션 소설처럼 끼워 넣은 것이다. 조현병을 앓는 친적들을 실명으로 이야기하고, 20년 만에 인도의 정신병원을 방문해서 만난 삼촌 이야기도 담담하게 넣었다.

‘인도출신 미국과학자’의 특징을 잠깐 엿볼 수 있는 대목은 이런 것이다.

‘영어에는 아들이 어머니를 이해하기 시작하는 깨달음의 순간을 가리키는 단어나 구절이 없다. 내 어린 시절의 어느 시점에 느꼈었던 그 경험은 완벽하게 이중적이었다. 어머니를 이해한 순간, 나는 쌍둥이 이모를 이해하는 법도 터득했다. 이모가 언제 웃을지, 어떨 때 살짝 기분이 나빠질지, 어떨 때 활기가 넘치는지, 무엇을 공감하거나 좋아할지를 명확하게 알게 되었다.’

싯다르타 무케르지 지음, 이한음 옮김 / 까치 값 25,000원 ⓒ ScienceTimes

싯다르타 무케르지 지음, 이한음 옮김 / 까치 값 25,000원

이 같은 공감능력은 아마도 자기 배우자를 이해하거나 자녀를 이해할 때도 그대로 적용될 것 같다. 개그콘서트에서 가끔 말이 안 통해서 소동을 벌이는 부부와 자녀사이의 불통이 이런 가정에서는 나타나지 않을 것 같다. (독자들은 자기가 자기 배우자를 얼마나 이해하는지 돌아보면 좋겠다.)

유전자에 대한 지식이 어떤 과정을 걸쳐 발전해 왔는지 일종의 유전자 역사책 같으면서도 전혀 지루하지 않고 술술 읽히는 것은 이외에도 몇 가지 장치를 넣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유전자는 무엇일까? 짧은 시간에 많은 정보와 지식을 얻기 바라는 사람들을 위한 요약편은 ‘인간이라는 책’ 챕터에 배치했다.

-DNA의 글자는 3,088,286,401개이다. (조금 많거나 적을수는 있다.)

-일반적인 크기의 활자로 책을 만들면 단지 네글자 AGCT가 하염없이 길게 150만 쪽 넘게 이어지며 이는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의 66배이다.

-몸의 대부분의 세포에는 23쌍(총46개)의 염색체가 들어있다. 고릴라 침팬지 등은 24쌍이다. 진화의 어느 시점에 유인원에서 중간크기의 염색체 두 개가 융합되어 하나가 되었다.

-유전자는 대단히 창의적이며, 역동적이고, 어떤 부위는 놀랄 만큼 아름답다.

-유전자가 차지하는 지면은 극히 적다. 지면의  98%는 유전자가 아니라 유전자 사이에 놓인 기나긴 서열(유전체 사이 DNA)과 유전자내에 끼워진 긴 서열(인트론)이 차지한다. 우리가 모르는 이유 때문에 여백이 있을 수 있다.

-유전자에는 역사가 들어있다. 어떤 고대 바이러스에서 유래한 독특한 DNA조각이 먼 과거 유전체에 끼워 있다가 기나긴 세월에 걸쳐 전해지기도 한다.

-Alu라는 300개 염기쌍으로 이뤄전 수수께기 서열은 수백만 군데 계속 나타나지만 기원도 기능도 의미도 수수께끼다.

-한때 기능했지만, 지금은 기능을 잃은 시체같은 가짜유전자가 수천 개 들어있다.

-염색체 끝에는 텔로미어라가 달려 있다.

-유전암호는 완전히 이해하고 있지만, 유전체 암호는 거의 알지 못한다. 유전체 전체에 흩어져있는 다수의 유전자들이 시간적으로 공간적으로 발현되는 것을 조화시켜서 인간이라는 생물을 만들고 유지하고 수리하는 과정은 전혀 모른다.

-불가사의하고 취약하고 회복력과 적응력이 있고 반복적이고 독특하다.

산 넘어 산, 암호 너머 암호    

사람들은 새로운 발견이 나올 때 마다 기쁨의 환호성을 지르면서 질병이 곧 정복될지 모른다는 희망과 수명이 늘어날 꿈을 꾸지만, 싯다르타 무케르지는 ‘산 너머에 산이 있듯이, 암호 너머에도 암호가 있다’고 독자들을 설득한다.

싯다르타 무케르지는 암을 치료하는 의사이자 연구자이다. ‘암 만병의 황제의 역사’는 2011년 퓰리처 상 일반 논픽션 부문을 수상했다. 타임에서 선정한 1923년 이후 출간된 책들 중 가장 영향력 있는 100권에 포함됐다.

‘유전자의 내밀한 역사’ 역시 그 범주에 들어갈 후보로 꼽힐만하다. 스탠포드 대학을 졸업하고 옥스퍼드 대학에서 배웠으며 하버드 의대를 졸업했다. 현재 컬럼비아 의대 조교수이자 부설 의료센터 암전문의이다.

의견달기(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