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y 26,2017

중환자 상태 예측도 AI로

패혈증 등 예측 알고리즘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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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이 촌각을 다투는 환자들이 머무는 병원 중환자실(ICU, intensive care unit)은 삶과 죽음이 엇갈리는 경계선. 중환자실이 절망의 공간에서 새로운 삶을 건져 올리는 희망의 공간으로 탈바꿈 하고 있다. 의료계가 환자들의 생체 신호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해 패혈증 등 위험 발생을 미리 알아내 대처토록 하는 ‘위기 예측 및 조기 경보 시스템’ 구축에 나서고 속속 있어서다.

미국 LA아동병원(LA Children’s Hospital)은 최근 중환자실 환자의 사망을 93%의 정확도로 예측할 수 있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개발해 선보였다. 이 알고리즘은 환자들의 호흡, 심전도 등 데이터를 실시간 수집 및 분석해 상태 악화 등 정보를 미리 알려 주어 사태 발생을 예방할 수 있도록 한다.

병원 중환자실 내부 모습. ⓒ 아주대병원

병원 중환자실 내부 모습. ⓒ 아주대병원

중환자실은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기능인 심장과 호흡 등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 위급 환자들이 머물며 하루 24시간 집중적인 치료를 받는 곳. 그래서 이곳은 인공호흡기, 심전도기, 산소공급기, 산호포화도 측정기, 석션, 링거 등 환자들 상태를 모니터링 하기 위한 장비들로 가득하다. LA아동병원 데이터 과학자들은 중환자실의 이런 환경 특성에 주목하고 위기 예측 시스템 개발을 결정했다.

수시로 달라지는 중환자실 환자들의 상태 변화를 추적하려면 이들의 생체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측정해 분석해야 한다. 문제는 생체 데이터가 가짓수도 많고 형식도 제각각이라는 점. 대규모의 복잡한 데이터를 다루는 데는 인공지능(AI)이 적합하다. LA아동병원의 데이터 과학자들과 의료진은 그래서 딥러닝 기반의 알고리즘을 개발하기로 했다.

전자의무기록(EMR)과 다양한 시험 및 연구 결과는 물론 환자들의 바이털 사인(활력 징후), 약 복용 및 진료 기록 등 병원 내 각종 데이터를 취합해 분석을 거듭했다. 인공지능의 한 갈래인 딥러닝 방식은 양질의 학습 데이터가 많아질수록 성능이 비약적으로 좋아진다.

LA아동병원은 실험적으로 개발한 알고리즘으로 소아 중환자실을 거친 총 1만 2000명의 데이터을 분석했다. 그 결과 전체 사망 사례의 5%에서 위기 발생을 예고하는 특정 데이터 패턴이 발견됐다. 이 인공지능 알고리즘은 결국 93%의 정확도로 중환자실 환자들의 사망을 예측해냈다.

질병이나 신체 이상 증상은 사후 치료보다 발생 자체를 사전에 막는 것이 최선책. 더구나 그것이 환자의 생사를 좌우할 정도로 엄중한 것이라면 두말할 필요가 있겠는가. LA아동병원 사례는 그동안 절망의 공간으로만 여겨져 온 병원 중환자실이 예방의료의 최전선으로 거듭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중환자실 위기 예측 모델에 관심을 가진 곳이 LA아동병원 뿐만은 아니다. 국내에서도 아주대병원이 지난해 4월부터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해 오고 있다.

아주대병원은 현재 심전도, 산소포화도, 혈압, 뇌파, 체온 등 8가지 생체 데이터를 취합해 실시간 분석할 수 있는 장비를 병원 내 중환자실 90개 병상에 설치 중이다. 이어 이들 데이터를 딥러닝으로 분석해 패혈증, 부정맥 등의 발생을 1~3시간 전에 알아낼 수 있는 예측 모델을 개발할 계획이다. 중환자실에서 측정한 심전도 데이터를 딥러닝으로 분석할 경우 약 90%의 정확도로 부정맥 발생을 10분 전에 예측할 수 있다는 분석 결과도 나왔다.

생체 데이터 분석을 통해 질병이나 위험 상황 발생을 사전에 파악토록 하는 예측 모델 개발은 아주대병원이나 LA아동병원이 처음은 아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와 에모리대도 패혈증 등에 대한 예측 모델을 개발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캐나다 온타리오공대는 IBM과 협업을 통해 신생아 중환자실 조산아들의 생체 데이터를 분석해 패혈증 발생을 24시간 전에 알아내는 데 성공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기존 사례의 대부분은 심전도나 혈압 등 일부 데이터를, 수분에서 수 시간 간격으로 측정하고 분석해, 특정 질환이나 증상에 대한 위험 징후를 알아내는 수준이었다.

패혈증 등 위험 징후를 정확히 예측하기 위해서는 환자들 상태를 24시간, 365일 실시간 모니터링 하고 분석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주대병원의 연구가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바로 이 대목이다. 윤덕용 아주대 의료정보학과 교수는 “예측 모델 개발을 위해서는 시시각각 달라지는 환자들 상태에 관한 데이터를 실시간 취합해 분석하는 것이 중요한데, 기존 연구들은 대부분 제한된 데이터를 분석해 제한된 결과를 내는 데 그쳤다”며 “아주대병원은 생체 신호뿐만 아니라 EMR 데이터까지 통합 분석하고 생체 데이터의 경우에도 초당 100~500회 실시간 분석한다”고 차이점을 설명했다.

예측 모델 개발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어떤 위험이 조만간 닥칠지 알게 되었다면 그것을 막기 위한 구체적인 대책 마련이 뒤따라야 한다. 위기를 예측하는 데서 더 나아가 위기를 관리하고 차단하기 위한 솔루션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얘기다.

미국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아레테엑스 시스템즈(AreteX systems)는 중환자실 환자들의 생명 유지에 핵심적인 인공호흡기와 주사액의 원활한 관리를 위한 알고리즘 개발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해마다 570만명이 중환자실을 찾고 이중 230만명이 인공호흡기에 의존하는데, 인공호흡 환자 중 80만명가량은 환자와 인공호흡기 간 들숨과 날숨이 일치하지 않는 현상인 이른바 ‘비동기화(patient-ventilator dyssynchrony)’로 인해 생명을 위협 받고 있다. 이 회사는 인공호흡기에서 나오는 데이터를 분석해 비동기화 징후가 나타나면 담당 간호사 등에게 즉시 알람을 보내 사전에 대처토록 한다.

또다른 미국 기업 에티오메트리(Etiometry)는 실시간 환자 모니터링 플랫폼으로 주목 받고 있다. 이 플랫폼은 중환자실 환자 데이터를 거의 실시간으로 수집 및 저장 할뿐만 아니라 빼어난 시각화 기능을 갖추고 임상 경과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한다. 담당 의사와 간호사는 침대 옆에 달린 모니터 등으로 환자 상태를 낱낱이 지켜보면서 필요 시 신속히 대처할 수 있다. 이 플랫폼은 보스턴아동병원(Boston Children ‘s Hospital)이 도입해 이용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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