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y 28,2017

“에디슨처럼 병아리 품은 과학도”

과학토크 오디션 '2017 페임랩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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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우리 몸에는 100조 개의 작은 택배 세포들이 있다는 것을 아시나요? 눈에 보이지 않은 작은 세포 ‘엑소좀’은 우리 몸 속과 소통하여 혈액 몇 방울로 암 진단을 미리 해주는 소통의 택배사원이랍니다.”

과학 토크 오디션 ’페임랩(Fame-Lab) 코리아’ 최종 결승대회에 다섯번째 후보로 나선 이선호씨는 우리 몸 속을 누비며 모든 세포들과 소통하는 ‘엑소좀’을 보고 느낀 감동을 전달하기 위해 무대에 섰다. 그는 현실세계에서 소통의 중요성을 깨닫고 엑소좀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과학도 이제 ‘소통’이 대세다. ‘과학으로 소통하다’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개최된 과학 토크 페스티벌 ’2017 페임랩(Fame-Lab) 코리아’가 지난 12일 서울 광화문 KT 스퀘어 드림홀에서 개최되었다.

영국 첼튼엄에서 개최되는 페임랩 국제대회에 한국대표는 누가될까? 본선진출자 10여명이 열띤 경쟁을 벌인 '페임랩 코리아' 경연 현장.

영국 첼튼엄에서 개최되는 페임랩 국제 대회에 출전할 한국대표는 누가 될까? 본선진출자 10명이 열띤 경쟁을 벌인 ‘페임랩 코리아’ 경연 현장. ⓒ김은영/ScienceTimes

페임랩의 특징은 ’3분’이다. 3분 동안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주제를 발표 자료 없이 독창적인 소품을 활용해 논리있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페임랩은 지난 2005년 영국 첼튼엄 과학 축제에서 시작된 과학·수학·공학 분야의 주제를 대중과 함께 공유하며 소통하는 과학토크 페스티벌로써 매년 30여개국이 참가하며 세계적인 과학 축제로 자리매김해왔다. 우리나라도 지난 2104년부터 매년 국가 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과학도 소통이 대세, 한국을 대표할 과학커뮤니케이터를 찾아라

5번째로 등장한 이선호씨는 ‘소통’의 중요성을 ‘엑소좀’에 담아 전달했다. 그는 “췌장암 세포에서 떨어져 나온 작디작은 소포체인 엑소좀(Exosome)이 혈액검사를 통해 암을 진단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몸 속 다른 세포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KISTI(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에 따르면 엑소좀은 미국의 M.D. 앤더슨 암센터의 라구 칼루리 박사가 밝혀낸 연구 결과로 ‘글리피칸1(GPC1)’이라고 하는 단백질을 함유하고 있는 아주 작은 소포체이다.

엑소좀은 췌장암 세포에서 떨어져 나왔기 때문에 혈액 검사를 통해 이 단백질의 함유 여부를 밝혀내면 췌장암 여부를 미리 알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학도 소통, 세포도 소통, 현실에서도 소통이 가장 중요한 것을 깨달았다는 이선호씨.(사진=오른쪽) ⓒ김은영/ScienceTimes

과학도 소통, 세포도 소통, 현실에서도 소통이 가장 중요한 것을 깨달았다는 이선호씨.(사진=오른쪽) ⓒ김은영/ScienceTimes

우수상, 최우수상, 대상을 8번,9번,10번 후보가 연달아 수상

8번째 후보로 나온 문원식씨는 하얀 가운을 입고 등장했다. 그는 병원균을 악당으로 설정했다. 인간 사망원인 1위는 감염병이라며 소개한 그는 이 병원균은 인류의 공포의 대상이었다며 서두를 시작했다. 하지만 병원균에서 인류를 구한 영웅이 나타났다. 바로 ‘페니실린’이다.

병원균의 무서운 점은 ‘변종’과 ‘변이’이다. 내성을 가진 슈퍼 박테리아들이 출몰하기 시작했고 인류는 또 다시 병원균의 공포에 떨어야 했다.

문원식씨는 항생제에 맞서 계속 진화하는 슈퍼 박테리아를 막아낼 새로운 병원균 ‘벨로’를 소개했다. 지난 1961년 발견된 ‘벨로’는 다른 박테리아를 잡아 먹는 ’착한’ 미생물이다.

그는 앞으로 30년 뒤 항생제 대신 박테리아를 약으로 처방받을지도 모른다고 끝맺었다. 문 씨는 하얀 가운 못지 않게 박테리아를 표현한 인형 등의 소품으로 눈길을 끌었다.

문원식씨는 고등학생 때 우연히 미생물책을 읽으면서 벨로 박테리아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는 아직 벨로 박테리아가 1% 밖에 밝혀지지 않았다며 나머지 99%의 비밀을 풀고 싶다고 말했다.

8번째 발표를 맡은 문원식씨가 소품을 이용해서 착한 박테리아 벨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은영/ScienceTimes

8번째 발표를 맡은 문원식씨가 소품을 이용해서 착한 박테리아 벨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은영/ScienceTimes

다름과 틀림을 구분하지 않아 많은 분쟁이 벌어진다.

나와는 다름을 인정하는 자세가 중요한 것은 과학에서도 마찬가지였다. 9번째 후보 안영언씨는 “생명과학의 시작은 다름을 인정하는데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했다.

안영언씨는 무대 위로 빨간색 커다란 쇼핑백을 가지고 왔다. 그는 ‘키메라’를 통해 다름을 인정한다는 것이 얼마나 훌륭한 것인가를 강조했다.

‘키메라(chimera)’란 고대 그리스 신화에 기술된 ‘켄타우로스(사람의 상체와 말의 하체가 결합된 생물체)’를 대표적으로 들 수 있다. 생물학계에서 키메라는 서로 다른 유전자와의 결합으로 새로운 종을 만들어내는 유전학적인 기술을 뜻한다.

그는 100개의 남성 세포를 가진 임산부의 키메라 배아에 대해 쇼핑백에서 꺼낸 딸기쥬스와 바나나쥬스를 섞으며 설명했다. 딸기 쥬스와 바나나 쥬스가 합쳐지면 자연스럽게 두개가 혼합된 ‘딸바’ 쥬스가 된다. 하지만 키메라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생명체는 바나나 안에 딸기를 그대로 둔다.

즉 바나나 안에 딸기가 그대로 존재하는 형태가 된다. 나와 다르다고 공격하거나 섞지 않고 독립적인 객체로 존재하도록 두는 것이 바로 ‘키메라’라는 설명이었다.

안 씨는 “사람들은 흔히 익숙하지 않은 것은 아예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하고 키메라와 같이 익숙하지 않은 것들을 포용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희망을 전했다.

안영언씨는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안영언씨는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은영/ScienceTimes

대상 수상에 목정완씨, 한국 대표로 영국 출전 확정

마지막으로 무대에 선 목정완씨는 노란 병아리를 만들어 어깨에 부착했다. 그는 최근 닭을 기르고 싶어 마트에 가서 계란을 샀다는 이야기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그는 노트북 어댑터로 온도를 맞추고 아이스 박스 안에 계란을 넣어 부화시키려고 했다. 허술한 부화기였지만 놀랍게도 노랗고 예쁜 병아리가 탄생했다.

대상을 거머 쥔 목정완씨가 열띤 발표를 하고 있다. ⓒ김은영/ScienceTimes

대상을 거머 쥔 목정완씨가 열띤 발표를 하고 있다. ⓒ김은영/ScienceTimes

그는 “허술한 부화기지만 생명이 잉태할 수 있었던 것은 계란 안에 생명이 탄생할 수 있는 치밀한 계획이 들어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야기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끌고 나갔다. 그는 ‘어릴때 에디슨처럼 계란을 실제로 품어봤다가 무정란이어서 썪어 버린 경험’을 이야기 하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카이스트에서 초파리를 이용해 발생유전학을 연구하고 있는 목정완씨(28, KAIST 생명과학 전공)는 심사위원들에게 생명의 신비를 따스한 과학으로 연결해 소통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으며 최종 대상을 거머쥐었다.

페임랩 코리아는 관객들과 과학커뮤니케이터들이 서로 '통하는' 축제였다.

페임랩 코리아는 관객들과 과학커뮤니케이터들이 서로 ‘통하는’ 축제였다. ⓒ김은영/ ScienceTimes

심사위원으로 참가한 카이스트 정재승 교수는 ”일반인들에게 과학을 이야기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스토리텔링인데 초반부 누구나 쉽게 몰입할 수 있는 이야기로 시작해 과학적 사실과 생명의 경이를 알리는 구조의 이야기 전개가 인상적이었다”고 평했다.

우수상과 최우수상은 8번 문원식씨(25, UNIST 미생물학 전공)와 9번 안영언씨(25, 고려대 생명과학 전공)에게 돌아갔다. 대상 수상자는 영국 페임랩 국제대회에 한국 대표로 출전하게 되며 우수상과 최우수상 수상자는 참관의 기회를 제공 받게 된다.

영국문화원과 대회를 공동 주관한 박태현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은 “페임랩을 통해 많은 인재들이 과학 커뮤니케이터로 성장해 금수강산이 ‘과학으로 소통’하게 되길 바란다”며 축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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