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tember 25,2017

과학기술과 예술이 만나면?

레이 박, 홀로그램 기술을 미술로 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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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면에 부착된 평면 액자에서는 백열전구가 반짝거렸다. 노란 빛을 띈 전구는 마치 살아움직이는 것처럼 보였다. 홀로그램 아티스트 레이 박(Ray Park)씨가 만든 ’전구 홀로그램’의 모습이다.

27일 서울 동대문구 홍릉 문화창조아카데미에서 만난 레이 박(Ray Park)씨는 서툴고 다소 명확하지 않은 어투로 ‘홀로그램(hologram)’을 설명했다. 소리를 듣지 못하는 그에게 대화란 들리지 않는 메아리와 같은 것이었다.

들리지 않는 만큼 그는 홀로그램에 집중했다. 그는 오랜 시간 공학자로서 홀로그램을 깊이 연구했고 그 위에 예술적 감성을 입히는데 성공했다. 그의 작품은 과학적 기술과 공학적 제작논리가 담긴 ‘생명체’였다.

세상의 소리에서 홀로그램에 집중, 과학에 예술을 입히다

레이 박(Ray Park)씨는 다소 생소한 ‘홀로그램 아티스트(hologram Artist)’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홀로그램이라는 기술을 미술의 영역으로 끌어올렸다.

문화창조아카데미가 주관하는 다다포럼에서 그는 과학 기술이 예술을 만나 어떻게 융합되는지 놀라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김은영/ ScienceTimes

문화창조아카데미가 주관하는 다다포럼에서 그는 과학 기술이 예술을 만나 어떻게 융합되는지 놀라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김은영/ ScienceTimes

레이 박(Ray Park)씨는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미술을 전공하면서 홀로그램의 매력에 빠졌다. 이 후 홀로그램을 미술로 표현하기 위해 공대에서 석박사를 마쳤다. 그는 국내는 물론 뉴욕, 런던, 아이슬란드 등 해외 등지에서 전시회를 열고 논문을 발표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전개해왔다.

홀로그램(hologram)은 실제 사물을 보는 것과 동일한 입체감과 현실감을 제공해주는 3차원 영상 디스플레이를 말한다. 완벽한 홀로그램 환경이 되면 3D 화면을 보기 위해서 필요했던 3D 안경이 필요없어진다. 즉시 3차원 실물 영상을 느낄 수 있다.

레이 박(Ray Park)씨는 “홀로그램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영상과 센서가 융합된 꿈의 조합”이라고 설명했다.

직접 홀로그래픽을 경험해보고 있는 모습. ⓒ김은영/ ScienceTimes

직접 홀로그래픽을 경험해보고 있는 모습. ⓒ김은영/ ScienceTimes

홀로그램의 개념은 이미 수많은 SF영화에 차용되어 왔다. 영화 속 주인공들은 시계 등을 통해 홀로그램 영상을 불러와 대화를 하기도 하고 운동도 배운다. 허공에 홀로그램을 띄어놓고 늘렸다 줄였다 하면서 검색을 할 수도 있다.

레이 박(Ray Park)씨는 완벽하게 실물이라고 착각할 수 있는 수준의 홀로그램은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금의 홀로그램은 아날로그 홀로그램이거나 유사 홀로그램에 가깝다.

‘아날로그 홀로그램’은 필름을 사용하여 입체 영상을 찍어내는 사진술로 마치 실물이 실존하는 것처럼 재현해주는 기술이다. 아날로그 홀로그램 제작 방법을 수학적 계산을 통해 디지털화 된 기록 및 재현을 통해 구현되는 ‘디지털 홀로그램’의 단계가 되어야 실제와 같은 현실감을 느낄 수 있다.

작품 =레이박_빛의 바람_레인보우 홀로그램, 혼합재료_100×180cm_2016 ⓒwww.neolook.com

작품 =레이박_빛의 바람_레인보우 홀로그램, 혼합재료_100×180cm_2016 ⓒwww.neolook.com

그의 작품은 ‘홀로그래피’라 할 수 있다. 홀로그래피(holography)란, 레이저 광원을 사물에 쬐어 사물의 상을 기록하고 기록된 상을 입체적으로 보이도록 재생하는 사진법을 말한다.

레이 박(Ray Park)씨는 “포토그래피(photography)가 빛을 기록하는 일이라고 하면 홀로그래피(holography)는 전체를 기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홀로그램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렌즈 및 제작장비가 필요한데 비해 홀로그래피는 렌즈 없이 입체적인 형상을 구현할 수 있다. 그는 자주 마시던 생수병을 이용해 홀로그래피를 완성했다.

그는 일상생활에서 자주 사용하는 소품들을 작품에 반영했다. 그가 즐겨마시던 탄산수병을 홀로그래피로 완성한 모습. ⓒ 김은영/ ScienceTimes

그는 일상생활에서 자주 사용하는 소품들을 작품에 반영했다. 그가 즐겨마시던 탄산수병을 홀로그램 팝아트로 완성한 모습. ⓒ 김은영/ ScienceTimes

그의 삶을 관통한 ‘백열전구’가 따스하게 다가오는 까닭은

그의 작품의 백미는 ‘전구 홀로그램’이다. 귀가 들리지 않던 그는 어린 시절 방 안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다. 소년은 방 안을 따스하게 비쳐주는 백열전구가 좋았다. 소년의 눈에 전구는 오뚜기 같기도 했고 시계추 같기도 했다.

그는 전구를 이용해 삶과 죽음을 표현하고자 했다. (사진=레이박_삶_투과 홀로그램_17×11cm_2015) ⓒwww.neolook.com_레이박 전시작품

그는 전구를 이용해 삶과 죽음을 표현하고자 했다. (사진=레이박_삶_투과 홀로그램_17×11cm_2015) ⓒwww.neolook.com_레이박 전시작품

어느날 부터인가 백열전구는 살아 움직이는 듯 했다. 그 모습은 마치 옛날 이야기를 해주는 맘씨 좋은 뚱보 할아버지와 같았다. 전구는 그에게 삶과 죽음을 이야기해주었다.

홀로그램 아티스트 레이 박(Ray Park)씨의 작품에 전구가 주된 오브제로 등장하는 이유였다.

그는 필라멘트가 끊겨 수명을 다한 전구들이 소켓에서 꺼내져 바닥에 내동댕이쳐지는 것을 보면서 사람의 삶과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공학을 미학적으로 예술적으로 표현하고자 노력했다.

관객들은 단순히 3차원 영상의 작품이 주는 경험만으로 놀라워했는데 그는 그 정도 경험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의 전구 홀로그램을 통해 삶과 죽음을 느껴보길 원했다.

문화창조아카데미에서 '포스트 디지털 시대의 문화컨텐츠 산업'을 주제로 4월 한달동안 매주 목요일 진행하는 다다포럼의 마지막 강연은 레이 박 작가가 맡았다.

문화창조아카데미에서 ‘포스트 디지털 시대의 문화컨텐츠 산업’을 주제로 4월 한달동안 매주 목요일 진행하는 다다포럼의 마지막 강연은 레이 박 작가가 맡았다. ⓒ김은영/ ScienceTimes

그는 수학 논리적 사고와 예술적 사고를 홀로그램을 통해 경험할 수 있었다. 수학적 좌표값을 생각하는 사고방식과 사각형을 쌓아올리는 예술적 사고는 다른 것이 아니였다. 레이 박씨는 기술과 예술을 융합함으로써 비로소 자유로운 자신과 만날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아무 소리도 듣지 못하는 그는 타인과 융합하기 어려웠다. 그는 그렇기에 더욱 홀로그램에 애정을 가지고 다양한 장르를 홀로그램과 접목시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듣지 못했기에 더욱 ‘두뇌의 융합’에 집착했던 것 같다”며 “앞으로도 계속 ‘융합’하면서 살겠다”고 말해 따스한 감동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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