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tober 22,2017

미국도 ‘유전자치료’ 빗장 푸나

NAS, 미 정부에 조건부 허용 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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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체에서 체세포를 채취해 핵을 제거한 난자에 주입하면 난자에 정자가 결합된 것처럼 세포가 분할되기 시작한다. 14일이 지날 때까지 배아는 척추, 내장과 같은 신체기관이 발생하지 않은 채 끝없이 세포분열을 하게 된다.

14일 후에는 원시선(Primitive Streak)이 생기는 등 태아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한다. 척추나 내장 등 특정 장기로 분화되는 데는 4~8주가 걸린다. 배아기라고 하는데 이때 세포들은 장기로 분화될 채비를 갖추게 된다.

이 특정 장기로 분화되기 직전의 세포를 ‘줄기세포(stem cell)’라고 한다. 심장·간·척추 등 다양한 장기로 분화가 가능해 ‘만능세포(pluripotent cell)’’라고도 불린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여기서 채취한 줄기세포를 활용, 장기이식이 필요한 환자를 치료하는 방법을 모색해왔다.

“후대 영향 없는 유전자 치료 허용해야” 

그러나 종교계에서 강하게 반대해 미국 정부는 이 연구를 승인하지 않았다. 유전자를 조작한 체세포를 배아에 투입할 경우 인위적으로 조작된 아기가 탄생할 수 있어 생명윤리를 심각하게 침해한다고 보았기 때문.

유전자변형 아기 출현이 우려되고 있는 가운데 미 과학아마데미에서 후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유전자치료를 허용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사진은 그동안 주요 언론에 게제된 유전자 치료 관련 기사 타이틀.  ⓒCentre for Genetics and Society

유전자변형 아기 출현이 우려되고 있는 가운데 미 과학아마데미에서 후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유전자치료를 허용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사진은 그동안 주요 언론에 게제된 관련 기사 타이틀. ⓒCentre for Genetics and Society

반면 과학자들은 수정한지 14일이 안된 배아를 생명체로 보지 않는 만큼 체세포 수정 후 14일 전의 배아를 활용하는 것에 대해 정당성을 주장해왔다. 미국 국립과학아카데미(NAS)는 연구 허용 문제를 검토해왔다.

그리고 14일(현지 시간) 보고서를 내놨다. 2년에 걸쳐 작성한 이 보고서는 유전자 치료의 안전성이나 자손에 미칠 영향 등을 고려, 다음 세대에 영향이 남지 않는다는 조건 하에서 이 유전자 치료를 허용해도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유전자 이상으로 질병이나 장애가 발생했다는 사실이 확실히 밝혀진 경우 임상실험을 허용해도 된다고 권고하고 있다. NAS는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과학자·공학·의료인들의 모임이다. 보고서는 미 연방 정부 정책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뉴욕타임즈 워싱톤포스트 등 주요 언론들은 NAS 보고서가 그동안 유전자 치료를 강력히 금지해온 미 정부 정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유전자치료를 놓고 세계적인 논란이 벌어진 것은 지난 2015년 4월이다.

중국 중산(中山)대 국제학술지를 통해 놀라운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전자가위 기술을 활용, 인간 배아 속의 빈혈 유전자를 잘라낸 후 그 안에 유전자를 조작한 체세포를 주입하는데 성공했다는 내용이었다.

보고서를 본 후 다른 나라 과학자들은 중산대 연구팀을 맹비난했다. 이들이 시도한 체세포 수정이 미래 세대에까지 큰 영향을 미치는 비윤리적인 행위라는 것. 같은 해 12월 국제 과학자 모임은 중국 연구진에 사회적 합의가 있을 때까지 연구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중국·영국·일본 등의 승인 조치에 영향 받아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상황이 반전되기 시작했다. 중국이 음성적으로 유전자 편집 기술을 허용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2016년 2월 영국이 민간 연구소의 유전자가위 기술을 활용한 인간 배아 유전자 교정에 관한 연구를 승인했다.

석 달 뒤 일본도 인간 생식세포 편집을 허용했다. 그리고 지금 미 과학계도 보수적인 입장에서 선회해 조건부 유전자 치료를 허용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관계자들은 이 권고안이 본격적인 유전자 치료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MIT에서 암 치료를 연구하고 있는 리처드 하이즈(Richard Hynes) 교수는 “과거에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졌던 유전자 치료가 지금 현실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치료법이 정당하게 사용될 필요가 있다“며 NAS 보고서를 지지했다.

그러나 반대론자들은 유전자 치료를 허용할 경우 많은 사람들이 힘(strength)과 아름다움(beauty), 지식(intelligence)를 갖춘 아기를 원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유전자가 변형된 아기가 탄생해 사회적 혼란을 불러일으키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생명공학산업의 윤리성을 감시하는 ‘유전학과 사회센터(Centre for Genetics and Society)’의 마시 다노브스키(Marcy Darnovsky) 소장은 “유전자치료를 허용할 경우 유전자변형 아기가 다수 탄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과거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가 이 기술을 동물 복제 등에 이용했다고 밝혀 큰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논문 조작 사태’ 이후 생명윤리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2009년 이후 관련된 연구가 사실상 중단된 상황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7월 11일 보건복지부에서 차의과대학이 제출한 체세포복제배아연구계획을 조건부로 승인했다. 희귀난치병 치료 목적으로만 연구를 할 수 있으며, 생명윤리법 제31조제4항에 따라 복지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조건부 승인이었다.

이번 NAS 보고서는 다른 나라에서 체세포복제 배아 연구의 빗장이 잇따라 풀리면서 그 영향을 받고 있는 미국 과학자들의 상황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미 정부가 NAS 권고안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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