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차, 튜립의 네덜란드, 캥커루와 광활한 대자연이 떠오르는 호주, 유기농 낙농업이 연상되는 덴마크라고요? 아니요. 전세계적으로 알아주는 ICT 클리스터(cluster)로 유명한 국가들이랍니다."
덴마크에서 3시간 전에 돌아왔다며 마이크를 잡은 덴마크 대사관 담당관은 잠시 숨을 고르며 “덴마크 하면 흔히들 치즈, 우유 등 낙농업 이미지를 떠올리지만 사실은 전기차, 제약, 스마트 그리드 등 ICT 라이프 사이클을 전방위로 구축해오고 있는 나라"라고 강조했다.
호주와 네덜란드에서 온 주한 해외 대사관 담당관들도 합세했다. 자신들의 나라가 낙농업이나 관광지로 유명한 것이 아니라 스타트업이 발달한 나라라고 소개했다. 이들은 국내 청년 창업자들이 해외에서 사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들여 지원 프로그램 및 방안에 대해 설명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선진 7개국의 스타트업 지원 정책은 어떻게 이루어질까?
15일(수) 서울 역삼동에 위치한 청년창업지원공간 디캠프(D.CAMP)에는 미국, 영국, 프랑스, 덴마크, 독일, 호주, 네덜란드 선진 7개국 주한 해외 대사관의 스타트업 관련 담당관들이 자리했다.
'국경 없는 비정상회담'이라는 재미있는 이름이 붙혀진 컨퍼런스에서 이들은 자국의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 및 정책을 소개하고 해외 시장에서 판로를 찾는 한국의 스타트업 창업자들과 교류하고 지원하기 위해 모였다.
이들 국가들은 각자 정부를 중심으로 다양하고 많은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자국에서 스타트업을 하는 이들을 지원하는 것은 기본. 해외의 능력있는 스타트업인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많은 혜택을 제공하고 있었다.
해외에서 법인을 설립하고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 엄두가 나지 않는 많은 예비 창업자들에게 희망찬 정보가 많이 있었다. 가장 솔깃했던 부분은 '비자'부분이다. 많은 나라들이 스타트업 창업을 위한 특별 비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영국 대사관 유예진 담당관은 "과거 영국은 현지에 법인이 없으면 비자 발급이 꽤 까다로운 편이었으나 지난 2015년 부터는 해외 스타트업 육성을 위해 디지털 카테고리를 신설해 특별 비자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탄력적인 스타트업 지원 정책에 힘쓰고 있다"고 전했다. 이 비자는 5년 8개월동안 거주할 수 있으며 연장 신청을 하면 5년 더 거주가 가능하다.
유예진 담당관은 "성공한 스타트업들은 영국이나 미국에서 세일즈 오피스를 내기도 한다"며 "영국은 아예 자신의 나라에서 사업을 시작하도록 많은 지원을 해주고 있다. 시드머니를 지원하거나 런던에서 1년간 인큐베이터 시설에 입주할 수 있도록 해준다. 벤처캐피탈과 만나 피칭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며 해외 창업 지원에 대한 정책을 설명했다.
프랑스는 올랑드 대통령이 지난 2015년 디캠프에 방문했을 정도로 한-영간 스타트업 교류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프랑스 대사관 조나단 라우어-스텀(Jonathan Lauer-Stumm) 프렌치 테크 코디네이터는 프랑스만의 혁신적인 IT 생태계 구축 프로그램 '프렌치 테크(French Tech)'를 강조했다.
프랑스의 스타트업 지원 정책은 열린 교육 모델을 지향하고 있다. 프랑스의 '에콜 42('42' coding school)'는 스타트업 인재 육성을 위한 대표적인 IT 교육기관이다. 전 과정 수강료는 무료. 많은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이 곳에서 IT 스타트업의 꿈을 키워나가고 있다.
조나단 코디네이터는 프랑스는 현재 예술 분야에서 뿐만 아니라 강력한 IT 스타트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해나가고 있다며 프렌치 테크 허브가 전세계 곳곳에 만들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프렌치 테크 허브는 전세계 주요 22개 도시에 구축되었다. 서울에도 지난해 만들어졌다. 그는 프랑스와 서울과의 테크 허브로의 연계성을 설명했다. 프랑스도 국내의 스타트업 창업자들을 위해 특별 스타트업 비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현지화 준비 되지 않으면 해외 창업은 꿈꾸지 마라
네덜란드 대사관 피터 웰하우즌 (Peter Wijlhuizen) 과학기술 선임 담당관은 자신을 '피터'로만 소개한 것에 속상한 듯 "성은 안불러요?" 하면서 마이크를 잡았다. 그의 유창한 한국어 솜씨에 환호가 울려 퍼졌다. 그는 네덜란드는 작은 나라지만 '빅 테크 도시'임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네덜란드야 말로 스타트업 에코시스템에 최적화 되어 있는 나라라고 소개했다. 네덜란드도 해외 스타트업 창업자들을 위해 특별한 비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영화제)의 레드 카펫(Red carpet)이 아닌 '오렌지 카펫(Orange Carpet)'이라는 비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며 해외 창업자들이 네덜란드에서 사업하는데 있어 보다 수월하게 비자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부연 설명했다.
많은 국가들이 스타트업을 유치하기 위해 많은 혜택을 주고 있지만 해외 창업을 생각하기에 앞서 간과해서는 안되는 것이 있다. 덴마크 대사관 Seo Kim 담당관은 "로컬라이징(localizing) 할 수 없다면 해외에서의 창업은 불가능하다"며 단호하게 조언했다.
김 담당관은 자신의 업무를 덴마크와 한국의 잠재력 있는 스타트업을 이어주는 일이라고 소개한 후 "중소기업청과 협력하며 지난 2014년 부터 여러 스타트업을 덴마크에 성공적으로 정착시켰다"며 성공 사례를 소개했다.
그 중 메시징 기술이 뛰어난 스타트업을 선정해 덴마크에서 투자를 받고 사업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하지만 이들은 메시지 프로그램이 아닌 데이팅 프로그램을 만들어 소개했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덴마크에는 싱글이면서 노년층이 많아요. 금요일날 데이트할 상대를 구하는 것이 이들에게는 꼭 필요했죠. 우리나라 카카오톡 같은 메신저를 만들면 대박나겠지 하지만 현지 시장은 그렇지 않았어요. 시장이 원하는 것을 주었기에 이들은 성공할 수 있었죠."

김 담당관은 대부분 스타트업 종사자들이 본인이 원하는 사업을 고집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하고 그런 자신감이나 신념도 필요하지만 해외 창업은 철저하게 현지 지역에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각국 대사관에서는 국내 스타트업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적극적이었다. 덴마크 대사관에서는 법률 상담을 무료로 해준다. 영국대사관 유예진 담당관은 언제든지 1대 1 상담이 가능하다며 영국으로 향하는 문이 상시 열려있음을 시사했다. 이들은 "능력있는 사람들과 기술에 대해 항상 문이 열려있다"며 "양국이 서로 배우고 사업의 기회를 갖고 이어지길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 김은영 객원기자
- teashotcool@gmail.com
- 저작권자 2017-02-16 ⓒ ScienceTimes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