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ne 23,2017

50년 된 냉동인간, 언제 부활하나

냉동인간 중 절반은 뇌만 보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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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은 인체 냉동 보존 지지자들에게 매우 의미 있는 날이었다. 최초의 냉동 보존 인간이 탄생한 지 50주년이 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1967년 1월 12일 미국 캘리포니아대학의 심리학 교수이자 생물냉동학재단의 설립자인 제임스 베드포드는 세계 최초의 냉동 보존 인간이 되었다.

그는 간암이 폐로 전이되어 사망했는데, 유언대로 의료진은 그를 냉동 처리한 다음 질소액체 보관장치 안으로 옮겼다. 지난 50년간 몇 곳의 냉동보관시설을 전전한 그는 현재 미국 애리조나주에 위치한 냉동 보존 업체 ‘알코(Alcor)’사의 냉동실에 잠들어 있다.

1972년에 설립된 알코는 1980년대만 해도 불과 10여 명의 회원밖에 없었지만 현재는 회원수가 1100여 명에 이를 만큼 성업 중이다. 세계적인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을 비롯해 페이팔의 공동 설립자인 피터 틸, 캐나다의 억만장자 로버트 밀러 등이 이곳의 회원이다.

알코사의 냉동 보존 처리 장면. 사후 자신의 시신을 이곳에 냉동 보존 의뢰한 회원 수가 1100여 명에 이른다. ⓒ Alcor Life Extension Foundation

알코사의 냉동 보존 처리 장면. 사후 자신의 시신을 이곳에 냉동 보존 의뢰한 회원 수가 1100여 명에 이른다. ⓒ Alcor Life Extension Foundation

사람을 냉동시켜 보존했다가 해동하면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주장을 최초로 펼친 이는 1962년 미국의 물리학자 로버트 에틴거였다. 그는 2011년에 92세의 나이로 사망했는데, 자신의 시신 역시 냉동 상태로 보존했다. 알코 사에 보관 중인 냉동 보존 인간 중 세계 최연소는 2015년에 희귀 뇌종양으로 사망한 태국의 두 살배기 소녀다.

최초 냉동인간, 시신 손상 거의 없어

그럼 냉동 보존 인간은 성경 속의 나사로처럼 정말로 부활이 가능할까. 50년 전 베드포드 박사의 냉동 보존 처리 과정은 순조롭지 않았다. 원래는 혈액을 모두 제거한 후 부동액을 채워야 하지만, 혈액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부동액이 삽입된 것. 냉동 보존에 대한 모든 기술이 완성되기도 전에 그가 사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시신에 대한 손상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1991년 냉동 창고에서 그의 시신을 꺼내 외관으로 검사한 결과, 사체에 대한 손상이 없는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미국의 알코사 외에 러시아의 크리오러스사에서도 냉동 보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두 시설에는 250구 이상의 사체가 냉동 보존되고 있다. 그런데 알코사에 보관된 냉동 인간 중 자신의 몸 전체가 보존된 이는 절반 뿐이다. 나머지 절반은 뇌만 냉동 보존되고 있다.

이처럼 뇌만 보존하는 것은 대부분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다. 몸 전체를 보존하는 비용은 20만 달러(약 2억 3000만원)인 데 비해 뇌만 보존하면 8만 달러(약 9300만원)밖에 들지 않는다. 그런데 사실 뇌만 보존해도 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신체의 경우 DNA를 이용해 복제할 수 있는 기술이 최근에 발달한 탓이다.

실제로 금붕어나 개구리를 액체 질소 안에 넣어서 영하 196℃로 급속 냉각시킨 다음 미지근한 물에 넣어 해동시키면 되살아난다. 자연계에서 최장 기간 냉동 보관되었다 부활한 기록을 가진 동물은 곰벌레다. 남극에서 채집한 뒤 30년간 냉동 보관해오던 이끼 속에 섞여 있던 곰벌레에 물을 주자 깨어나서 알까지 낳는 데 성공한 것이다.

하지만 훨씬 복잡한 신체 구조를 지닌 인간은 이야기가 다르다. 현재 일부 장기를 냉동 보관한 후 정상 온도로 되돌려 기능을 회복시키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필요한 때에 해동시켜 사용하기엔 불가능한 수준이다.

냉동 보존이 가능함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인체 기관을 냉동 보존했다가 마음대로 해동해 이식수술에 사용할 수 있어야 하지만, 아직 성공한 사례가 없다.

냉동 보존만 계약, 해동 보장은 하지 않아

뇌의 경우 기능 회복이 더욱 어렵다. 뇌는 현대 첨단 과학조차 아직도 모르는 것이 너무 많은 미답의 기관이다. 그런데 최근 뇌신경과학계의 일부에서 먼 미래에는 냉동한 뇌도 되살릴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희망을 품게 된 근거 중 하나는 바로 최근에 경쟁적으로 이루어지는 커넥톰 프로젝트 때문이다.

커넥톰이란 신경계의 기본 세포인 뉴런들 사이의 연결 총체를 가리키는 용어로서, 뇌 속 뉴런 사이의 시냅스 연결을 재구성하려는 시도다. 이 같은 뇌의 지도가 만들어지면 냉동된 뇌를 분석해 인공 뇌 혹은 컴퓨터 뇌에서 이를 재현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하지만 과학계에서는 아직도 냉동 보존 인간의 부활은 불가능하며, 관련 산업은 사기에 가깝다는 주장이 많은 편이다. 이에 대해 알코사는 “냉동 보존 인간의 회생이 불가능하다는 것에 대한 분명한 기술적 반박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냉동 보존 산업은 규모가 점차 커지는 추세다. 지난해 미국 텍사스주 컴포트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냉동 보존 연구센터의 준공이 시작됐다. ‘타임쉽 빌딩’이라고 명명된 이 센터가 완성되면 최대 5만명의 냉동 인간을 보관할 수 있다고 한다.

분명한 것은 현재 냉동 보존 업체들은 고객들에게 시신을 냉동 처리한 후 보관한다는 계약만을 체결한다는 점이다. 즉, 그들은 시신을 해동해준다는 어떤 보장도 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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