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ne 23,2017

우주에 띄운 자석 검출기

김제완의 새로운 과학(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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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의 석좌교수인 팅(S.CC.Ting) 교수는 ‘알파 매그네틱 스펙트로미터’(Alpha Magnetic Spectrometer)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암흑물질에서 파생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는 반양전자 잉여 현상을 관측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그는 물리학계에서 그 권위를 인정하는 Physical Review Letter(P.R.L)의 2016년 12월 12일자에 발표한 “Five years of studying cosmic rays with the Alpha Magnetic spectrometer experiment”(알파 자석분광기를 사용한 5년간의 우주선 연구결과)라는 논문에서 우주선 성분의 고에너지 성분에서는  전자보다 훨씬 더 많은 반전자를 관측했다고 발표하면서 아마 이 과잉 반전자는 암흑물질의 붕괴에서 발생되는 것이라 추측한다고 말했다.

AMS 검출기. ⓒ 김제완

AMS 검출기. ⓒ 김제완

그들은 암흑물질의 존재를 강하게 내비치면서 좀 더 많은 재료를 수집해야 더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고 끝을 좀 흐리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의 주도적인 역할을 한 팅 교수와 필자는 오랫동안 같은 컬럼비아 대학의 네비스 연구소(Nevis Laboratory)에서 일해 온 친근한 사이이므로 그와 얽힌 이야기를 해 보도록 하겠다.

1976년도 노벨물리학상은 셈 팅(Samuel C.C.Ting)과 버튼 리히터(Burton Richter)에게 돌아갔다. 그들은 차모늄(charmonium)이란 새로운 입자를 발견한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었다. 그 당시 ‘셈 팅’은 컬럼비아대에 있었고 버튼 리히터는 스탠퍼드대에 재직하고 있었다. 그 당시 필자는 컬럼비아대에서 박사학위 논문을 쓰고 있을 때 였고 ‘셈 팅’과는 같은 컬럼비아대학교 네비스 연구소에서 일을 하고 있을 때여서 아침 저녁으로 얼굴을 마주치는 사이였다.

그 당시 네비스 연구소에는 IBM 1604 컴퓨터가 있었다. 내 기억이 맞다면 약 1000킬로바이트 정도 되는 컴퓨터였다. 지금의 핸드폰에 비하면 그 기능과 메모리가 1/1000도 안된다. 그러나 그 IBM 1604가 그 당시는 연구용 컴퓨터로서 과학자들이 애용하고 있었다. 그 당시 프로그램 용어는 포트란(Fortran)이였고 전산카드에 키펀치(Key Punch)를 찍어서 한 장 한 장 만들어서 프로그램으로 사용했다.

네비스 연구소(Nevis Laboratory, Columbia University)의 컴퓨터 사용규칙 중의 하나가 모든 입력 프로그램 및 출력 결과는 컴퓨터 사용을 마치면 다 깨끗이 정리하고 컴퓨터 데스크(Computer dask)위에는 어떤 물건이나 종이 또는 키 펀치 카드를 남겨두어서는 안 되는 규칙이 있었다.

IBM1604. ⓒ 김제완

IBM1604. ⓒ 김제완

어느 날 필자가 IBM 1604를 쓰기 위해 컴퓨터실에 들어갔더니 누군가가 프로그램을 한 키 펀치 카드를 한 상자 두고 정리도 않은 체 가버린 것이었다. 나는 규칙대로 그 위에 있는 프로그램 카드 전체를 쓰레기통에 쓸어 넣고 내 일을 시작했다.

약 30분 정도 컴퓨터 프로그램을 짜느라 정신없이 열중하고 있는데 ‘ 셈 팅’이 헐레벌떡 들어오더니 책상위의 키 펀치 프로그램 상자를 못 봤냐고 묻기에 ‘그것 쓰레기통에 쓸어 넣었다’라고 했더니 그는 얼굴을 붉히면서 쓰레기통을 뒤져서 자기 프로그램을 회수하는 장면이 5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에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나와 ‘셈 팅’과의 인연은 이렇게 시작되었던 것이다. 그 뒤에 ‘셈 팅’과 사귀면서 그는 질문을 많이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리학과에서는 콜로키움(Colloquim)이 일주일에 한 번은 있다.

‘콜로키움’이란 너무 전문적인 세미나가 아니고 같은 과에 있으면서 다른 전공을 하는 사람도 알아듣게 말 그대로 일상 대화 형태인 Colloquial한 스타일로 이야기하는 강연을 말한다. 물리학만 하더라도 같은 과 내에서 고체물리와  입자물리는 서로가 알아듣지 못할 정도로 그 분야가 서로에게 생소하다. 이런 벽을 트기위한 모임이 콜로키움인 것이다.

‘셈 팅’은 콜로키움 시간에 누구보다도 많은 질문을 했었다. 어떻게 보면 저렇게 유치하고도 쉬운 사안에 대해서도 질문을 해야 하는가 라고 생각하게 될 정도로 유치한 질문을 많이 하는 교수였다.

그러나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의 철저하게 파고드는 그 성질 때문에 보통사람이면 보지 못하고 지나쳤을 수도 있었던 차모늄(Charmonium)을 발견하게 되어 노벨상을 받게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1960년대의 컬럼비아 대학 물리학과는 전성기였다. 현재 서울대 물리학과 교수는 46명인데 그 당시 컬럼비아 대학교 물리학과의 교수는 23명이었다. 그런데 23명 가운데 11명이 그때 벌써 노벨상을 받았거나 그 뒤에 받게 된다. 필자가 배운 교수들 두 분 가운데 한 분은 노벨수상자였던 것이다. 이러한 물리학과를 건설한 원동력은 라비교수(I.I.Rabi)로서 1944년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했으며 NMR(Nuclear Magnetic Resonance)현상을 규명했다.

열한 분의 노벨수상자들의 개성과 성격은 너무나 달랐다. 예를 들어 I.I Rabi 교수인 경우 활달하고 직선적이었다. 그는 전자와 꼭 닮은 꼴인 뮤온(Muon)의 발견 발표를 들으면서 “Who ordered that?”(누가 그것을 주문했나?)는 말을 남긴 것으로 유명하다. 전자와 꼭 같으면서 단지 질량만이 200배되는 그런 불필요 해 보이는 입자가 왜 필요한지에 대한 그분의 특유한 표현이었다.

1955년도 노벨상은 폴리카프 쿠시(Polykarp Kusch)교수와 월리암 렘 (William Lamb)교수가 공동 수상했다. 이어서 1957년도에 티,디,리(T.D.Lee)교수가 노벨상을 수상했으며 이는 일본인 “유가와 히데끼”교수에 이어 동양인으로서 두 번째 노벨수상자이기도 하다. 이어서 1975년에는 제임스 레인워터(James Rainwater)교수가 원자핵의 구조를 규명함으로서 노벨상을 받았다.

레인워터 교수는 자기 학생이 되면 타이프 치는법까지 가르치는 철저한 분이어서 그 분 밑에서 박사학위를 하면 거의 10년이 걸릴 정도였다. 또한 그는 미국 인디언의 후손이기도 하다.

레인워터 교수에 이어서 ‘셈 팅’교수가 1976년도 노벨상을 받았으며 레온 레더만(Leon Max Lederman) 멜 슈발츠(Mel Schwartz) 잭 스타인버거(Jack Steinberger) 교수들이 뮤온 중성미자의 발견으로서 1988년도 노벨상을 수상하였다. 이 중에서 레온 레더만 교수는 서울대학교를 여러 번 방문했으며 서울대학교에 ‘서남 석학강좌’를 개설하는데 크게 이바지 했고 우리나라의 물리학 발전에 많은 기여를 하셨다.

과학 응답을 하는 레더만 교수. ⓒ 김제완

과학 응답을 하는 레더만 교수. ⓒ 김제완

나 자신은 이런 교수분들에게 교육을 받은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지금도 그 시절이 아련하게 떠오른다. 나는 1968년도에 일리노리대학교로 떠났고 팅 교수와도 별 연락 없이 지냈다. 그저 듣는 소문에서 AMS실험을 열심히 하고 있다고 전해 듣고 있었다. 내 기억이 맞다면 돌아가신 최형섭 장관 시절에 팅교수의 전화를 받았다. 그는 자기가 하고 있는 AMS 실험을 설명하고 한국도 자기실험에 합류하기를 권했다.

한국이 참여하려면 연구비가 필요한데 그 당시 과기부 장관이었던 최형섭 장관을 설득할 수 있다면 나로서는 참여할 뜻이 있음을 밝혔다. 그랬더니 그는 일주일 뒤에 한국을 방문하여 최형섭 장관을 설득하려고 했지만 그 당시만 해도 나라 전체가 너무 가난했기에 뜻을 이루지 못하고 돌아갔다.

지난달 AMS실험에서 암흑물질의 간접적인 증거를 본 것을 넘어서 다른 좋은 결과도 있기를 바란다. 이 글을 쓰면서 팅 교수와 부딪쳤든 세월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11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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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작권자 2017.01.1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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