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bruary 25,2017

답답함 풀어주는 ‘산업수학’

수학은 '관계의 과학' 수리과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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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국제교육성취도평가협회(IEA)가 발표한 ‘수학‧과학 성취도 추이변화 국제 비교연구 2015’에 따르면 초등학교 4학년의 수학 성취도가 49개국 중 3위, 중학교 2학년은 2위를 차지하는 등 우리나라 학생들의 수학 성취도는 세계 최고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시민교육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지난해 설문조사에서는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학생)가 초등학생 36.5%, 중학생 46.2%, 고등학생 59.7%에 달했다. 이처럼 수학 성취도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수포자가 많은 까닭은 무엇일까.

'모두가 함께하는 산업수학 축제'에서 강연하는 박형주 국가수리과학연구소장

‘모두가 함께하는 산업수학 축제’에서 강연하는 박형주 국가수리과학연구소장 ⓒ 김순강 / ScienceTimes

그 이유를 박형주 국가수리과학연구소장은 “수학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어려운 수학을 배워서 어디다 쓰는지에 대한 답답함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지난 20일 엘타워에서 열린 ‘모두가 함께하는 산업수학 축제’에서는 수학이 산업현장의 광범위한 영역에서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를 소개했다.

산업수학의 다양한 쓰임새 공개

의학, 빅데이터, 인공지능, 어업까지 수학의 활약상은 눈부셨다. 영화를 생생하게 만드는데도 수학이 사용됐다.

영화 애니메이션 기법이 수학에 기반을 두고 있는데 캐릭터와 배경과 그들의 움직임까지 모두가 픽셀들을 결함하여 기하학적 형상으로 구성하는 소프트웨어를 이용하여 만들어지고, 이러한 기하학적 형상들의 조작 및 저장은 컴퓨터 그래픽 수학을 이용하여 이뤄지기 때문이다.

또 심장근육의 확장과 수축기능장애가 동반된 증후군인 ‘확장성 심근증’을 진단하는데도 수학의 역할이 컸다.

이창옥 KAIST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확장성 심근증은 자각증세가 없어 흉부방사선 사진에서 심비대가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아니면 거의 조기 발견이 어려운 질병으로, 발병 환자 절반이 5년 이내 사망하지만 초기에 적절한 치료만 이뤄지면 장기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 때문에 조기 진단법을 찾아내는 게 의학계의 난제였다.

여기에 도입된 게 바로 수학. 이 교수는 “심장 초음파를 측정해 영상분할로 심장의 부피를 재구성해 4차원 심장초음파 영상을 만들고, 심장의 한 주기에 박출되는 혈액의 양을 심박출률로 계산하며 심벽의 움직임을 광학흐름이라는 기법으로 심장의 기능을 살펴봄으로써 확장성 심근경색을 쉽게 판독해낼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창옥 교수가 산업수학 사례로 '수학이 진단한 심장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이창옥 교수가 산업수학 사례로 ‘수학이 진단한 심장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 김순강 / ScienceTimes

이뿐만 아니다. 과도한 어획과 기후변화로 멸종 위기에 놓인 명태를 구하는데도 수학이 큰 역할을 했다. 여기서 사용된 게 바로 물고기의 성장률과 자연사망률, 어획으로 인한 감소율 등을 계산해 수산자원량을 예측하는 수리생물모델링 기법이다.

이에 대해 정일효 부산대 교수는 “수산자원학에서 왜 수학이 필요한가라는데 의문을 갖는 분들이 많은데, 물고기의 생물학적인 성질 조사와 물고기 변화량 방정식에 따라 로지스틱 개체성장 수학모델을 적용해 수산자원을 유지하기 위해 적절한 조업량을 수학으로부터 찾아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인류 생존을 위해 생겨난 수학

이처럼 산업현장에서 직면한 난제를 찾아내 해결하는 것이 바로 산업수학의 역할이다. 그런데 박형주 소장은 “많은 사람들이 왜 수학자들이 과학자들이나 공학자들처럼 세상의 어려운 문제 해결에 나서냐고 의아해 하며 수학도 과학이냐고 묻는다”면서 그에 대한 답을 했다.

그것은 바로 수학이 인류의 생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됐기 때문이란 것. 박 소장은 “인류가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양식을 셈하는 데서부터 수학이 출발했기 때문에 수학이 인류 문제 해결에 나서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런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 대표적 예로 박 소장은 전기장과 자기장, 전하 밀도와 전류 밀도의 형성을 나타내는 4개의 미분 방정식인 ‘맥스웰 방정식’을 들었다. 즉 자기장이 변하면 전기장이 생긴다는 방정식에서 발전기가 발명되었고, 전기장이 변하면 자기장이 생긴다는 방정식에서 모터가 발명되어 2차 산업혁명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그는 “중세까지만 해도 수학이 우아함과 대칭성을 추구한다는 이유로, 과학은 가설을 세우고 틀린지를 검증하는 과정인데 수학은 반증이 가능하지 않다는 이유로 과학이 아니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으나 이제는 수학을 물리적 대상들 사이의 ‘관계’를 연구하는 관계의 과학, 수리과학으로 보고 있다”며 차세대 기술 혁신과 고부가가치 미래 먹거리 산업 창출에 있어서 산업수학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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