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2일 오후 7시 44분 경북 경주시 남남서쪽 9㎞ 지역에서 규모 5.1의 지진이 발생했다. 그로부터 48분 후인 8시 32분, 거기에서 1㎞ 떨어진 지역에서 규모 5.8의 지진이 이어졌다. 그날 경주를 강타한 지진은 1978년 기상청이 계기로 지진을 관측하기 시작한 이후 한반도 역대 최대 규모였다.
지진으로 인해 경주 및 그 일대 지역의 건물들은 벽이 갈라지고 유리가 깨지는 등의 피해를 입었다. 또한 전국 대부분의 지역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 등에서도 진동을 감지할 정도였다.
지진 당시 KTX 교량에 설치한 지진계가 위험도로 나타나자 인근 지역의 KTX 열차들이 정지했다. 진앙지와 불과 27㎞ 떨어진 월성 원자력발전소의 가동은 전면 중단됐다. 또한 일부 지역의 전화가 불통되는가 하면 SNS 카카오톡도 불통되며 국민들은 불안에 떨었다.
우리나라도 이제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이 증명되자 안전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은 더욱 증폭됐다. 아파트 관리사무소나 지자체 등에 자신이 사는 집의 내진설계 유무 등을 문의하는 전화가 폭주했다. 경주 인근의 지자체에서는 그 같은 문의 전화로 인해 담당 공무원들의 업무가 마비될 정도였다.
스마트폰의 앱스토어에는 이전까지 아무런 관심도 받지 못했던 지진 관련 각종 애플리케이션이 인기를 끌었다. 스마트폰으로 직접 지진동을 측정하는 앱이나 한국 및 일본 기상청 정보를 동시 활용해 지진 푸시 알림을 보내주는 앱의 경우 다운로드 수가 급증했다.
또한 지진대피소를 증설하는 지자체가 늘어났고, 재난 상황시 생존에 필수적인 물품들을 담아놓은 생존배낭을 구비하는 이들도 증가했다.
지진이 올해의 구글 인기검색어 1위
경주 지진의 여진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경주에서 지진이 발생한 9월 12일부터 12월 20일까지 총 552회의 여진이 발생한 것. 하루 평균 5회 이상 발생한 셈인데, 그중 규모 3.0 이상의 여진만 해도 21회나 된다.
이 같은 여파로 글로벌 검색사이트 구글이 지난 15일에 발표한 올해 한국의 뉴스․사회 분야 인기검색어에서 지진이 2위 알파고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한반도가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주장은 이미 1980년대 초반부터 제기됐다.
이기화 서울대 명예교수가 경주~양산~부산에 이르는 양산단층이 활성단층일 가능성을 제기한 것. 실제로 1997년 6월에 경북 경주에서 규모 4의 지진이 발생하면서 정부도 양산단층대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결국 무산됐으며, 이후에도 수차례 지진 재해 연구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이어졌으나 그때마다 실제 예산을 집행하는 과정에서는 흐지부지됐다. 때문에 국내에는 지진과 관련해 축적된 연구 데이터가 없을 뿐더러 지진 및 활성단층만을 전문으로 연구하는 기관도 거의 없는 실정이다.
그러다보니 지진 규모에 대한 예측이나 평가 등도 미국이나 일본 등의 해외 자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경주 지진 발생 이후 과학계에서는 지진 전문 연구인력의 양성 및 관련 연구에 대한 정부의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예산 지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높아졌다.
이 같은 우려로 인해 지난 19일 정부는 올해 1163억 수준이었던 지진방재 관련 예산을 내년에는 3669억원으로 책정해 3배 이상 확충하기로 발표했다. 예산 집행의 세부적인 내용에는 활성단층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연구 지원, 정부의 지진 대응역량 강화를 위한 국가재난관리 정보시스템의 보강, 공항 및 철도 등 주요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내진 보강 등이 포함되어 있다.
우리 조상들의 전통 건축방식 재조명
또한 경주 지진 때 고층 건물보다 상대적으로 피해를 많이 입은 저층 건물에 대한 내진 설계를 강화해야 된다는 여론도 일었다. 우리나라는 지질학적 특성상 암반이 단단해 오랫동안 흔들리지 않는 고주파 에너지가 강해 고층 구조의 건물에는 피해가 적었던 것이다.
지진에 제일 취약한 건물은 현행 건축법상 내진 설계를 안 해도 되는 3층 미만의 오래된 건축물이라는 사실이 이번 지진으로 인해 증명된 셈이다.
한편, 이번 경주 지진으로 지진에 강한 우리 조상들의 전통 건축 방식이 재조명되기도 했다. 그 지역에 집중되어 있는 신라시대 문화재들의 경우 경미한 피해만 입었기 때문이다. 첨성대는 윗부분이 수㎝ 이동했고, 불국사 다보탑은 일제가 시멘트로 보수한 부분만 떨어져 나갔다.
이 건축물들이 지진에 강한 이유는 그랭이법과 동틀돌이라는 전통 건축 방식 덕분이다. 그랭이법은 기둥이나 석축 아래에 자연석을 먼저 쌓은 다음 그 위에 올리는 기둥이나 돌의 아랫부분을 자연석 윗면의 굴곡과 같은 모양으로 맞추는 기법이다. 거기에다 석재가 흔들리지 않도록 못처럼 규칙적으로 설치하는 돌인 동틀돌을 추가해 건물을 더욱 안전하게 했다.
이에 따라 불국사와 석굴암의 창건을 주도한 통일신라의 김대성 선현이 지난 11월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과학기술한림원에 의해 2016년 ‘과학기술인 명예의 전당’ 헌정 대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김대성은 지금의 장관에 해당하는 ‘중시’를 지낸 통일신라의 인물이다.
- 이성규 객원기자
- yess01@hanmail.net
- 저작권자 2016-12-20 ⓒ ScienceTimes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