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gust 22,2017

‘문제해결’보다 ‘문제찾기’가 중요

"증강지능 관점에서 협업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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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올드보이의 유명한 대사가 있죠. ‘왜 가뒀을까가 아니라 15년이 지난 지금 왜 풀어줬을까’를 물어야 한다고. 인공지능에 대해서도 질문이 잘못된 것 아닐까요. 기계가 언제 인간을 능가할지가 아니라 인간이 기계를 어떻게 잘 활용할지를 물어야 하는 것이죠. 그런 점에서 증강지능(Augmented Intelligence) 관점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K밸리재단(이사장 박철규)이 지난 15일 분당 국립국제교육원에서 개최한 썬빌리지포럼 ‘인공지능, 인간의 삶에 미치는 영향’ 세미나에서 이희정 한양대 산업융합학부 교수는 가상현실(VR)이 현실 세계에서 증강현실(AR)이라는 접점을 찾은 것처럼 인공지능도 강한 지능이냐, 약한 지능이냐를 논쟁하기보다 현실의 문제를 잘 정의하는 도구로서 사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교수가 거론한 증강지능은 일반화된 개념은 아니지만 로봇과 인공지능 시대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에 유의미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증강현실이 가상현실과 실제 현실을 연결한 형태인 것처럼 증강지능은 기계와 인간 사이에서 상호작용하며 서로의 능력을 끌어올리는 협업 관점을 드러내고 있다.

이희정교수는 "강한 인공지능으로 가는 것은 필연적이라고 생각하지만 강하냐, 약하냐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현실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는데 인공지능이라는 도구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이다"라고 말한다.

이희정교수는 “강한 인공지능으로 가는 것은 필연적이라고 생각하지만 강하냐, 약하냐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현실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는데 인공지능이라는 도구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이다”라고 말한다. ⓒ 썬빌리지포럼

이교수는 “IBM 왓슨을 이용한 암진단 실험에서 처음에는 왓슨이 인간 의사들에게 뒤졌지만 일정 시점이 지난 후에는 그 어떤 의사보다도 나은 결과를 냈다. 이를 두고 어떤 관점을 가지는 것이 필요할까. 받아들이면 된다. 그리고 그 성과를 이용해 풀지 못한 다른 의학적인 문제를 발굴하고 해결을 모색하는 것이 인간의 역할”이라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중요한 것은 문제 해결 자체가 아니라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정의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지금 하는 일을 더 빠르게, 효율적으로 하는 것은 기계와 인공지능에게 맡기고 지금 하지 못하고 있는 일이 무엇이고 어떤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지를 찾아내는 것이야말로 매우 중요한 작업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일자리 공포에 대해서도 “일자리의 불안함은 100년전에도, 200년전에도 새로운 기술이 나올 때마다 있어온 얘기”라며 “다만 급속히 빠르게 대체하느냐, 느리게 약간씩 대체하느냐의 차이일 뿐”이라고 말한다.

“지난 수 십 년동안 답보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던 인공지능이 최근 인공신경망 알고리즘의 개발, 빅데이터 형성, 그래픽처리장치(GPU) 성능 향상 등 3가지 요인이 결합되면서 엄청난 파괴력을 가진 ‘퍼펙트스톰’이 되었다”는 이교수는 “이 가운데 가장 핵심적인 요인을 꼽으라면 단연 빅데이터”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구승엽대표는 인공지능 시대를 살기 위해서는 경험보다는 창의력이 중요하며 SW는 꼭 배우라고 강조한다. ⓒ ScienceTimes

구승엽대표는 인공지능 시대를 살기 위해서는 경험보다는 창의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 썬빌리지포럼

‘인공지능을 활용한 미래 산업전략’을 주제로 발표한 원더풀플랫폼 구승엽대표는 산업 전략 관점에서 인공지능의 현주소를 소개했다. 10여년전 AI기반의 주가예측 시스템으로 창업한 경험을 갖고 있는 구대표는 현재 ‘웰비(wellbee)’라는 AI기반의 헬스케어+음식 개인화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구대표는 이날 발표에서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 글로벌 기업은 개별 기업이 인공지능에 조 단위의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전체적으로 연간 투자가 570억원에 그치고 있다”며 “원천기술이나 플랫폼 싸움에서는 경쟁이 안되는 구조”라고 말한다. 특히 인력 면에서도 페이스북의 인공지능 관련 개발자가 3만 5000명, 구글 4만 5000명, 애플도 3만명을 넘어서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전체 기업에서 인공지능 전문가가 300명 정도 수준에 불과해 크게 열악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포니자동차를 처음 내놨을 때 엔진과 부품을 모두 해외에서 수입하고 조립만 한 것처럼 인공지능 분야도 그 같은 격차는 어쩔 수 없다”고 말하면서도 “하지만 우리나라 인력들이 우수해 인공지능 기반의 응용 분야에서는 2~3년 후면 어느 정도는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그는 가장 중요한 데이터 부분에서 우리나라가 갖고 있는 장점과 특수성(한글, 한의학 등) 및 공공데이터를 기반으로 다양한 응용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AI를 통해 예측력과 실행력까지 갖춘 세계 최대 곡물기업인 카길(Cargill)의 사례도 소개됐다. 카길은 넥스트 필드라는 AI기반 프로젝트를 통해 다음 해의 기후를 예측하고 옥수수 수확량이 떨어질 것을 대비해 미리 전량 수매하거나, 제설용 소금을 미리 사놓는 식의 선제적인 전략을 구사해 무섭게 질주하고 있다.

이번 행사를 개최한 썬빌리지포럼 전하진의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ScienceTimes

이번 인공지능 세미나를 개최한 썬빌리지포럼 전하진의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썬빌리지포럼

한편 이날 행사를 주관한 썬빌리지포럼의 전하진 의장은 인사말을 통해 “최근 미국 미시건주가 자율주행차의 시험 운전 및 자동차의 판매 등 모든 것을 승인했다는 소식을 듣고 많이 부러웠다”며 “법 하나를 바꾸면 새로운 질서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인공지능 관련해 우리나라 정부도 미래지향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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