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bruary 24,2017

고령자 운전, 왜 위험할까?

급가속 급제동...출발반응시간도 0.1초 느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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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2일 도쿄의 한 건물 앞에서 인도로 돌진한 차에 치어 30대 남녀 2명이 숨지는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유형은 기존 교통사고들과 비슷했지만, 한 가지 색다른 점이 언론의 관심을 끌었다. 바로 운전자가 고령의 83세 여성이었던 것.

이 여성은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멈추지 않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경찰 조사 결과 운전자가 착오로 브레이크가 아닌 가속 페달을 밟았고, 차도를 향하지 않고 인도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 사건을 계기로 일본 정부는 고령 운전자 증가에 따른 추가 대책 검토에 들어갔다.

고령자 운전이 교통사고의 주요원인으로 떠오르고 있는 일본 ⓒ 연합뉴스

고령자 운전이 교통사고의 주요원인으로 떠오르고 있는 일본 ⓒ 연합뉴스

비록 일본의 사례이기는 하지만,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도로교통공단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01년 3759건에 불과했던 노인 운전사고가 2년 전인 2014년에는 2만 275건으로 대폭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15년 사이에 고령 운전자가 일으킨 사고가 무려 5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이에 대해 도로교통공단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도 고령층에 속하는 운전자들이 증가하면서, 노화로 인해 발생하는 시력 저하 및 교통 신호에 대한 반응 속도 둔화 등이 교통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등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노인이 젊은 사람보다 출발반응시간 01.초 느려

고령자 교통사고의 특징을 살펴보면, 앞에서 언급한 일본의 사례와 비슷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브레이크를 밟아야 하는 순간에 가속페달을 밟는다든지, 방향 감각을 상실하여 차도가 아닌 인도로 차를 몰고 가는 등의 행동이 나타나는 것이다.

아무리 체력이 뛰어난 사람이라도 나이가 들면 신체 구조와 기능이 변하게 되는데, 우선 시력과 청력, 그리고 피로에서 회복하는 능력이 감소하게 된다. 또한 뇌 기능의 퇴보에 따라 발생하는 인지능력이나 상황 판단력도 젊은 시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떨어지게 된다.

문제는 이 같은 변화가 고령자의 운전에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사실이다. 안전수칙을 준수하지 않거나 법규를 지키지 않아서 사고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노화에 따른 운전능력 저하가 사고 유발의 원인을 제공하게 되는 것이다.

도로교통공단의 관계자는 “고령 운전자들은 대부분 수십 년간의 운전경험을 가진 베테랑이어서 안전수칙과 교통법규에 대해 잘 알고 있다”라고 언급하면서도 “그런 점들 때문에 자신의 신체적 변화와 인지능력 저하를 인정하지 못하고 무리하게 운전을 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지적했다.

고령 운전면허 소지자 추이(좌)와 고령 운전자 사고 추이 ⓒ 도로교통공단

고령 운전면허 소지자 추이(좌)와 고령 운전자 사고 추이 ⓒ 도로교통공단

그렇다면 정말로 고령 운전자들의 운전이 위험한 것일까? 노화가 자연의 법칙인 만큼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노화와 운전의 상관관계를 과학적으로 분석한 사례가 있을까?

이 같은 의문에 대해 도로교통공단의 관계자는 “분명한 상관관계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도로교통공단이 실시한 운전정밀적성검사 결과를 살펴보면, 고령 운전자는 비고령 운전자들에 비해 속도를 예측하는 능력과 신호를 보고 반응하는데 걸리는 시간, 그리고 주의력 및 핸들조작을 통한 장애물 회피 능력 등이 모두 뒤처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뿐만이 아니다. 도로 주행을 가정한 시뮬레이터 실험에서도 고령자는 비고령자에 비해 급가속 및 급정거 등을 자주하여 주행 안전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드러났고, 출발 반응시간도 0.1초 정도가 느린 것으로 분석됐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도로교통공단의 관계자는 “주행 안정성이 떨어지는 것은 돌발 상황에 대한 예측이 늦어져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설명하며 “당연한 말이지만 예측이 늦어지게 되면 돌발 상황이 생겼을 때 정지거리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라고 덧붙였다.

고령 운전자들 위한 법, 제도 마련해야

교통 분야 전문가들은 고령자 교통사고를 근본적으로 줄이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게 마련되어져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미 고령화 사회가 돼버린 선진국에서는 인지기능에 따라 운전면허를 제한하는 제도를 도입하여 운영하고 있는 상황이다.

가령 65세나 70세 같이 일정한 나이에 이르게 되면 의무적으로 인지능력 검사를 받게 하고, 검사 과정에서 문제가 발견되면 병원에서 정밀검사를 받게 하는 것이다. 물론 정밀검사 결과 인지기능에 문제가 있다고 판명나면 면허는 취소된다.

이 외에 운전면허의 갱신 시기나 적성검사시기 기간도 보통 10년 정도인 비고령 운전자들과는 달리 1~4년으로 단축 하는 등의 제도가 마련되어 있다.

국가별 고령운전자 면허관리제도 비교 ⓒ 도로교통공단

국가별 고령운전자 면허관리제도 비교 ⓒ 도로교통공단

반면에 우리나라의 경우는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다 보니, 고령자들의 교통사고 감소를 위한 법규와 제도 마련에 미흡한 측면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현재 도로교통법 상 만 65세 이상 운전자들 중에서 제 2종 면허자의 경우 갱신주기를 5년으로 단축한 점과 제1종 면허자의 경우 적성검사 주기를 5년으로 단축한 것이 유일한 제도적 장치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노년층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고령자 교통사고를 위해 보다 시의성 있는 제도 개선 및 정책이 마련되어져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도로교통공단의 관계자는 “특히 자신의 신체적·인지적 한계를 인지할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과 고령자를 위한 별도의 안전수칙 등은 반드시 마련되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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