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y 21,2017

이란의 수학 천재, 미르자카니

'수학계의 노벨상' 필즈상 여성 최초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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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8월 13일, 프란치스코 교황의 한국 방문을 하루 앞두고 서울에서 열린 세계수학자대회에서는 역사상 첫 여성 필즈상 수상자가 탄생했다. 주인공은 이란 출신의 수학자인 마리암 미르자카니(39) 미국 스탠퍼드 대학 교수이다.

‘수학 분야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필즈상은 1936년 캐나다 수학자 존 찰스 필즈가 젊은 수학자들의 연구를 장려하기 위해 시작되었다. 필즈상은 올림픽과 같이 4년에 한 번씩 진행되며, 40세 이하의 수학자에게만 수여하는데 80년 가까운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수학자가 이 상을 탄 것이다.

스탠퍼드 대학 수학과 교수 마리암 미르자카니. ⓒ 2014 세계수학자대회

스탠퍼드 대학 수학과 교수 마리암 미르자카니. ⓒ 2014 세계수학자대회

미르자카니 교수는 2년전 필즈상 수상 이후 한동안 소식이 뜸하다가 올해 미국국립과학아카데미(USNAS) 회원으로 선출되면서 다시 한번 주목을 받았다.

USNAS는 1863년 3월 아브라함 링컨 대통령이 서명한 연방의회법에 의해 설립된  비영리조직으로, 이 기관의 회원이 된다는 것은 높은 업적을 이룬 과학자라로 인정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USNAS는 2016년 5월 13일 83명의 새 회원을 발표하면서 스탠퍼드 대학의 마리암 미르자카니도 포함시켰다.

이로 인해 그녀는 역사상 첫 여성 필즈상 수상자이자, 최초의 이란 출신 여성 국립아카데미 회원이라는 영예를 얻었다.

이슬람권 여성으로 세계적인 수학자의 반열에 올라선 미르자카니를 새롭게 조명해본다. 

작가가 되고자 했던 이란 소녀

미르자카니는 필즈상 수상을 앞두고 <퀀타매거진>(Quanta Magazine, 2014년 8월 12일자)과의 인터뷰에서 이란의 테헤란에서 보낸 어린 시절을 다음과 같이 회고했다.

“당시의 나의 목표는 찾을 수 있는 모든 책을 읽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작가가 되기를 꿈꾸었기 때문에 내가 수학을 하게 되리라는 것은 고등학교 마지막 학년 때까지 알지 못했다.”

미르자카니가 초등학교를 마칠 무렵 이란-이라크 전쟁이 종식되었다. 당시의 처참한 국가적 상황에도 불구하고 촉망받는 어린 학생들에게는 훌륭한 교육적 기회들이 열렸고, 그녀는 이란의 영재개발을 위한 국가기관에서 운영하는 파르자네한 여자중학교에 입학하게 된다.

파르제네한 고등학교에서 그녀는 학교장에게 찾아가 당시 남학생에게만 개설되었던 국제수학올림피아드 대회 준비반을 여학생들을 위해서도 만들어줄 것을 요청했다.

교장의 허락으로 또 한 명의 수학영재 로야 베헤슈티(현 워싱턴 대학 수학교수)와 함께 미르자카니는 준비반에서 공부할 수 있었고 이란수학올림피아드에 참가하여 17세의 나이로 금상을 그리고 그 다음해에는 대회 만점자로 기록되었다. 

하버드 대학원으로 진학

미르자카니는 1999년 이란의 사리프 대학 졸업 후 박사학위를 위해 미국 하버드 대학에 진학했다. 그곳에서 그녀는 커티스 맥멀런 교수의 쌍곡기하학에 관한 세미나에 참석하게 된다. 맥멀런 교수는 1998년 쌍곡기하학과 타이히뮐러 이론에 대한 연구로 필즈상을 수상한 대가였다.

미르자카니는 <가디언>(The Guardian, 2014년 8월 13일자)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세미나 초창기에는 내용을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고 온전하지 않은 영어로 인해 모국어인 페르시아어로 노트를 만들었지만, 서서히 쌍곡 기하학의 논증들을 단순하고 우아하게 만드는 커티스 교수의 기법에 매료되었다”고 한다.

그녀는 2004년 완성된 박사학위 논문에서 ‘모듈리 공간(moduli space)의 부피에 관한 공식’을 다루었다. 모듈리 공간이란 주어진 표면에서의 가능한 모든 쌍곡 구조들의 집합을 의미한다.

뿐만 아니라 미국 고등연구소의 저명한 끈이론 물리학자 에드워드 위튼이 제기한 추측에 관한 새로운 증명을 제시함으로써 한 논문으로 두 주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업적을 이루게 된다.

2014 필즈상 수상자 (왼쪽부터) 아트투르 아빌라(35, 브라질-프랑스), 만줄 바르가바(40, 미국), 마틴 헤어러(38, 영국), 마리암 미르자카니(37, 이란-미국). ⓒ 연합뉴스

2014 필즈상 수상자 (왼쪽부터) 아트투르 아빌라(35, 브라질-프랑스), 만줄 바르가바(40, 미국), 마틴 헤어러(38, 영국), 마리암 미르자카니(37, 이란-미국). ⓒ 연합뉴스

수학 재능보다 소중한 자신감

이토록 놀라운 업적을 이룬 그녀는 전광석화 같은 속도로 문제를 해결하는 천재일까?

<퀀타매거진>에 따르면 그녀는 번뜩이는 직관력으로 문제를 순식간에 해결하는 수학자들과 달리 자신을 ‘느린 편’(slow)이라고 묘사한다.

그녀는 “난제를 붙잡고 몰입하다 보면 수개월 혹은 몇 년 후에는 문제의 전혀 다른 측면을 보게 된다”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또 빠른 속도로 문제를 해결하는 수학자들에게 전혀 위축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나는 쉽게 실망 하지 않고 그런 면에서 상당한 자신감이 있어요.”

미르자카니는 필즈상 수상 후 열린 미디어 컨퍼런스에서 수학 교육과 연구에 관해 토론하면서 ‘재능’보다 ‘자신감’이라는 단어를 반복해서 말했다.

그녀는 “많은 청소년들이나 여학생들을 보면 수학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미르자카니는 “수학을 하면서 중요한 것은 재능이 아니라 ‘내가 재능이 있다’고 느끼는 것이며, 개인 안에 내제된 창조성을 발현해줄 자신감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수학 천재에게 중요한 것은 타고난 재능보다 자신감이라는 사실을 강조한 것이다.

집에서는 바닥에 큰 종이를 놓고 수학 연구를 한다는 미르자카니. ⓒ Simons Foundation and the International Mathematical Union

집에서는 바닥에 큰 종이를 놓고 수학 연구를 한다는 미르자카니. ⓒ Simons Foundation and the International Mathematical Un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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