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tember 25,2017

가격이 15배 폭등한 이 콩은?

과학서평 / 씨앗의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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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북부 사막과 같은 곳인 라자스탄에서 재배하는 ‘구아’는 몇 년 새 가격이 1,500%나 뛰었다. 일주일에 가격이 두 배로 오른 적도 있다.

예전에는 소 먹이로 쓰이던 것이다. 가난한 농부들은 배젖콩으로 분류되는 ‘구아 콩’이 돈이 되는 것을 알고, 팔아서 텔레비전도 사고, 오토바이도 산다. 심지어 돈을 모아 가족들이 해외여행도 떠난다.

인도판 노다지라고 할 수 있는 이 구아 콩이 부족해지자 2011년과 2012년에는 미국의 일부 석유 시추회사들이 문을 닫았을 정도이다. 구아 가격이 올라 석유 시추회사 수익이 나빠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자 석유재벌 핼리버튼 회사의 주식은 하루 사이에 10%나 빠질 정도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배럴당 100달러를 오가던 석유 원유가격이 2008년 갑자기 떨어진 데는 미국에서 획기적인 석유 채굴기술이 개발됐기 때문이다. 바로 셰일가스 채굴기술이다. 셰일가스는 ‘셰일층에 갇혀있는 천연가스’를 말한다. 셰일층이라는 암반에 갇혀 있어서 지금까지는 채굴비용이 비싸서 경제성이 없던 원유를 말한다.

셰일가스 채굴을 도운 인도의 구아 콩

그런데 셰일층에 갇혀있는 원유를 캐내는 프래킹(fracking) 기술은 일명 수압파쇄라고도 하는데 물, 모래, 산, 화학물질을 한데 섞은 ‘수압파쇄액’을 하나로 결합시켜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구아에서 추출한 ‘구아검’이다.

세계 에너지 시장을 완전히 뒤흔들어놓은 신기술을 가능하게 한 것은 지금까지는 쓸모없는 것으로 여겨졌던 ‘구아’라는 콩이다.

‘씨앗의 승리’라는 과학도서는 그 책 이름만큼, 생명을 간직한 씨앗이 얼마나 큰 힘을 가졌는지를 잘 보여준다. 그리고 그 씨앗에서 나온 열매, 다양한 곡물이 얼마나 역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지 보여준다.

씨앗의 승리1

과거에도 씨앗은 역시나 중요했다. 로마제국을 오래동안 유지시켜준 여러 요인 중 하나는 곡물가격 안정에 기여한 보조금이었다. 로마는 외국에서 곡물을 들여와야 했는데, 국민들의 식생활 안정을 위해 보조금을 지불해왔다.

이 보조금이 줄어들수록 먹을 것이 부족한 주민들의 반란이 심해졌으며 보조금이 완전히 철폐됐을 때 마침내 무너졌다.

그렇다면 씨앗은 무엇인가? 어떻게 씨앗은 몇 백 년 전 발굴된 무덤에서 나온 것도 땅에 심으면 싹이 날 수 있다는 말인가? 5분만 숨을 멈추면 목숨이 끊어지고, 며칠만 굶어도 생명을 이어가기 어려운 존재가 사람인데, 어떻게 씨앗은 몇 백 년을 버티면서 생명의 근원을 간직할 수 있다는 말인가?

남편과 함께 씨앗에 대해 450편 이상의 논문과 글, 책을 쓴 캐롤 배스킨 박사는 씨앗을 이렇게 알기 쉽게 설명해서 미국 켄터키 대학 최고의 과학교수라는 평판을 받았다.

“씨앗은 도시락과 함께 상자안에 들어있는 아기입니다.”

물론 캐롤은 아기중에는 도시락을 다 먹은 아기가 있는가 하면, 일부분만 먹는 아기도 있고, 아예 한 입도 먹지 않는 아기도 있다고 덧붙인다. 그런데 씨앗은 두꺼운 보호막 껍질을 이용해 수분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기 때문에 바싹 마른상태이다.

물이 없으므로 배아(아기)의 성장이 거의 정지상태로 유지되는데 발아에 알맞은 조건이 될 때 까지 몇 달, 몇 년, 심지어는 몇 세기까지 지속되는 것이다.

치명적인 독극물도 씨앗에서 추출

씨앗은 치명적인 죽음의 기운을 간직하기도 한다. 1978년 런던 길거리에서 어느 이상한 사람이 불가리아의 망명작가 마르코프를 우산대로 다리를 슬쩍 찔렀다. 그리고는 미안하다고 헤어졌다. 마르코프는 방송을 마치고 집에 들어온 그날 밤 고열에 시달리다가 곧 급성혈액중독으로 보이는 증세를 보이고 사망했다.

놀라운 것은 그의 다리에 볼펜으로 살짝 누른 것 같은 검은 점이 있었는데, 그것은 암살자가 쏜 아주 작은 총알이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 볼펜 똥 만한 총알에 뚫은 아주 작은 구멍에 치명적인 독극물이 숨어 있었다.

그렇게 적은 독극물로 그렇게 빨리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는 죽음의 기운 역시 씨앗에 담겨있었다. 마르코프를 죽음에 이르게 한 치명적인 독은 아주까리 씨 기름에 들어있는 리신(ricin)이라는 단백질이다.

과학적인 탐구가 점점 더 고도화하고 인간 생활과 분리되는 추상적인 세계로 향하는 것 같지만, ‘씨앗의 비밀’에서 설명하는 수많은 씨앗과 그 씨앗이 자란 열매(곡물을 포함해서)가 보여주는 잠재력과 중요성은 결코 줄어들지 않음을 이 책은 잘 보여준다.

이 책을 쓴 보존 생물학자 소어 핸슨(Thor Hanson)은 구겐하임(Guggenheim) 펠로우, 스위처(Switzer) 재단 환경연구원으로 있다. 씨앗이 이렇게 재미있고 위험하면서 큰 비밀을 간직한 것인지 그 만큼 잘 설명할 사람도 없을 것 같다.

세계 에너지 지도를 바꾼 구아 콩 가격의 폭등을 막기 위해 과학자들은 대체 작물을 찾고 있다. 그 중 하나는 지중해 지역의 메뚜기콩인 캐롭, 페리 해안지역의 관목인 타라, 중국의 결명초 이다.

혹시 우리나라에도 유사한 식물이 있지는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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