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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김병희 객원기자
2016-05-30

종이접기로 DNA 나노구조 생성 바이러스 모방, 대용량 저장매체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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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 웰컴 도서관의 가장 가치있는 소장품 중에는 1953년 프랜시스 크릭(Francis Crick)이 연필로 거칠게 스케치한 그림 한 점이 있다. 바로 지구상 모든 생명체의 설계도를 담은  이중나선 구조를 나타낸 최초의 그림 가운데 하나다.

이 DNA의 간단한 자기 조립 특성과 다양한 정보 탑재 능력이 왓슨과 크릭은 전혀 상상하지 못한 많은 용도로 확산되고 있다.

미국 애리조나대 하오 얀(Hao Yan) 교수(분자디자인 및 생체모방 바이오디자인세터)는 매서추세츠공대(MIT)와 베일러 의대 연구진과 함께 26일자 ‘사이언스’(Science) 온라인판에 DNA를 기하학적 형태로 디자인하는 새로운 방법을 발표했다. 이 방법은 DNA 오르가미(종이접기)로 알려진 기술을 새로 변형한 것으로, 쌍을 이루는 DNA의 기본적인 특성이 2차원 및 3차원의 작은 구조를 만드는데 활용됐다.

얀 박사는 “DNA 나노기술 분야에서 중요한 도전 중의 하나는 DNA 나선이 접히는 경로의 세부사항에 관해 사람이 많이 개입하지 않고 하향식 설계로 원하는 구조를 디자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DNA 오르가미 나노구조를 디자인하는데 사용된 기본 과정. 첫 번째는 의도한 디자인의 와이어 프레임이다. 소트트웨어가 이를 번역해 목표로 하는 형태를 만들 수 있는 DNA 지지 비계와 꺾임 가닥들을 전송할 계획을 세우게 된다.  ⓒ Biodesign Institute at Arizona State University
DNA 오르가미 나노구조를 디자인하는데 사용된 기본 과정. 첫 번째는 의도한 디자인의 와이어 프레임이다. 소트트웨어가 이를 번역해 목표로 하는 형태를 만들 수 있는 DNA 지지 비계와 꺾임 가닥들을 전송할 계획을 세우게 된다. ⓒ Biodesign Institute at Arizona State University

마크 베이스(Mark Bathe) 박사가 이끄는 MIT 연구진은 단순히 원하는 모양을 입력하기만 하면 DNA 나노구조를 디자인해 낼 수 있는 컴퓨터 알고리듬을 개발했다. 이들은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조작해 디자인 설계양식을 구성하는데 필요한 DNA 나선들을 계산해서 산출할 수 있도록 했다. 시스템적으로 특성화한 이 같은 구조 형성은 3개 연구기관에서 실험을 통해 검증했다. 얀 박사는 “이번 작업은 학제간 협동 과학의 실례를 보여준 좋은 사례”라고 말했다.

DNA 1g에 700테라바이트 자료 수백만년 보관 가능

연구팀은 놀랄 만한 극미세 규모로 필요한 구조들을 고안했다. 원자 및 저온전자현미경을 포함해 전문 이미징 기술이 산출 형태를 시각화하는데 활용됐다.

단순화된 기술이 DNA 오르가미(orgami) 용도를 전문가 영역을 넘어 생체분자 과학과 나노기술의 응용으로까지 크게 확장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여기에는 약물전달과 세포 표적 치료를 위한 나노 입자 사용 그리고 의료와 산업 및 맞춤 광학기구 설계에 다양하게 쓰이는 나노 규모의 로봇 생산 등이 포함된다.

곧 펼쳐질 흥미로운 혁신 중의 하나는 DNA를 저장매체로 사용하는 것인데, DNA 1g 당 700 테라바이트(1테라바이트=1024 기가바이트) 용량의 자료를 수백만년 동안 손실 없이 보관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스패닝 트리로 알려진 굵은 선들은 각 정점을 이어가며 원하는 기하학적 모양을 이룬다. 스패닝 트리 알고리듬이 DNA 가닥을 전송하기 위한 알맞은 통로를 구성하기 위해 새로운 DNA 오르가미 방법에 사용됐다.  ⓒ ScienceTimes
스패닝 트리로 알려진 굵은 선들은 각 정점을 이어가며 원하는 기하학적 모양을 이룬다. 스패닝 트리 알고리듬이 DNA 가닥 전송에 필요한 알맞은 통로를 구성하기 위해 새로운 DNA 오르가미 방법에 사용됐다.

하향식 설계 방법 활용

가상적으로 어떤 다면체 모양을 만들 수 있는 새로운 설계 방법에는 하향식 전략이 적용되고 있다. 먼저 원하는 모양의 윤곽을 만든 다음 필요한 DNA 염기서열의 범위를 정해 최종 산물을 형성할 수 있도록 알맞게 접히게 한다.

일련의 과정은 연구진이 고안한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에 따라 자동적으로 수행된다. (for DNA Origami Sequence Design Algorithm for User-Defined Structures)로 불리는 이 프로그램은 입력 와이어 프레임 망을 기초로 임의의 DNA 오르가미 나노형태들을 정반대로 디자인한다.

이 프로그램들은 사용자 친화적일 뿐만 아니라 용도가 매우 다양하며 둥근 모양에 국한되지 않고 여러 형태들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일단 컴퓨터 네트워크망을 통해 원하는 모양이 그려지면 필요한 길이의 DNA 가닥과 염기순서가 비대칭 중합효소 연쇄반응을 통해 생성된다.

이번 연구는 역설계 원리를 이용해 35다면체와 6개의 비대칭 구조, 4개의 비구형 다면체를 포함한 다양한 기학학적 DNA 산물을 선보였다. 이 방법을 이용하면 원하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수작업 대신 고도의 정확도와 안정성을 가진 나노형태들을 생산할 수 있다.

연구를 수행한 애리조나 주립대 바이오디자인센터 하오 얀 교수 ⓒ Biodesign Institute at Arizona State University
연구를 수행한 애리조나 주립대 바이오디자인센터 하오 얀 교수 ⓒ Biodesign Institute at Arizona State University

바이러스나 광합성 유기체 모방한 나노구조물 생성 가능

DNA 오리가미는 일본 전래의 종이 접기 방법을 분자 규모로 구현한 것이다. 기본은 매우 간단하다. DNA의 한 가닥을 원하는 모양으로 만든 후 좀더 짧은 꺽쇠 가닥을 사용해 구조를 단단하게 한다. 이것은 이후 DNA의 긴 쪽을 따라 필요한 곳에 결합된다. 이 방법은 DNA 뉴클레오티드 문자인 A, T, G, C가 일관성 있게 A는 T와, C는 G와 항상 쌍을 이룬다는 사실에 기초하고 있다.

외가닥 DNA는 이중가닥 DNA가 특성상 매우 딱딱한 데 비해 부드럽다. 이 때문에 외가닥 DNA는 레이스 같은 이상적인 비계 재료로 사용될 수 있다.

이 기술은 수많은 형태의 2차원 및 3차원 형태를 만들어내는데 성공적인 것으로 증명됐다. 디자인된 DNA 염기서열들이 함께 모이면 편리하게 스스로 결합한다. 까다로운 부분은 적당한 DNA 염기서열을 마련해 원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도록 지지 비계와 꺾임 가닥들을 통로를 따라 잘 전송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손으로 해야 하는 힘든 작업이다.

이 기술로 생산된 DNA 구조들은 추가 실험을 통해 혈쳥과 저염 조건에서 오랫 동안 안정성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나 생물학적 응용에 적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연구는 바이러스나 광합성 유기체 그리고 다른 복잡한 자연 진화 산물이 갖는 특성을 모방해 낼 수 있는 나노구조 시스템 발전의 교두보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김병희 객원기자
kna@live.co.kr
저작권자 2016-05-3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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