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y 28,2017

동안(童顔) 유전자의 비밀 찾아라!

강석기의 과학에세이 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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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를 초월한 사람이 아니고서야 우리는 나이보다 젊게 보이고 싶기 마련이다. 실제로 ‘얼굴나이’는 사람마다 제각각이어서 필자처럼 40대 후반인 경우 얼굴로 보면 30대로 보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환갑이 넘어 보이는 사람도 있다. 게다가 얼굴나이는 생물나이, 즉 폐 기능 등 여러 생리 지표를 바탕으로 산출한 나이를 반영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즉 젊어 보이는 사람이 실제 몸도 젊다는 말이다.(자세한 내용은 과학에세이 131 ‘동안인 사람이 몸도 젊다!’ 참조)

그렇다면 왜 어떤 사람은 동안이고 어떤 사람은 노안(老顔)일까.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 좋은 음식 먹고 고생을 안 한 사람은 동안이고 궁핍한 생활을 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삶을 살아온 사람은 노안이 되는 걸까. 물론 그렇겠지만 이런 환경요인이 얼굴나이를 100% 결정하지는 않는 것 같다. 우리는 부모가 동안이면 자녀도 동안인 경우가 많음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 5월 9일자(4월 29일 사이트에 미리 공개)에는 동안유전자를 찾았다는 흥미로운 논문이 실린다. MC1R 유전자로 유전형에 따라 얼굴나이가 2년 정도 차이난다는 결과다. 동갑이라도 얼굴 나이는 수십 년 차이가 날 수 있으므로 2년이면 큰 영향이 없는 것 같지만 흡연이 얼굴 나이에 미치는 영향이 그 정도다.

얼굴나이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다양하다. 위의 두 사진은 주름의 차이가 포함된 경우로 왼쪽은 실제나이 70세인 여성 가운데 젊어 보이는 사람 22명의 합성사진으로 얼굴나이가 59세이고 오른쪽은 더 늙어 보이는 22명의 합성사진으로 얼굴나이가 80세다. 아래 두 사진은 주름의 양이 같은 경우로, 왼쪽은 얼굴나이가 60세이고 오른쪽은 78세다. 위아래 모두 MC1R 유전자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커런트 바이올로지

얼굴나이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다양하다. 위의 두 사진은 주름의 차이가 포함된 경우로 왼쪽은 실제나이 70세인 여성 가운데 젊어 보이는 사람 22명의 합성사진으로 얼굴나이가 59세이고 오른쪽은 더 늙어 보이는 22명의 합성사진으로 얼굴나이가 80세다. 아래 두 사진은 주름의 양이 같은 경우로, 왼쪽은 얼굴나이가 60세이고 오른쪽은 78세다. 위아래 모두 MC1R 유전자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커런트 바이올로지

네덜란드와 영국의 연구자들은 ‘로테르담 연구’라는 장기노화연구프로젝트에 참여한 2693명을 대상으로 얼굴나이를 평가한 뒤 전장유전체연관분석연구(GWAS)를 실시해 얼굴나이에 영향을 주는 유전자를 찾았다. 즉 어떤 유전자의 단일염기다형성(SNP) 유형에 따라 얼굴나이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다를 경우 이 유전자가 동안유전자라는 말이다. 분석 결과 이런 유전자가 하나 발견됐다. 바로 MC1R 유전자다.

유전형에 따라 2년 차이 나

MC1R 유전자는 멜라노코르틴-1-수용체를 암호화하고 있는데, 이 수용체는 멜라닌세포의 표면에 존재한다. 멜라닌세포는 외부 자극이 없을 때 빨간색에서 노란색을 띠는 색소인 페오멜라닌(pheomelanin)을 만들지만 멜라닌세포자극호르몬(MSH) 등이 MC1R에 달라붙어 신호를 전달하면 갈색에서 검은색을 띠는 색소인 유멜라닌(eumelanin)을 만든다.

그런데 MC1R 유전자에 변이가 생겨 이런 수용체로서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할 경우 유멜라닌을 거의 만들지 못한다. ‘빨강머리의 앤’이라는 소설의 주인공 앤이 이런 경우로 머리카락이 붉은빛을 띠고 피부가 창백하다.

이번 조사로 바로 이런 유전자 변이인 사람들의 얼굴이 나이 들어 보인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즉 부모 양쪽으로부터 유멜라닌을 만들 수 있는 MC1R 유전자 타입(W/W)을 물려받은 사람에 비해 한쪽으로부터 변이를 받은 사람(W/R)은 1년, 양쪽 모두로부터 변이를 받은 사람(R/R)은 2년 정도 더 나이가 들어 보이는 것으로 밝혀졌다.

얼굴 나이에는 주름, 피부 처짐, 검버섯이라고 부르는 색소 침착 등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미친다. 연구자들은 그 가운데 가장 큰 요인인 주름을 변수에서 없앴을 때, 즉 주름의 양이 같은 사람들 사이에서 비교했는데 MC1R 유전자가 여전히 얼굴 나이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 피부색이나 성별 등의 변수를 없앴을 때도 여전히 MC1R이 동안유전자인 걸로 나왔다.

연구자들은 MC1R 유전자가 동안유전자로 작동하는 건 지금까지 잘 알려진 색소 생성에 영향을 주는 기능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또 주름과도 관계가 없고 아마도 피부 처짐 등 다른 요인에 영향을 주는 것 같다고 추정했다. 이처럼 어떤 유전자가 한 가지 이상의 기능을 하는 경우를 다면효과(pleiotropic effect)라고 부른다. 연구자들은 앞으로 더 많은 SNP데이터를 분석해 추가로 동안유전자를 찾을 계획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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