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y 26,2017

‘온라인 강의’ 한눈팔다가는…

카이스트 믹 팡기 교수의 SCI 논문 강의요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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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에서 석박사 과정 학생들에게 ‘SCI 논문작성법’을 가르치는 믹 팡기(Mik Fanguy) 교수는 수업시간에 학생들과 재미있는 조각 맞춤 놀이를 한다.

팡기 교수는 ‘영어로 정확하게 표현하는 실력’을 길러 주기 위해, 학생들에게 사진이나 자료 없이 오로지 글만 가지고 간단한 조각맞춤을 설명하도록 하는 훈련을 시킨다. 첫 번째 학생이 영어문장으로 조각맞춤요령을 설명하면, 그 설명을 읽고 다음 학생들이 조각맞춤을 하는 식이다.

조각맞춤 놀이로 분명한 표현의 중요성 깨우쳐    

명쾌하고 분명하게 설명하지 않으면, 첫 번째 조각맞춤과 두 번째 조각맞춤이 다르게 나올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학생들은 백 마디 말을 듣는 것 보다 더 확실하게 ‘분명한 표현의 중요성’을 익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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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를 없애거나 줄이는 ‘에듀케이션 3.0’은 최근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온라인 교육의 카이스트 버전이다. 이 교육법을 주도적으로 시행하는 카이스트의 이태억 교수는 “강의를 하지 마라”는 충격적인 발언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카이스트의 다양한 분야에서 ‘에듀케이션 3.0’은 활발하게 적용된다. 외국인 교수들도 자신의 강의에 적극 활용하는 교수법이다.

그 중 믹 팡기 교수는 한국에 온 지 15년이다 보니 한국학생들에게 맞는 ‘에듀케이션 3.0’으로 가르친다. 팡기 교수는 3시간짜리 강의의 절반은 온라인 강의로 준비했다. 15분짜리 비디오 강의를 온라인에 올려놓으면 학생들은 혼자서 공부한다. 집에서 PC로 볼 수도 있고, 스마트 폰으로도 수강이 가능하다.

팡기 교수는 “에듀케이션 3.0의 성패를 결정하는 것은 학생들이 정말 온라인 강의를 성실하게 수강했는지를 점검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아무리 강의 내용이 좋아도, 비디오를 틀어놓고 딴 짓을 하고 강의를 수강한 것처럼 위장하면 아무런 효과가 없다.

팡기 교수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잘 짜여진 퀴즈문제를 낸다. 퀴즈 문제도 수강생들이 커닝을 할 지 모른다. ‘퀴즈문제 해답은 2-3-4-1-5′라는 식으로 학생들이 정답을 돌리면 원하는 학습효과를 내기 어렵다.

믹 팡기 교수의 온라인 강의 화면 캡처 ⓒ ScienceTimes

믹 팡기 교수의 온라인 강의 화면 캡처 ⓒ ScienceTimes

그렇다고 퀴즈를 포기할 순 없는 일. 팡기 교수는 “모든 학생이 서로 다른 퀴즈를 풀도록 한다”고 부정시험 방지요령을 밝혔다. 팡기 교수가 다양한 문제은행을 만들어놓으면, 에듀케이션 3.0 프로그램은 자동적으로 학생별로 다르게 문제를 골라서 출제한다. 컴퓨터 프로그램이 임의로 문제은행에서 선택해서 순간적으로 조합하기 때문에, 수 십 명 정도 되는 학생이 같은 문제를 풀 가능성은 거의 없으니, 학생들은 퀴즈 커닝은 꿈도 꾸지 않는다.

학생들이 진짜로 온라인 비디오를 보고 강의내용을 이해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팡기 교수는 ”퀴즈는 5분 안에 5개 문제를 풀도록 했다”고 말했다. 문제풀이 시간이 길면 학생들은 강의를 보면서 문제를 풀 수도 있고, 비디오를 틀어놓고 보지 않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에듀케이션 3.0이 성공하려면, ‘나쁜 학생’들이 온라인의 약점을 악용하려는 모든 시도를 비교적 완전하게 차단하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팡기 교수는 한국 학생들의 특징과 약점을 최대한 줄이려는데 많은 시간을 들였다. 학생들이 서로 긴밀하게 대화를 나누면서 특히 감각을 활용하는 매우 창의적인 교육법을 시도했다. 수업시간에 조각맞춤을 맞추도록 하는 ‘촉각’을 활용했기 때문에 학생들은 수업이 끝난 다음에도 손 끝 느낌을 통해서 교육내용을 온 몸으로 받아들인다.

온라인 강의의 완성은 오프라인에서    

과학적인 영어논문을 쓰는데 필요한 온라인 교육은 학생들에게 호응을 받고 있다. 석박사 과정이므로 이해력이 빠르고, 혼자 공부하는데 익숙해져 있는데다, SCI논문을 쓰려면 영어작성실력을 키워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팡기 교수는 “교육의 모든 과정을 온라인으로 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팡기 교수는 가장 좋은 교수법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교육을 절반씩 섞어서 하는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두 번째로 효과적인 교수법은 전통적인 교수법이다. 예상과는 달리, 가장 나쁜 교수법은 온라인으로만 이뤄지는 것이라고 팡기 교수는 경험을 토대로 설명했다.

그렇지만 오프라인 시간에 강의는 하지 않고, 비디오 강의를 얼마나 이해했는지 관리하는 시간으로 활용한다. 온라인 강의는 학생과의 접촉으로 완성되는 셈이다.

표현력이 부족한 우리나라 학생들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팡기 교수는 단순히 영어과학 논문지도에 그치지 않고 이공계 학생들의 ‘소통 능력 향상’에 초점을 맞췄다.

“과학자와 엔지니어들이 학술대회에 참가하거나 국제연구팀에서 일하려면, 자신이 한 일을 말로도 잘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팡기 교수가 논문작성 외에도 ‘발표와 토론’ 과목도 에듀케이션 3.0으로 가르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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