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ne 22,2018

착한 우주와 악한 우주가 있는가?

[심재율의 영화 이야기] 스타워즈 : 깨어난 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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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자랑하는 우주과학 시리즈 영화 ‘스타워즈:깨어난 포스’의 위세가 강력하다. 우리나라에서는 2015년 12월 17일 개봉한 이래 12월 29일까지 13일 동안 262만 명을 동원했다.

세계시장에서는 더 맹렬한 반응을 보여 역대 최단 기간 10억달러 흥행수익을 돌파했다. 월트 디즈니는 27일 스타워즈가 개봉 12일 만에 북미에서 5억4,500만 달러(약 6,380억원), 그 외 지역에서 5억4,600만 달러(약 6,390억원) 티켓 매출을 올려 최단 기간 10억 달러 돌파 기록을 세웠다고 밝혔다.

이보다 앞선 기록을 가진 ‘쥬라기 월드’는 중국에서 거둔 수익까지 넣어 13일이 걸렸지만, 스타워즈는 중국에서 개봉하지 않은 기록이다. 중국 개봉은 2016년 1월 9일이다.

스타워즈:깨어난 포스의 공중전 장면 ⓒ 월드디즈니코리아

스타워즈:깨어난 포스의 공중전 장면 ⓒ 월드디즈니코리아

‘스타워즈:깨어난 포스’를 본 관객이라면 영화팬들이 미국 영화의 그 많은 시리즈 중에서도 ‘스타워즈 시리즈’를 비교적 높게 꼽는 이유를 알 것 같다.

1977년 처음 나왔을 때 세계를 뒤집어 놓았던 광선검(光線劍)의 위력에 홀로그램 지도, 깜찍한 로봇의 등장에다, 이 영화로 세계적인 스타로 부상한 해리슨 포드가 나이든 모습 그대로 출연하는 등 영화팬을 끌어들일 요소들이 매우 다양하다.

스타워즈 시리즈에는 우주를 둘러싼 선과 악의 싸움, 빛과 어둠의 대립, 그 가운데에서 빠지지 않는 충성과 배신 등이 적절하게 배합되어 있다. 미국과 유럽 등 기독교 문화 국가에서는 특히 이 부분이 매우 중요하다. 우주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신과 악마의 전쟁이 기독교 문화의 핵심인 성경의 중요한 내용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주개척이야 말로 얼마나 미국인들의 과학적 자부심과 상상력을 충족시키는가 말이다. 서부활극을 그렇게 좋아하는 미국인들이 무대를 서부(西部)에서 우주로 확대했으니 이래저래 재미있는 볼거리가 된 것은 당연하다.

익숙한 주인공들이 빠지지 않고 나오고, 전편에 이어 줄거리가 연결되는 것도 스타워즈의 엄청난 재미꺼리이다. 새 시리즈가 나올 때 마다 새 스토리를 짜야 하는 007영화에 비해서는 유리한 장점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스타워즈에서 새로 등장한 주인공 레이(데이지 리들리)는 선과 빛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이 젊은 여배우는 악과 어둠을 대표하는 카일로 렌(아담 드라이버)과 사생결단하는 싸움을 벌이지만, 결국 어찌어찌하여 적의 소굴로 잡혀 들어간다.

두뇌 싸움을 이용해서 적진을 빠져 나오는 여주인공 레이

어둠의 상징인 카일로 렌은 사람의 머릿속에 있는 기억을 끄집어내는 놀라운 포스(force)를 지녔다. 아무런 도구를 쓰지 않고, 더구나 상대방의 머리에 손을 대지도 않는 비접촉식으로 정보를 빼낸다. 이는 마치 둥근 터널안으로 머리를 집어넣었을 때 뇌를 샅샅이 단층촬영하는 CT나 혹은 MRI와 같은 기능을 가진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스타워즈는 뭔가 신기하거나 새로운 능력이면 그것이 물리적인 것이든 정신적인 것이든 혹은 새로운 에너지에 관한 것이든 그저 모두 뭉뚱그려서 포스라고 불러서 관객들을 이해시켰다.

레이를 사로잡은 카일로 렌은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는 독심술(讀心術) 같기도 하고, 기도하면 아픈 부위를 속속들이 알아내는 기도치료사 같은 신기한 포스를 작렬해서 레이가 본 비밀지도를 빼내는데 성공한다.

이제 레이를 죽여 없애는 순서만 남았다. 그러나, 레이의 머릿속을 뚫고 들어가 기억을 훔친 그 순간, 카일로 렌은 역공작에 걸려들었다. 의자에 손발이 묶힌 채 꼼짝 못하고 있던 레이는 카일로 렌이 자기 머릿속을 뒤지는 바로 그 순간, 거꾸로 카일로 렌의 머리를 뒤지는데 성공한다. 카일로 렌의 두뇌로 완전 변신한 레이는 경비병에게 결박을 풀도록 명령을 내린 뒤 경비병이 가진 총 까지 얻어 탈출하고 만다.

결국 사람의 머리에서 혹은 마음에서 선과 악이 교묘하게 뒤엉켜 싸운다는 고전적인 정석을 현대식으로 재해석해서 영화로 승화시켰다. 스타워즈는 이 같은 디테일이 숨 쉴 틈도 없이 계속 이어지므로 관객들의 시선을 빼앗고 있다.

스타워즈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비결을 다른 면에서 짚어볼 수 있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스타워즈라는 영화는 관객들에게 아주 중요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것은 “우주에 선악(善惡)이 존재하는가?”이다.

스타워즈:깨어난 포스 영화포스터 ⓒ 월트디즈니코리아

스타워즈:깨어난 포스 영화포스터 ⓒ 월트디즈니코리아

스타워즈는 어찌된 일인지, 우주에 선악이 존재한다고 확신이라도 하듯, 아무런 설명도 없이 바로 들이댔다. 우주에도 선악이 있다고. 보통 사람들이 헷갈리기 쉬운 것이 선과 악이 존재하는지, 혹은 선과 악이 꼭 싸워야 하는지, 그리고 선악의 존재가 단순한 상상인지 현실인지에 대해서 대단히 모호한 회색을 띤다. 선과 악이 존재한다고 해도 그것이 단순히 지구상에서만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스타워즈는 이런 모호한 상상과 추측에 단 한 번의 눈길도 주지 않고 바로 시작했다. 우주에도 선악이 존재하고, 그리고 그 둘은 사생결단을 하고 서로 싸운다고.

‘악한 우주’의 존재를 기정사실로 인정하는 이상한 영화

물리학을 비롯해서 수학 등 과학의 핵심 내용이 철학적이거나 혹은 신학적인 바탕에서 시작됐다는 것을 감안하면, 스타워즈가 과학계에 던지는 화두는 결코 작지 않다. 우주에도 선과 악이 있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던지는데 성공했고,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그 같은 메시지에 맹목적으로 열광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다음 단계로 나타날 분야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과연 우주의 어느 부분이, 혹은 어느 별이 혹은 더 나아가 어느 은하계가, 어둠의 별인지, 악의 소굴인지를 밝히려 드는 우주천체물리학의 등장일 것이다.

착한 우주와 악한 우주가 있는가?

스타워즈는 “그렇다”고 관객들을 설득하고 있다. 아무 설명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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