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이 세계 11번째로 유럽핵입자물리연구소(CERN)의 최상위데이터센터 ‘티어원(Tier-1)’에 선정되었다. 스위스 소재 CERN은 지난 28일 KISTI에게 공식 인증서를 수여했다.
KISTI는 그동안 ‘기초연구 실험데이터 글로벌 허브 구축사업(GSDC)’을 통해 첨단 거대가속기에서 발생한 빅데이터를 확보해왔다. GSDC는 세계의 실험 데이터를 국내 물리연구자와 ICT 공학자가 공동으로 연구하도록 미래창조과학부가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번 선정에는 거대한 데이터를 분산 처리하는 그리드 컴퓨팅 운영 경험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리드 컴퓨팅(Grid Computing)이란 서로 다른 기종의 컴퓨터 수십 수백 대를 이용해 거대한 데이터를 분산 처리하는 방식이다. 전체를 하나의 묶어 고성능 컴퓨터로 만들면 가속기에서 발생하는 페타바이트(10바이트의 15제곱) 급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다.
0~3단계 중 최상위데이터센터 ‘Tier-0’ 확보
CERN의 데이터센터는 티어제로(Tier-0), 티어원(Tier-1), 티어투(Tier-2), 티어쓰리(Tier-3)로 구분된다.
티어(Tier)는 ‘단계’ 또는 ‘계층’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가속기에서 생성된 빅데이터를 효과적으로 분산 처리하기 위해 데이터센터의 효율과 신뢰도에 등급을 매긴 것이다. 원천데이터센터 ‘티어제로’는 CERN이 보유하고 있다. 거대 실험장치에서 생성된 데이터가 처음으로 도달하는 장소다.
최상위데이터센터 ‘티어원’은 티어제로의 데이터 중 일부를 재구성해 하위 단계로 내보내는 역할을 한다. 원석을 보석으로 다듬는 작업에 비유된다. 현재 우리나라를 포함한 11개국 12개 기관만이 티어원을 보유하고 있다.
중위데이터센터 ‘티어투’와 하위데이터센터 ‘티어쓰리’는 필요한 데이터만을 추출하여 개별 연구결과물을 산출하는 데 도움을 준다. CERN의 인증을 받으면 티어투가 될 수 있으며 현재 140여 개 기관이 정식으로 선정된 상태다.
우리나라는 세계 11번째로 최상위데이터센터 ‘티어원’ 인증을 받았다. 이를 위해 초당 20~30억비트를 전송하는 2~3Gbps급 국제전용회선을 갖추고 2페타바이트 수준의 저장용 자기테이프, 2천500개의 코어로 이루어진 중앙처리장치, 1페타바이트 수준의 하드디스크를 구비했다.
현재 티어원을 보유한 나라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네덜란드, 캐나다, 대만, 북유럽연합 등 11개국 12개 기관뿐이다.
2016년까지 국제전용회선 속도 3배 이상 개선 예정
다만 우리나라는 국제전용회선의 속도를 높여야 할 필요가 있다.
CERN 가속기에서 발생하는 연간 20페타바이트 수준의 실험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전송하고 분석하려면 KISTI와 CERN 간에 10Gbps 급의 국제전용회선을 갖춰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 3Gbps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2016년을 목표로 구축을 진행 중이다.
10Gbps는 1초에 10기가비트 즉 100억 비트의 데이터를 전송하는 속도다. 일반가정에서 사용하는 100Mbps 초고속 인터넷망을 이용하면 1페타바이트의 데이터를 전송하는 데 3년이 걸린다. 10Gbps 전용회선은 10일이면 가능하다.
KISTI의 국제전용회선은 미국의 시애틀과 시카고를 거쳐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연결된 후 스위스 CERN으로 이어진다.
지금까지는 국내 기초물리학자와 IT공학자들이 시뮬레이션 결과를 얻으려면 CERN의 데이터 처리 상황에만 의존한 채 마냥 기다려야 했다. 이제는 ‘티어원’을 보유함에 따라 지구 반대편에 위치한 스위스 CERN의 실험데이터를 실시간에 가깝게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직접 보유한 가속기 없이도 고에너지 입자물리 분야를 선도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 임동욱 객원편집위원
- im.dong.uk@gmail.com
- 저작권자 2014-04-29 ⓒ ScienceTimes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