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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김준래 객원기자
2015-09-21

3만년 전 바이러스, 왜 깨울까? 기후변화로 영구동토층 변화··· 감염력에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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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저예산 공포영화나 음모론의 소재로 적당할 것 만 같은 ‘고대(古代)의 거대한 바이러스’ 부활 소식이 최근 외신을 타고 전해져 흥미를 끌고 있다.

거대 바이러스의 전자현미경 사진 ⓒ pnas.org
거대 바이러스의 전자현미경 사진 ⓒ pnas.org

과학기술 전문 매체인 '피스오알'지(phys.org)는 최근 기사를 통해 프랑스의 과학자들이 시베리아의 영구 동토에서 3만 년 전에 살았던 거대 바이러스를 발굴하는데 성공했다고 보도하면서, 발굴된 바이러스가 화석이 아닌 살아있는 형태여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 링크)

영구 동토층에서 냉동 상태로 보존

바이러스를 흔히 생물도 아니고, 무생물도 아닌 존재라고 부르는데, 그렇게 부르는 데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RNA나 DNA 같은 유전물질을 가지고 증식한다는 점은 생물체와 비슷하지만, 일반적인 생물체와는 달리 항상 대사 활동을 하지는 않는다.

대사 활동 없이도 아주 오랜 동안 존재할 수 있기 때문에, 무생물로 분류되기도 한다는 의미다. 특히 이런 특징 때문에 바이러스는 수십 년은 물론 수백 년 이상 보존되었다가 깨어날 수 있는데, 최근의 거대 바이러스 발굴 건도 이 같은 특징과 관련이 있다.

거대 바이러스의 멤브레인 구조 ⓒ pnas.org
거대 바이러스의 멤브레인 구조 ⓒ pnas.org

장 미첼 클라베리에(Jean Michel Claverie) 박사가 이끄는 프랑스 연구진은 시베리아의 영구 동토에서 약 3만 년 전에 살았던 거대 바이러스를 발굴하는데 성공했다. 이 바이러스의 명칭은 시베리아에서 온 부드러운 바이러스라는 뜻으로 ‘몰리바이러스 시베리쿰(Mollivirus Sibericum)’라 명명되었다.

이 바이러스의 발굴이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는 워낙 오래 전의 바이러스라 화석 형태인줄 알았는데, 실험실에서 분리해 보니 DNA와 단백질이 모두 살아있는 형태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현재 연구진은 프랑스국립과학연구센터(CNRS)의 격리된 연구실에서, 이 거대 바이러스를 숙주인 아메바에 감염시키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클라베리에 박사는 “영구 동토의 낮은 기온 덕분에 고대의 바이러스들이 완벽한 냉동 상태로 보존된 것 같다”고 추정하며 “하지만 보존 상태가 좋다고 하더라도, 바이러스가 상당히 큰 편이기 때문에 모든 유전자가 다 제대로 작동해서 번식을 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라고 밝혔다.

감염력 파악이 거대 바이러스 부활의 목적

몰리바이러스 시베리쿰은 고대에 존재한 바이러스만큼이나 현재의 바이러스와는 여러 가지로 많이 다르다. 우선 크기가 거대하다. 0.6미크론(μ)으로서 일반적인 바이러스보다도 10배 이상 크다.

또한 유전자 수도 많다. 확인된 유전자 수만 500개다. 현대적 바이러스의 전형이라 할 수 있는 에이즈 바이러스(HIV)가 9개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그 숫자가 상당히 많다고 할 수 있다.

바이러스 전염력은 일반적으로 유전자 수가 적을수록 감염력이 빠르며, 진화를 거듭할수록 유전자 수가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현재까지의 과학적 지식으로 볼 때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그래도 고대의 바이러스에 대해서는 위험성이 알려진 바가 없기 때문에 연구진은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굳이 이 바이러스를 이렇게 되살리려고 하는 것일까? 어쩌면 위험한 바이러스일지도 모르는 일인데 말이다. 이 같은 의문에 대해 클라베리에 박사는 “바로 그 점이 이 바이러스를 검증하는 이유”이라고 강조했다.

기후변화로 인해 영구동토층이 변화하고 있다 ⓒ wikimedia
기후변화로 인해 영구동토층이 변화하고 있다 ⓒ wikimedia

그의 설명에 따르면 최근 시베리아나 알래스카 같은 영구 동토층은 이름처럼 '영구적'이지 않은 지역으로 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변화로 지구의 전체 기온이 오르면서, 특히 영구 동토층이 더 많은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들 지역은 가스나 석유 등 천연 자원이 풍부하다고 알려져 있는 곳이다. 따라서 자원을 찾기 위해 계속해서 땅을 시추하고 파는 행위가 진행되고 있다. 그런 만큼 과거 오랜 세월 잠들어있던 바이러스들이 인위적인 영향으로 인해 깨어날 가능성이 커지게 된 것이다.

클라베리에 박사는 “이런 우려 때문에 우리가 발굴한 거대 바이러스도 잠재적 위험을 가지고 있는지를 점검해야한다”고 주장하며 “실제로 수만 년 전에 존재했던 바이러스가 다시 감염력을 지닐 수 있는지, 그리고 빠르게 증식할 수 있는지에 대해 테스트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가장 좋은 결과는 바이러스가 이미 감염력을 잃었거나, 혹은 증식을 할 수 없는 경우가 될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물론 현재로서는 결과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다양한 테스트를 거쳐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감염력 테스트는 물론 철저하게 격리된 실험실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연구진의 관계자는 “테스트 후 실제로 감염력이 확인된다면, 마구잡이로 영구 동토층을 파헤치지 못하도록 규제할 수 있는 근거가 되기 때문에 어떤 결과가 나오든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개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김준래 객원기자
stimes@naver.com
저작권자 2015-09-2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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