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탄생의 비밀을 밝혀줄 열쇠로 여겨졌던 ‘힉스 입자(Higgs boson)’. 이 미지의 입자를 입증하는 데 있어 결정적인 기여를 했던 ‘거대강입자가속기(LHC, Large Hadron Collider)’가 오랜 동면에서 깨어나 최근 재가동을 시작했다.
과학기술 전문 매체인 피스오알지(phys.org)는 성능 개선을 위해 지난 2년 동안 가동이 중단되었던 LHC가 지난 5일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갔다고 보도하면서, 이번 LHC의 재가동을 계기로 우주 기원의 비밀을 밝히려는 인류의 탐색이 다시 시작되었다고 밝혔다. (전문 링크)
성능 개선을 위해 2년 동안 업그레이드 작업 거쳐
강입자란 강한 핵력(核力)으로 묶인 입자를 의미한다. 강입자의 대표적인 종류로는 양성자를 꼽을 수 있는데, LHC에서 주로 가속하는 입자 역시 양성자가 대부분이다. LHC는 이런 양성자를 빛에 가까운 속도로 충돌시켜, 그때 발생하는 입자들의 현상과 에너지의 변화 등을 연구하는 실험장치다.
LHC 내에서는 서로 반대방향으로 가속하는 양성자가 각각 자기 질량의 7천배나 되는 에너지로 충돌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발생하는 충돌에너지는 양성자 질량의 1만 4천 배에 이르게 된다.
이처럼 LHC 내에서 엄청난 에너지가 발생하는 이유는, 상대성 이론에 따라 입자끼리 충돌해도 빛보다 더 빨라지지 않는 대신에, 질량이 급속도로 늘어나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강한 운동에너지를 가진 입자들이 충돌하면, 양성자가 쪼개지며 그 안에서 소립자들이 파편처럼 튀어나오게 된다. 과학자들은 이런 현상들이 바로 우주 초기인 빅뱅 이후의 상황과 유사하다고 보았고, 힉스 입자도 이와 같은 방법을 통해 그 존재를 입증하였다.
LHC를 운영하고 있는 곳은 세계 최대 입자물리학연구소인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다. 힉스 입자의 존재를 밝히는데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맡기도 한 이 연구소는, 현재 지하 100m 깊이에 설치된 둘레 길이 27㎞의 세계 최대 규모 LHC를 가동하고 있다.
지난 2009년 LHC의 완공 이후부터 CERN은 힉스 입자를 규명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지만 만족할만한 성과를 얻지 못했다. 그러다 운전 중단에 들어가기 직전인 지난 2102년에 CERN의 연구진은 마침내 이 신비의 입자를 발견하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이 같은 결과로 인해 피터 힉스(Peter Higgs) 박사는 2013년에 노벨 물리학상을 받을 수 있었다.
LHC는 2012년까지만 해도 4테라볼트(TeV)의 에너지로 작동했다. 그러나 이 정도 규모의 에너지로는 원시 우주의 상황을 재현하기 어렵다는 의견에 따라, 에너지를 두 배 정도 늘리기 위한 업그레이드 작업에 들어갔다.
CERN 연구진의 설명에 따르면 최근 업그레이드된 LHC는 재가동에 필요한 에너지 수준을 6.5테라볼트(TeV)까지 올릴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내년에는 그 2배 수준인 14TeV까지 에너지를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CERN의 관계자는 “이 정도 규모의 에너지는 지금까지 어떤 입자가속기도 달성하지 못한 획기적인 수준”이라고 평가하면서 “업그레이드된 LHC의 첫 충돌 실험이 이뤄지면 암흑물질과 반물질의 존재 증명이나 시공간과 중력의 관계 규명 등 더 많은 우주의 비밀이 밝혀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기대했다.
국내 과학자의 성과와도 관련된 LHC 재가동
LHC의 재가동이 우리나라에게도 중요한 이유는 이론 물리학의 세계적 권위자인 조용민 건국대 석학교수가 예측한 위상학적 소립자(topological elementary particle)가 발견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 위상학적 소립자는 세계 물리학 역사상 최초이자, 한국인의 이름이 붙은 첫 우주입자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이 입자의 이름은 조 교수의 이름을 따서 ‘조-마이슨 자기홀극(Cho-Maison monopole)’으로 명명되었다.
자기홀극이란 자석의 N극과 S극 중 하나만 존재하는 자석 입자로서, 조-메이슨 자기홀극은 이에 대한 이론적 모형 중 하나다. 그동안 이 홀극이 발견되지 않았던 이유는 LHC의 에너지 규모가 낮아, 이를 만들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전에도 CERN 연구진은 전 세계 20여 대학 및 연구소와 공동으로 조-마이슨 자기홀극을 발견하기 위한 실험을 진행해 왔다. 그러나 LHC의 에너지 규모가 4TeV에 머물러 홀극을 발견할 수 있는 수준이 되지 못했다.
조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이 홀극을 만들기 위해서는 8~ 20TeV의 에너지가 필요한 것으로 파악되었다. 따라서 내년에 LHC의 에너지 수준이 14TeV까지 도달하게 되면, LHC에서 이 홀극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조 교수는 “지금까지 힉스 입자를 신의 입자라고 불렀지만, 이 홀극이 발견 된다면 물리학 역사상 족보가 완전히 다른 소립자가 등장하는 셈”이라고 평가하며 “이 홀극이야 말로 인간이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진정한 신의 입자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김준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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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5-04-2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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