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ril 27,2018

휴대형 질병진단기용 그래핀 나노 집게

1볼트 전기로 DNA 분자 잡아내 소형화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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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그래핀의 또 하나 주목할 만한 용도가 개발됐다,

미국 미네소타대 공대 연구진은 그래핀으로 액체 속에 떠 있는 생체 분자를 효율적으로 포집할 수 있는 미세 전자 핀셋(tweezers)을 만들어 이를 휴대용 질병 진단시스템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바탕을 마련했다.

그래핀(graphene)은 알려져 있다시피 탄소원자 한 층으로 이루어진 물질로, 전기전도성이 구리보다 100배 이상, 전자이동성은 실리콘보다 100배 이상 그리고 강도는 강철보다 200배 이상 강하다. 이런 놀라운 특성을 이용해 초고속 반도체나 휘는 디스플레이, 손목에 차는 컴퓨터와 같은 초소형 전자기기에서부터 태양전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용도로 응용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번에 미네소타대학에서 개발한 그래핀 핀셋은 두께가 단일 원자 크기로 10억분의1미터 미만이기 때문에, 이전부터 사용된 다른 기술에 비해 입자를 포집하는데 훨씬 효과적이다. 이번 연구는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최근호에 발표됐다.

약한 전기로 구동되는 그래핀의 예리한 가장자리는 용액 속의 생체분자를 신속하게 포집할 수 있는 ‘집게’ 역할을 할 수 있다.  In-Ho Lee, University of Minnesota

약한 전기로 구동되는 그래핀의 예리한 가장자리는 용액 속의 생체분자를 신속하게 포집할 수 있는 ‘집게’ 역할을 할 수 있다. In-Ho Lee, University of Minnesota

세계에서 가장 예민한 핀셋

유전 이동(dielectrophoresis)으로 일컬어지는 나노미터 크기의 물체를 집거나 포집하는 물리적 원리는 오래 전부터 알려졌고, 일반적으로 한 쌍의 금속 전극을 사용해 왔다. 그러나 분자를 움켜쥐는 면에서 금속 전극은 매우 둔감한 편이다. 간단히 말하면 나노 크기의 물체들을 집어서 제어할 수 있는 ‘예민함(sharpness)’이 부족하다.

한인과학자로 연구팀 리더인 오상현 미네소타대 전기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그래핀은 지금까지 발견된 물질 중에서 가장 얇다”며, “이러한 속성 때문에 매우 효율적인 집게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오교수는 “생체분자를 붙잡을 수 있는 효율적인 전자 집게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피뢰침을 소형화하고 날카로운 끝부분에 엄청난 양의 전류를 집중시켜야 하는데, 그래핀 가장자리가 가장 예민한 피뢰침이 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그래핀 핀셋이 반도체 나노 결정, 나노 다이아먼드 입자와 DNA 분자까지 포집함으로써 다양한 물리적 및 생물학적 응용분야에 폭넓게 사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일반적으로 이런 종류의 포집을 실행하려면 고전압이 필요해 실험실 환경에서만 실시된다. 그러나 그래핀 핀셋은 약1볼트(V) 정도의 전류로도 작은 DNA 분자를 포집할 수 있다. 이는 이 집게를 휴대전화 같은 휴대용 기기에서도 작동시킬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네소타대 연구팀이 개발한 대규모 그래핀 전자 핀셋 배열을 포한한 마이크로칩. 칩에 포집된 DNA 분자와 폴리스티렌 형광 이미지.  Barik et al., University of Minnesota

미네소타대 연구팀이 개발한 대규모 그래핀 전자 핀셋 배열을 포한한 마이크로칩. 칩에 포집된 DNA 분자와 폴리스티렌 형광 이미지. Barik et al., University of Minnesota

기존 반도체 설비와 호환돼 상용화 용이

같은 대학 전기 및 컴퓨터공학과 스티븐 코스터(Steven Koester) 교수팀은 미네소타대의 첨단 나노제조설비를 이용해 샌드위치 구조로 그래핀 집게를 만들었다. 금속 전극과 그래핀 사이에 하프늄 이산화물을 절연재로 끼워놓은 구조다. 이산화 하프늄은 오늘날의 고성능  마이크로칩에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물질이다.

코스터 교수는 “그래핀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반도체 산업의 표준 공정 도구와 호환된다는 점으로 장래에 이 그래핀 나노 집게를 훨씬 쉽게 상용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논문 제1저자인 이 대학 전기 및 컴퓨터공학과 대학원생 아비짓 바리크(Avijit Barik) 연구원은 “우리는 그래핀 핀셋을 사용해 저전력 트랩을 처음 선보였으나 완전히 최적화된 장치의 이론적 한계를 결정하기 위해 더 많은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초기 시연에서 형광 현미경과 전자 기기를 포함한 정교한 실험실 도구를 사용했다”며, “궁극적인 목표는 휴대전화로 작동될 수 있도록 단일 마이크로칩 안에 기구 전체를 집적시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를 수행한 미 미네소타대 전기 및 컴퓨터 공학부 오상현 교수(왼쪽)와 스티븐 코스터 교수. Credit: University of Minnesota

연구를 수행한 미 미네소타대 전기 및 컴퓨터 공학과 오상현 교수(왼쪽)와 스티븐 코스터 교수. Credit: University of Minnesota

느낄 수 있는’ 나노 집게

그래핀 집게가 기존의 금속기반 장치와 차별화되는 또다른 흥미로운 점은 포집한 생체분자를 ‘느낄 수 있다(feel)’는 점이다. 달리 말하면 간단한 전자기술을 사용해 정교한 감도를 나타내는 바이오센서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

코스터 교수는 “그래핀은 매우 다재다능한 소재”라며, “멋진 트랜지스터와 광 검출기를 만들 수 있고, 빛 방출과 새로운 바이오센서 도구 제작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핀에 분자를 신속하게 파악하고 포집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함으로써 새로운 형태의 휴대형 바이오센서에 적용할 저전력 전자 플랫폼을 설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오교수도 이와 관련한 무한한 가능성에 대해 설명했다. 오교수는 “그래핀 이외에 우리는 다른 여러 2차원 재료를 활용해 특수한 광학적 혹은 전자적 특성을 결합한 원자적으로 섬세한 핀셋을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생체분자를 전자적으로 포집해 감지하고 이를 방출할 수 있는 매우 작은 섬세한 핀셋은 생각만 해도 매우 흥미로운 대상”이라며, “우리가 궁극적인 목표로 삼고 있는, 이동하면서 현장에서 질병 진단이 가능한 강력한 도구 개발은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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