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창한 나무를 무분별하게 베어내는 행위가 환경 보존에 커다란 위협을 주고 있지만, 이런 행위만큼이나 환경에 위협을 주는 요인들 중에는 나무로 종이나 펄프 등을 만들 때 소요되는 엄청난 에너지와 배출되는 오염 물질 등이 있다.
나무의 가공 과정에서 사용되는 에너지를 감소시키고 부산물로 발생하는 오염물질을 줄이기 위해 전 세계의 과학자들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이 같은 상황에서 최근 미국의 과학자들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전자 조작 나무를 개발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최근 브리티쉬컬럼비아대와 위스콘신대의 공동 연구진이 화학물질과 에너지를 더 적게 이용하면서도 환경오염 물질을 적게 생성하고, 바이오 연료로도 쉽게 분해되는 유전자 조작 나무의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의 연구가 환경 보존에 있어 새로운 접근 방법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나무 가공에 있어서는 걸림돌이 되는 리그닌
나무를 가공하여 펄프와 종이로 생산하는데 있어 가장 큰 문제 중의 하나는 세포에 들어있는 리그닌(Lignin) 이라는 물질 때문인데, 이 물질은 셀룰로오스(Cellulose)와 함께 육지의 식물 대부분에서 발견되는 성분으로서 식물의 세포벽 구성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리그닌은 나무를 단단하게 목재화 시키는 데 있어 필요한 수지상의 구조 물질로서, 목재의 20~30% 에 달할 만큼 많은 양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처럼 나무에게 있어서는 필수적인 성분이 반대로 펄프와 종이 등 나무를 가공하여 만드는 물질을 만들 때는 심각한 장애물로 작용한다.
리그닌이 포함되어 있으면 우리가 매일 일상생활에서 사용해야 하는 종이와 펄프 등을 만들 수 없다. 하지만 리그닌을 제거하는 과정에도 만만치 않은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이를 나무에서 제거할 때 에너지가 대량으로 필요하고, 제거한 리그닌이 처치 곤란한 산업 폐기물로 전락한다는 점 등이다.
따라서 그동안 많은 과학자들이 유전자 조작 기술을 통해 리그닌의 함량을 줄이거나 쉽게 분해하려는 연구가 진행했지만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유전자를 억제해 리그닌을 감소시키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했지만, 이런 방법은 나무의 성장을 저해하거나 바람 및 눈, 그리고 전염병 등에 취약해지는 또 다른 문제를 낳았다.
리그닌은 자연적으로 분해되기 어려운 에테르(Ether) 결합 구조를 갖고 있는데, 이런 복잡한 구조를 이루고 있는 이유에 대해 과학자들은 나무가 성장하면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같은 이유 때문에, 공동 연구진은 나무가 자라나는데 있어 나쁜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도, 리그닌을 더 쉽게 분해할 수 있도록 유전공학 기법을 활용하여 리그닌의 에테르 결합 구조를 쉽게 분해되는 화학 구조로 변형시키는 연구를 추진해 왔다.
리그닌의 분해율을 높이는 유전자 조작 기술
브리티쉬컬럼비아대와 위스콘신대의 공동 연구진은 포플러나무(poplar tree)의 유전자를 조작하여, 리그닌을 화학적으로 쉽게 분해되는 리그닌 백본(backbone)으로 전환함으로써 목재를 바이오 연료로 전환시키는데 필요한 비용과 공정을 절감시키는데 성공했다.
연구진이 선택한 포플러 나무는 미국과 캐나다에 널리 퍼져있는 성장이 빠른 목재용 작물이며, 특히 바이오 연료 및 바이오 제품, 그리고 섬유산업 등에서 특히 활용 가치가 높은 나무로 여겨지고 있다.
공동 연구진은 우선 다른 식물로부터 더 소화하기 쉬운 리그닌 단량체를 포함하고 있는 효소(coniferyl ferulate feruloyl-CoA monolignol transferase)를 찾아낸 후에, 이것을 포플러 나무에서 발현되도록 하였다.
리그닌의 분해율 향상을 위한 유전자 조작 기술에 대한 아이디어는 위스콘신대의 존 랄프(John Ralph) 교수에 의해 처음으로 시도되었는데, 랄프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과거에 리그닌의 결합력을 약하게만 할 수 있다면, 화학적 공정을 통해 더 쉽게 분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결과에 도달했다.
그 이후, 브리티쉬컬럼비아대와 위스콘신대의 공동 연구진은 랄프 교수의 아이디어를 활용하여 리그닌의 함량과 강도는 그대로 유지하되 이 물질이 더 쉽게 분해될 수 있도록 유전자를 변형했는데, 그 결과 온실조건에서의 성장 특성에는 변화가 없었지만 리그닌의 분해 능력이 현저하게 향상되는 성과를 거뒀다.
이와 같은 결과에 대해 브리티시컬럼비아대 나무과학과의 숀 맨스필드(Shawn Mansfield) 교수는 “우리는 에너지와 화학물질을 적게 이용하면서도 궁극적으로는 나무의 탄수화물을 더욱 복원하는 나무의 개발을 염두에 두고 있는데, 현재까지의 결과로만 놓고 볼 때 이런 기대는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하지만 유전자를 조작한 나무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식품도 유전자변형농산물(GMO)이 문제가 되고 있듯이 유전자 조작으로 키운 나무가 또다른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는 논쟁이 학계에서 가열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연구진은 유전자 조작 나무를 자연의 산림으로 확산시키지 않는 확실한 방법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연구진이 밝힌 내용을 살펴보면 토종 식생에서 분리된 곳에서 유전자 조작 나무를 심어 키우는 방안인데, 이렇게 하면 자연적으로 성장한 나무와 전확하게 구분이 된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유전자에서 아예 생식능력을 없애거나, 나무가 재생산 능력을 갖추기 전에 베어버리는 방법 등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연구진은 개발 중인 유전자 조작 나무가 마치 유전자변형농산물처럼 앞으로 인간에 의해서 인위적으로 재배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이들 중 대부분은 “미래에는 유전자 조작 나무를 농작물처럼 심게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현재 공동 연구진이 유전자가 조작된 나무의 개발을 지지하는 가장 큰 논리는 이를 통해 화석연료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맨스필드 교수는 “스마트폰에서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기본 요소를 움직이는 동력은 아직까지 석유지만, 자원을 다양화하여 화석연료가 가진 문제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는 만큼, 그런 면을 고려할 때 유전자 조작 나무의 잠재성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김준래 객원기자
- stimes@naver.com
- 저작권자 2014-04-2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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