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책은 주장하는 내용이 분명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면역에 관하여’(On Community)는 약간 다르다. 제목부터가 어떤 결론을 내려고 하기 보다, 탐구하겠다는 느낌을 준다.
‘면역에 관하여’는 인간의 면역을 둘러싼 상호연관성이 얼마나 복잡하고 미묘한지를 표현하는데 적합한 말이기도 하다.
면역은 신화처럼 복잡하고 미묘하다
저자 율라 비스(Eula Biss)는 신화에 나타난 면역에 대한 비유를 예로 들었다. 의사인 아버지를 통해 저자가 면역에 대해 처음 들은 이야기는 아킬레스 신화이다. 운동선수들이 종종 다친다는 ‘아킬레스 건’의 그 아킬레스 말이다.
아킬레스의 어머니가 현제와 저승을 나누는 스틱스강에 아들을 담갔는데, 아기의 발뒤꿈치를 잡고 물에 담갔기 때문에 강물이 닿지 않은 발뒤꿈치가 치명적인 약점이 되었다는 신화 말이다.
면역에 관하여는 작가가 아이를 키우면서 겪는 모성애를 통해 경험한 이야기를 곳곳에 배치해놓았다. 깨끗하고 청결함을 무조건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작가는 세균에 대해서는 비교적 관대하거나 모호한 태도를 취하는 점이 특이하다. 요즘 들어 점점 더 바이러스의 효용과 중요성을 알려주는 책들이 많이 나오는데 면역에 관하여 역시 바이러스에 대해서는 섣부른 결론은 내지 않는다.
그래서 저자는 ‘너무 깨끗한 환경에서 자라면, 질병예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바이러스 중에는 좋은 바이러스도 있는데, 무조건 살상하는 것이 어떤 효과를 내는지는 쉽게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메르스나 사스 등이 휩쓸 때 곳곳에 배치되었던 ‘손소독제’에 대한 저자의 생각은 주목할 만하다. 세균을 모두 죽인다는 손소독제는 ‘십자군전쟁’에 비유하고 있다. 손소독제를 비롯해서 치약, 구강세정제, 데오도란트, 세제 등에 들어있는 ‘트리클로산’의 존재에 강한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약한 트리클로산은 좋은 미생물과 나쁜 미생물의 증식을 방해하지만, 강한 트리클로산은 좋건 나쁘건 모든 미생물을 죽일 수 있다. 우리가 항상 사용하는 생활용품에 들어있는 트리클로산은 하수에 개천에 정수처리된 식수에 들어있으며 야상어류와 지렁이등에서도 발견된다. 그런데 이것이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아직 모른다.
잘 못 된 정보에 따라 발생한 공포가 인류에게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로 환경운동을 일으킨 고전으로 추앙받는 ‘침묵의 봄’이란 책을 규탄한다.
이 책은 화학제품을 많이 사용하면서 지구 생태계가 심각하게 파손돼서 나비마저 살 수 없는 죽음의 땅이 온다는 무시무시한 공포를 불러왔다. 이 책에서 저자인 생물학자 레이철 카슨은 DDT가 암을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온몸에 바르는 소독제로 사용하기까지 한 DDT는 카슨의 한 방에 생산금지 품목으로 지정됐다.
환경운동과 함께 공포를 심어준 '침묵의 봄'
그 후에 밝혀진 여러 가지 과학적 사실에 따르면 DDT가 암을 유발하지 않았다. 더 나쁜 것은 DDT 사용이 중지되면서 아프리카에서 질병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늘어난 점이다.
효과적인 모기퇴치제가 사라지면서 아프리카에서는 아동 20명 중 한 명이 말라리아로 죽고 많은 아이가 뇌손상을 입는다고 율라 비스는 주장한다. 비스는 DDT가 환경에 오래 잔류하면서 흰머리독수리를 죽였지만, ‘침묵의 봄’은 오늘날 아프리카의 아이들을 죽이고 있다고 강력하게 비난한다.
인간에게는 병균이 필요하다. 병균이건 세균이건 바이러스건 이 미생물은 인간이라는 거대한 생태계에 매우 다양한 방법으로 복잡한 영향을 미친다. 병균이 나쁘다고만 할 수 없는 것이, 병균에 노출되지 않으면 아이의 면역계에 기능장애를 일으키기 쉽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심지어 대변에서 미생물을 추출해서 치료하면 효과를 낸다는 다양한 논문들이 잇따라 나온다. 미생물의 세계는 아직도 알려지지 않은 내용이 적지 않다.
이 책에서 가장 확실하게 믿을 만한 면역방법으로 추천하는 것은 백신이다. 두 번째로 확실한 조언으로 저자는 세균을 죽이는 대신 그저 씻어내라고 말한다.
- 심재율 객원기자
- kosinova@hanmail.net
- 저작권자 2017-04-0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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