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화성에서 활동 중인 탐사 로봇은 큐리오시티(Curiosity)와 오퍼튜니티(Opportunity)다. 그 이전에 활동하던 소저너(Sojourner)나 오퍼튜니티와 비슷한 시기에 발사된 스피릿(Spirit)은 이미 활동을 중지한지 오래다.
지금까지는 큐리오시티와 오퍼튜니티가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여주면서, 앞으로도 수많은 임무를 수행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소저너나 스피릿의 경우에서 보듯 언제 작동을 멈출지 모르는 일이기 때문에, 새로운 탐사 로봇을 화성에 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그동안 꾸준하게 제기되어 왔다.
이 같은 필요성에 따라 미 항공우주국 나사(NASA)는 지난 2012년에 새로운 화성 탐사 계획을 승인했다. 그 계획에 따르면 오는 2016년 까지 인사이트(InSight)라는 이름의 새로운 탐사 로봇을 보내는 것으로 되어 있다. 나사는 지난 4일 보도자료를 통해 인사이트가 착륙할 최적의 장소를 파악하기 위한 정밀 조사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전문 링크)
인사이트 프로젝트의 성패는 착륙장소에 달려
나사가 기존의 경우와는 달리 새로운 탐사 로봇의 착륙 장소에 이렇게 많은 신경을 쓰고 있는 이유는, 인사이트가 이동형이 아니라 고정형 탐사 로봇이기 때문이다. 큐리오시티나 오퍼튜니티는 화성의 지표면을 이동하며 탐사 활동을 벌이지만, 인사이트는 화성의 지열과 지질 등 내부 구조를 조사하는 용도로 개발되고 있기 때문에 한 장소에만 머무르게 된다.
나사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인사이트의 주요 탐사 분야는 지열과 지진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열의 경우는 5미터(m)에 달하는 ‘열 흐름 및 물리량 시스템(HP3)’을 지표에 박아 지열의 정도를 측정하고, 지진은 ‘지진계 시스템(SEIS)’을 통해 화성의 지진 활동을 실측하면서 지하 구조를 파악하는 것이다.
특히 지진의 경우 과학자들은 지구를 대상으로 지난 수십 년간 지진파의 성질과 속도를 분석하면서 내부 구조를 연구해 왔다. 마치 사람의 몸속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초음파처럼, 지진파도 물체의 성질에 따라 속도가 달라지면서 구조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같은 원리를 지구 이외의 행성에 똑같이 적용시킨다는 것이 인사이트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연구진의 생각이다.
이처럼 인사이트는 사상 처음으로 지구 이외에 다른 행성의 내부를 들여다보는 막중한 임무를 띄고 있다. 따라서 착륙 지점을 제대로 선정해야 한다는 것이 연구진의 공통된 의견이다. 더군다나 이 탐사 로봇은 이동할 수 없는 고정형이기 때문에, 착륙 위치가 프로젝트의 성패를 가를 만큼 중요한 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나사는 이를 위해서 2002년부터 화성의 궤도를 돌며 탐사를 하고 있는 인공위성 마스오딧세이(Mars Odyssey)의 도움을 받고 있다. 이 탐사선이 자랑하는 기능인 열이미지시스템(Thermal Imaging System)은 그동안 화성의 표층에서 물의 흔적을 찾았고, 지표의 광물 분포나 방사선 측정 등을 행하는 등의 역할을 맡아 왔다.
나사는 마스오딧세이가 보내온 정보들을 모두 분석한 끝에 최근 착륙 장소 후보지로 엘리시움 평야(Elysium Planitia)를 선정했다. 이 지역은 북위 5도 정도에 위치한 곳으로서, 대략 4개의 부지가 착륙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다. 이 중 한 장소에 착륙할 예정인데, 현재 가장 선호되는 위치는 북위 5도에 동경 136도에 있는 지역으로 알려졌다.
나사의 관계자는 “인사이트가 화성에 착륙한 2016년 이후에는 지질과 같은 내부 구조에 대해 상세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기대하며 “이렇게 축적된 정보들이 결국에는 화성 유인 탐사에 결정적인 도움을 주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사이트는 태양전지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게 된다. 따라서 나사는 평균 활동기간을 2년으로 보고 있으나, 그 사이에 별 문제가 없으면 기존 탐사 로봇들처럼 예상 기간 이상으로 활약하면서 수많은 데이터를 전송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현재 인사이트 프로젝트에 참여중인 연구진의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행성의 내부 구조에 대해, 그 행성의 밀도와 외부 지질 활동의 증거 등을 토대로 가설을 수립했으나, 인사이트를 통해 보다 구체적인 정보가 수집되면 기존의 가설이 옳은지 아닌지를 더 자세히 알아낼 수 있다”고 설명하며 “이를 통해 이제까지 인류가 접하지 못한 행성들의 지질 구조에 대해서 좀 더 많은 지식을 축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실험 전문 탐사로봇도 2020년에 발사 예정
앞으로의 화성 탐사에 있어서 인사이트만 계획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오는 2020년경에는 한 단계 더 향상된 수준의 과학적 탐사를 할 수 있는 실험전문 로봇 ‘마스 2020(MARS 2020)’이 화성 현지를 누빌 것으로 보인다.
마스 2020을 화성으로 보내는 첫 번째 목적은 기존의 탐사 로봇들과 마찬가지로 화성표면을 과학적으로 탐사하는 것이지만, 탐사 분야의 우선 순위가 다르다. 마스 2020의 탐사 대상에는 지질구조도 들어가지만, 생명체의 존재에 대해 규명하는 것이 우선이다.
나사의 발표에 따르면 마스 2020에는 특수 현미경이 탑재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현미경은 특히 미생물의 화석을 찾기 위한 용도로 활용되는데, 만약 화석을 찾지 못한다 하더라도 생물활동에 의한 퇴적층이 발견된다면 과거 화성에도 생명체가 살았다는 직접적인 증거로 채택할 계획이다.
두 번째 목적은 샘플 리턴(Sample Return) 프로젝트의 기술적 가능성을 타진해 보기 위해서다. 샘플 리턴이란 화성에서 수집한 샘플을 지구로 가져오는 것을 말한다. 물론 탐사 로봇에도 분석 장비가 장착되어 있지만, 성능이나 분야에 있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오래전부터 보다 정밀한 분석을 위해 화성 현지에서 샘플을 채취한 후, 지구로 가져오는 것을 꿈꿨다. 하지만 이 같은 꿈은 방법이나 비용 면에서 엄청난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그야말로 꿈으로 그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나사는 마스 2020 프로젝트를 통해 경제적이면서도 안전한 지구로의 리턴 방법을 테스트해 본다는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마스 2020의 세 번째 목적이자 마지막 목적은 화성의 대기에 풍부한 이산화탄소 (CO2)를 이용해서 산소(O2)를 만드는 것이다. 산소는 우주인이 숨 쉬는 공기에도 필요하지만 더 나아가 로켓 연료로 사용될 수 있다.
사실 로켓 연료에서 중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산소다. 따라서 이런 산소를 화성 현지에서 보급할 수만 있다면 화성의 유인 탐사는 훨씬 더 빨라질 수 있다. 왕복에 소요되는 연료를 모두 싣고 떠나야만 하는 기존 방법에서 벗어나, 편도에 필요한 연료만 싣는다면 막대한 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 김준래 객원기자
- stimes@naver.com
- 저작권자 2015-03-2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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