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역사상 최대 규모가 될 로켓 개발에 가속도가 붙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현존하는 로켓 중 가장 큰 사이즈를 자랑할 로켓의 코어 스테이지(Core Stage)가 핵심 디자인 리뷰(Critical Design Review)를 통과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코어 스테이지란 발사체를 포함하는 1단계 로켓 부분을 말한다.
오는 2017년 첫 발사를 목표로 하고 있는 SLS(Space Launch System)라는 이름의 이 새로운 초대형 로켓은, 미국이 화성 유인 탐사와 태양계 밖 탐험 등에 활용할 예정으로 개발 중인 차세대 로켓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핵심 부분을 공유하여 획기적으로 비용 줄여
SLS 로켓은 화물을 운송하는 용도와 오라이언(Orion) 우주선을 수송하는 용도를 통합한 우주선 발사 시스템이다. 오라이언 우주선은 2030년 이후에 화성에 인류를 착륙시키기 위해서 개발 중인 SLS 로켓에 탑재되는 우주선이다.
나사는 사람을 우주로 보낼 때와 화물을 우주로 보낼 때, SLS 로켓의 핵심 부분을 공유하고 나머지 부분은 교체하는 방식을 사용할 예정이다. 이 같은 방식을 선택한 이유는 개발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교체 방식이기 때문에 SLS 로켓은 크기가 각각 98미터, 117미터의 두 가지 모델로 제작된다. 테스트 차원에서 오는 2017년에 발사할 것으로 예정되어 있는 작은 SLS 로켓은 77톤의 화물을 싣고 지구 저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반면에 큰 SLS 로켓은 아직 발사 일정이 잡히지 않았지만, 역대 최대인 143톤의 화물을 적재할 수 있다. 컬럼비아 우주왕복선이 25톤의 화물을 선적할 수 있고, 아폴로 11호를 달로 보낸 역대 최대 규모의 새턴 5호 로켓이 118톤 까지 실을 수 있는 점을 감안하면 SLS 로켓의 운송 능력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알 수 있다.
이처럼 미 항공우주국이 많은 화물을 운송할 수 있는 로켓 개발에 나선 것은 원거리 우주탐사 때문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한다면 원가절감을 통해 원거리 탐사 비용이 많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화성 탐사는 물론 소행성 탐사 및 태양계 내의 심우주(Deep Space) 탐사에 소요될 엄청난 비용이 SLS 로켓을 사용함으로써 대폭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SLS 로켓의 디자인도 경제적인 부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기본적으로 대형 로켓의 양측 면에 우주왕복선에서 사용된 고체 로켓 부스터(Solid Rocket Booster)를 탑재한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 다만 고체 로켓 부스터는 우주왕복선의 것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우주선 발사 프로젝트를 위해 개발된 로켓 부스터를 사용하는 것이 차이점이라 할 수 있다.
3D 프린팅과 유사한 기술로 엔진 부품 제작
SLS 로켓과 같은 차세대 중량급 로켓의 개발이 가능해진 데에는 선택적 레이저 용해기법이라 명명된 SLM(Selective Laser Melting) 기술의 도움이 컸다. 3D 프린팅 기술과 유사한 SLM 기술의 장점은 로켓에 들어가는 복잡하고 민감한 부품들을 훨씬 더 저렴하게 만든다는데 있다.
나사 마샬우주비행센터의 엔지니어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엔진 전체가 아니라 각 부품을 레이저를 이용한 3D 프린터로 출력한 후 이를 다시 연마와 가공을 해서 부품으로 사용하는 선택적 방법을 활용했다. 이를 통해 나사는 로켓 엔진 개발에 따른 비용을 줄일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시간도 대폭 단축할 수 있는 비결을 확보했다.
실제로 기존 방식인 CAD로 부품을 설계하고, 주형을 만들어서 주물로 제조하는 방식이 6 개월의 시간과 1만 달러의 비용이 들었다면, SLM 방식은 개발 기간도 3주로 줄어들고 비용도 5천 달러 밖에 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하여 마샬 센터의 산드라 그린(Sandra Greene) 엔지니어는 “3D 프린팅 기법의 SLM 방식으로 제작된 엔진의 연료 분사 노즐이 매우 잘 작동했을 뿐 아니라, 기존 방식으로 제조한 것과 차이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역시 마샬 센터에서 제조기술 개발 연구팀을 이끌고 있는 켄 우드(Ken Cooper) 연구원도 “SLM 기술을 통해 매우 복잡하게 설계된 부품의 제작도 가능해졌다”고 밝히며 “3D 프린팅 기술을 통해 보다 정확한 기계적 특성들과 복잡한 기하학을 가진 부품들의 생산도 멀지 않았다”고 전망했다.
마샬 센터 엔지니어들의 설명에 따르면 SLM 방식으로 제작된 부품이 들어간 로켓 엔진은 첫 번째 연소 테스트를 매우 성공적으로 통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이 테스트 엔진은 최대 섭씨 3,300도 정도의 온도 까지 견딘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테스트 결과에 대해 우드 연구원은 “SLM 기술은 다양한 부품을 소량 생산하는데 유리하므로 특히 대형 로켓처럼 대량 생산이 어려운 분야에서 사용하면 적합한 부분이 많을 것”이라고 말하며 “굳이 엔진 전체나 로켓 전체로 확대하지 말고, 비용과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는 부분에만 투입해도 기존 기술과 융합해서 큰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현재 SLS 로켓의 코어 스테이지 개발은 보잉사가 담당하고 있다. 보잉사의 관계자들은 지난 6월 30일에서 7월 1일까지 나사의 책임자들과 코어 스테이지의 최종 디자인에 대한 검토를 진행했고, 디자인을 확정한 바 있다.
조만간 코어 스테이지의 제작에 들어갈 보잉사는 앞으로 순조롭게 개발이 진행된다면 오는 2017 년 말 까지는 SLS 로켓에 오라이언 우주선을 탑재시켜 발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전 계획과는 달리 사람이 탑승하지 않은 상태로 달 까지 가는 무인 테스트로 진행될 예정이지만, 그것도 아직은 유동적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한편, SLS 로켓은 그동안 예산 문제 및 타 프로젝트의 중단 등에 영향을 받아 수많은 우여곡절과 시련을 겪으면서도 지금의 상황에 이르렀다. 이에 대해 전 세계 천문학계는 SLS가 나사 유인 화성탐사 계획의 핵심이었기에 버틸 수 있었던 것으로 여기고 있다. 그리고 그런 시련을 겪은 만큼, 성공만 한다면 인류가 더 먼 우주로 진출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김준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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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4-07-1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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