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에서 비행체를 날리는 것은 미 항공우주국(NASA)이 오래전부터 추진해 오던 계획이다. 지상과 근접한 위치에서 하늘을 날며 관측하기 때문에, 탐사 위성보다는 훨씬 더 자세하며, 탐사 로봇보다는 더 빠르고 넓은 범위를 조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테스트를 시행할 행성 후보로는 화성이 1순위로 꼽히고 있지만, 대기 밀도가 지구의 1% 밖에 되지 않아 비행체를 띄우기 어려운 환경이다. 반면에 유리한 점도 있다. 중력이 지구의 1/3 정도라 비교적 작은 양력으로도 비행이 가능하다.
이 같은 환경을 고려한 글라이더 형태의 화성용 비행체가 NASA의 주도로 금년 말에 첫 비행 테스트를 진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NASA는 지난 6월 29일자 보도자료를 통해 금년 말까지 지상 3만m 높이에서 화성용 비행체의 첫 비행 테스트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발표하면서, 글라이더 형태 외에도 헬리콥터 형태의 비행체가 검토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 링크)
큐브셋에 탑재될 수 있도록 소형 비행체로 제작
NASA가 발표한 화성용 비행체의 명칭은 ‘Prandtl-M(Preliminary Research Aerodynamic Design to Land on Mars)’이다. 이번 프로젝트의 책임자인 알 브로워스(Al Bowers) 박사는 “Prandtl-M이 2022년에서 2024년 사이에 화성에서 첫 비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초의 비행은 동력 비행이 아닌 글라이더 비행의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하며 “Prandtl-M의 프로토타입이 올해 말까지 풍선에 매달려 약 3만m 상공에서 첫 비행 테스트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Prandtl-M 개발을 처음 제안한 것은 NASA 부설 암스트롱 연구소의 엔지니어인 데이브 버거(Dave Berger)다. 그와 동료들은 최근까지 화성용 미니 비행체를 만들어 지상에서 테스트를 진행해 왔다.
이 미니 비행체는 탄소섬유 같은 초경량 소재를 사용하여 무게를 극단적으로 줄였고, 초소형 위성인 큐브셋(CubeSat)의 유닛 3개에 탑재될 수 있도록 접는 형태로 개발 중이다. 개발진에 따르면 이 크기는 10×10×10cm 짜리 상자 3개를 이어 붙인 정도라고 한다.
시험 비행 이후의 계획에 대해 버거는 “화성의 하늘에서 Prandtl-M을 펼친 후 대략 10분간 비행을 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라고 설명하며 “비행의 마지막 단계인 600m 고도에서 활강하면 32km 정도까지 날아갈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그는 “Prandtl-M은 양 날개를 펼쳐봤자 대략 1m 안팎이고, 무게도 0.45kg 수준에 불과한 작은 글라이더로 제작될 계획”이라고 밝히며 “현재 테스트는 글라이더 형태로 진행될 예정이지만, 아직 최종 디자인은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변동의 여지가 있다”라고 전했다.
글라이더 보다 헬리콥터 형태가 먼저 제작돼
화성 하늘을 나를 비행체가 현재는 글라이더 형태로 진행되고 있지만, 사실 처음 시작은 헬리콥터 형태의 비행체였다. 암스트롱 연구소처럼 역시 NASA의 부설 연구소인 제트 추진 연구소(JPL)가 지난해에 추진된 프로젝트다.
헬리콥터 형태로 개발한 이유 역시 글라이더 형태와 비슷하다. 지상과 달리 걸림돌이 없어 빠른 속도로 이동이 가능하므로 넓은 지역을 탐사하는데 적합하기 때문이다. 또한 탐사 로봇의 머리 위에서 비행체를 띄우는 등 효율적 연계 작업이 가능하다는 것도 유리한 점으로 작용되었다.
물론 희박한 화성의 대기 밀도는 헬리콥터 비행체에게도 문제다. 지구와 똑같이 날개를 회전시켜도 기압이 낮다보니 발생하는 양력이 매우 작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극도로 가볍지 않으면 날 수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불리한 비행 환경에도 불구하고 JPL 연구진은 지난해에 화성의 대기 밀도를 모방한 실험실에서 프로토타입의 화성용 헬리콥터를 날리는 실험에 성공했다. 이와 관련하여 JPL의 관계자는 “화성 중력이 지구에 비해 1/3 수준이라는 점이 열악한 비행 환경을 다소나마 극복할 수 있게 해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헬리콥터 동력은 날개 위에 있는 부착한 작은 태양 전지판으로 공급할 계획인데, 실제 화성에서도 충분한 동력이 제공될지는 미지수”라고 “이 외에도 강력한 방사선 및 극단적인 온도 같은 거친 환경에서 헬리콥터 비행체가 성공적으로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지를 확인하는 작업에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라이더와 헬리콥터 형태의 비행체 중 과연 어떤 후보가 화성 하늘을 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천문학계의 관계자는 “거쳐야 할 테스트를 무사히 거치고, 예산을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예상하며 “분명한 것은 이렇게 동시다발적으로 연구가 진행되는 만큼 이들 중 하나는 분명히 화성 하늘을 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 김준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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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5-07-1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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