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을 운영하시는 대표님들께서 정부출연연구소의 문턱이 높다고 말씀하시더군요. 때문에 저희 KRISS 중소기업지원센터는 지난 2013년 10월 중소기업협력센터에서 지원센터로 이름을 바꾸면서 접근성을 높일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예전에 저희 센터는 KRISS 연구소 가장 안쪽에 자리 잡고 있었어요. 그로 인해 접근성이 매우 낮았죠. 하지만 현재는 본관동 바로 옆으로 이동해 접근성을 높이고 내부 칸막이도 투명하게 만들어 개방적인 분위기를 만들었습니다. 또한 상시 문을 열어 놓고 있어요. KRISS를 지나다니는 기업인들께서 어제라도 드나들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죠."
지난 해 10월, KRISS는 2008년부터 시행하던 홈닥터 제도를 활성화하기 위해 '중소기업지원센터'를 새롭게 개소했다. 장비와 전문인력 부족 등의 문제로 기술적 난관에 부딪힌 중소기업들의 애로사항을 돕기 위해 시작한 홈닥터 프로그램이 점차 호평을 받자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 부친 것이다.
측정전문가와 기업의 일대일 매칭
현재 홈닥터 프로그램에는 길이, 질량, 압력 등 각 분야의 측정전문가들이 참여해 기업현장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해 주고 있다. 한 기업 당 약 2~3년 동안 기술적 자문과 기술개발을 지원해주고 필요에 따라서는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판로를 터주기도 한다.
"홈닥터는 KRISS에서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대표적인 프로그램 중 하나입니다. 측정전문가가 일대일로 중소기업과 소통을 하는 거죠. 장기간에 걸쳐, 그리고 무료로 기술지원을 하는 일종의 카운슬링 지원 프로그램인 셈이에요. 홈닥터를 진행하게 된 동기는 전문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의 상황을 계속 접하면서입니다. 학회나 기타 세미나 등에서 기업인들을 만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러한 문제점을 호소했어요. 뭔가 도움을 줄 방법이 없을까 생각했죠. 그러던 차에 정부출연연구소의 요소기술 갖고 있는 전문가가 도움을 줄 수 있겠다 싶었죠."
사업을 시작한 2008년도에는 참여하는 기업수가 11개 였지만 지금은 50여개 기업으로 약 다섯 배가 늘었다. 기업에 매칭된 홈닥터는 1년에 약 네 번 정도 방문을 하며 기업의 어려움을 파악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홈닥터의 연간 기업방문 횟수가 네 차례였지만 올해부터는 최소횟수를 여섯 회로 늘렸습니다. 보다 긴밀하게 중소기업의 사업을 도와주기 위해서죠. 더불어 홈닥터만 기업을 방문하는 게 아니라 중간 중간 기업인들도 KRISS를 방문합니다. 전문 장비로 실험을 해야 하니까요. 여기에 더해 전화와 이메일 등의 교류까지 고려한다면 약 한 달에 한 번 커뮤니케이션을 하게 되는 셈이에요."
문턱을 낮추고 소통은 긴밀하게 할 것. 올 2014년에 들어오면서 KRISS 중소기업지원센터가 목표로 세운 내용이다. 이러한 목표를 세운 이유는 보다 큰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해서다. 김윤배 센터장은 "지금 센터가 있는 이 곳이 본래 표준보급센터였다. 기관에서 개발된 표준이 산업체로 빠져나가는 곳이었던 것"이라며 "산업체 사람들이 하루에도 약 스무 명이 왔다 갔다 한다. 연간 약 2천 명의 기업인이 드나든다는 의미다. KRISS를 방문할 때 센터에 들어와 인사라도 하고 가도록 문턱을 낮췄다. 아직까지는 더 지켜봐야겠지만 현재 평가하기에 어느 정도 성과가 있는 것 같다"고 이야기 했다.
현재 KRISS의 문을 두드리는 중소기업들의 가장 큰 어려움은 결국 기술문제로 귀결된다. 대부분의 중소기업이 새로운 장비와 제품을 만들어 대기업에 판매하고 있는데 만든 제품 혹은 장비에 대한 성능 테스트가 이뤄지지 않으면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길이 매우 좁아지게 된다. 특히 진공장비 등의 경우 수요기업에서 더욱 깐깐하게 검사하기 때문에 그 문을 뚫기란 중소기업의 힘만으로는 버거울 때가 많다.
"사실 많은 중소기업이 아이디어는 있지만 전문 인력이 부족합니다. 또한 아이디어를 구현하거나 구현한 제품을 테스트할 장비도 턱없이 부족하죠. 때문에 잠재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지 못하고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아요. 반면 저희 같은 연구원의 경우 요소기술에 대한 오랜 시간 숙성된 높은 수준의 인프라와 인력, 그리고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기업체에서 부족했던 인력과 장비, 경험 등을 갖고 있는 만큼 기업의 가려운 부분을 시원하게 긁어줄 수 있는 셈이에요."
기업의 아이디어 실현을 돕다
실제로 이러한 도움을 받아 상당수의 기업은 오랫동안 고민하던 문제들을 해결했으며 이를 통해 거시적으로는 해당 산업의 장비를 국산화 하는데 일조했다. 일례로 환경측정기기를 개발·생산하는 기업은 (주)켄텍의 경우 KRISS 홈닥터의 자문을 거쳐 '굴뚝배출 멀티가스 측정기'의 상용화 개발을 완료했다. 이는 굴뚝에서 배출되는 여러 오염물질을 측정할 수 있는 장치로, 홈닥터 프로그램을 통해 대기오염측정기 신형 개발품 성능평가를 수행하고 미세먼지 측정기 품질개선 설계, 신호처리 프로그램 개선 등의 기술 지도를 받았다. KRISS로부터 멀티가스 측정기술을 이전받은 (주)켄텍은 지난 2013년에 매출 3억원이 증가했으며 300만 불 규모의 중국수출 실적도 보유하고 있다.
"(주)켄텍의 경우 현재 명품홈닥터에 들어와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현재 대기오염 측정 장치를 개발해 중국시장에 수출하고 있어요. 이 분야는 시장을 뚫는 게 만만치 않습니다. 현재 세계최고 수준의 대기오염 측정 장치를 만들자는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좋은 본보기를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죠."
(주)켄텍이 이처럼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던 것은 결국 기업 자체도 자문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좋은 기업을 만나야 KRISS 연구원들의 지도가 더욱 깊이 침투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보다 준비된 기업과 만나기 위해 홈닥터 제도는 기업의 현재를 꼼꼼하게 들여다본 후 선정에 들어간다. 현장지도를 받아들일 의지가 있는지, 더불어 생산라인도 실제로 구축이 돼 있는지 등을 살펴본 후 선정절차를 밟는 것이다.
"기업들은 일반적으로 측정기술의 어려움에 막혀 저희 연구소의 문을 두드립니다. 때문에 현재의 기술 장벽을 극복시켜주면 회사 발전에 도움이 되는지도 꼼꼼하게 살펴봅니다. 해당 기업이 측정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가 저희가 살펴보는 가장 중요한 항목이에요. 그래야 성장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죠."
최근에는 중소기업과 보다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간담회 자리를 마련하기도 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기업인들이 바라는 가장 큰 부분이 '신뢰' 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홈닥터를 할 때 좋은 기회라는 것을 알면서도 기업에서 선뜻 나서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왜 그런가 했더니 보안 문제를 우려하시더군요. 기술이라는 것이 기업 입장에서는 사활이 걸린 문제잖아요. 특히 보안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를 홈닥터와 터놓고 이야기해도 되는지 많은 고민을 했던 것 같아요. 사실 이게 가장 큰 장벽입니다. 결국 신뢰를 구축하는 게 답인 셈이죠. 불신의 장벽을 깨는 데만 1~2년이 걸려요. 신뢰성 문제가 가장 어렵기 때문에 이번 워크숍을 하면서도 보안서약서를 작성했습니다. 기업 기밀을 절대 제3자에게 누설하지 말 것과 지도를 하는 도중 금품수수와 향응 등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내용이었죠."
앞으로 홈닥터 제도를 통해 기업을 더욱 실질적으로 돕기 위해서는 복합지원이 필수입니다. 사회 전반적으로 기술수준이 올라가면서 하나의 기술만으로 지원하는 것은 한계가 있어요. 여러 가지 주변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복합기술 지원에 대한 요구가 많이 늘어났습니다. 그런 수요에 대응해 나가야 하는 게 앞으로의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어요. 더불어 앞으로는 체계적인 지원체계로 다가설 예정입니다. 원장님께서 해외 출장을 다녀오신 후 그곳의 지원프로그램을 통해 기록의 중요성을 느꼈다고 하시더군요. 기술 지도를 나가는 홈닥터들은 회의기록을 꼼꼼하게 진행하자고 하셨습니다. 회사와 무엇을 상의할 것인지 어떤 내용을 상의했는지 기록하면서 체계적으로 도울 수 있는 방안을 더욱 연구할 예정입니다."
- 황정은 객원기자
- hjuun@naver.com
- 저작권자 2014-07-1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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