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부터 11월 4일까지 케냐 나이로비에서는 국제수은협약 마련을 위한 제3차 정부간 협상위원회가 각국의 정부 대표 및 국제기구, NGO 등의 참여 하에 열리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 주로 논의될 내용은 수은 공급 저감, 수은 첨가제품 및 수은 사용공정에서의 수은 사용 저감, 수은의 국제교역 저감, 수은의 대기 및 물·토양으로의 배출 저감, 수은 폐기물의 관리, 기술 지원 및 과학적 정보 교류 등이다.
이에 따라 올해 1월 일본 지바시에서 130개국 정부대표 및 UNEP 등의 국제기구, NGO 등 6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국제수은협약 마련을 위한 제2차 정부간 협상위원회’가 개최된 이후 현재 제3차 회의가 열리고 있는 것. 계획에 의하면 2013년 상반기까지 국제수은협상을 완료하고, 2013년 하반기에 국제수은협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국제수은협약이 발효되어 수은에 대한 전 지구적인 규제가 시작되면 형광등, 치과용아말감 등 수은첨가제품을 생산·사용하는 산업계 등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수은이 포함되어 있는 석탄, 아연광 등을 사용하는 석탄화력발전소 및 비철금속 제련시설 등에서의 수은에 대한 관리도 강화될 예정이다.
가정에서 흔히 사용하는 형광등은 수은이 대기 중으로 노출되기 쉬운 품목으로 형광등 1개에 약 25㎎의 수은이 함유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연 1억6천만 개의 폐형광등이 발생되고 있는데, 수거율은 약 20%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2020년까지 모든 조명의 60%를 수은이 들어 있지 않고 에너지 효율이 높아 친환경적인 LED 조명으로 바꿀 계획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LED 조명 보급률은 2.5%에 불과한데, 내년부터 지하철과 도로 등 공공시설 조명부터 단계적으로 교체된다.
수은 생산 및 소비 1위는 중국
또 환경부는 2015년까지 157억 원을 투자하여 우리나라 국민 중 수은농도 기준을 초과하는 비율을 2008년기준 26.2%에서 15%로 낮추는 등의 내용이 포함된 ‘수은관리종합대책’을 지난해 12월 내놓았다. 이 대책을 통해 환경부는 관계부처 및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수은협약 대책반을 구성·운영하는 등 국제수은협약 협상논의에 적극 대응할 계획이다.
이처럼 수은 오염이 세계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세계적으로 수은을 가장 많이 생산하고 사용하는 중국의 경우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관련 통계에 따르면 2005-2006년 중국의 수은 생산량은 세계 총생산량의 약 60%를 차지했으며, 수은 수요량도 약 30~40%에 달해 모두 세계 1위를 차지했다.
특히 중국은 석유가 부족하고 상대적으로 석탄 자원이 많기 때문에 탄화칼슘 공법으로 PVC를 생산하고 있는데, 이 공법은 대량의 수은 배출을 초래하고 있다. 중국과학원 지구물리화학연구소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2012년까지 탄화칼슘 공법을 이용한 PVC 생산량이 1천만 톤에 달하는데, 그로 인한 수은 소모량은 1천 톤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중국 내에는 각 업계의 수은 배출에 관련된 확실한 데이터와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이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은 수은 오염 배출 현황을 파악하기 위한 수은 오염관리 대책 연구에 착수했으며, 중국 환경보호부는 올해 4월부터 수은 오염 배출원 현황 조사평가사업을 가동했다.
수은에 노출된 조류, 동성애 성향
상온에서 유일하게 액체 상태로 존재하는 금속인 수은은 장기간에 걸쳐 대기 중에 체류할 뿐만 아니라 환경 중에 잔류, 생태계에서의 생물농축 등을 통해 인간의 건강과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 수은이 인체에 유입되면 중추신경장애, 신장, 간 등에 심각한 질병을 일으킨다. 또한 자폐증, 주의결함증세, 학습장애, 화학물질과민증, 전자파과민증 등의 증세와 수은과의 관련을 지적하는 의견도 있다.
수은은 끓는 점이 357도로서 낮기 때문에 화산활동과 관련이 있으며 증기 형태로 암석 틈을 통해 빠져나간다. 지하에서 수은증기가 분출하므로 석탄층에도 수은이 포함되어 있는 등 수은은 자연적으로 유래되어 존재한다. 화산 운동, 암석 풍화 등 자연적 존재 외에 공업 생산 등에 따른 인위적인 수은 배출이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에는 수은 공해가 야생 조류들의 생식에 영향을 주며, 수컷이 다른 수컷과 어울리는 문제를 일으킨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어 충격을 주었다. 미국 연구진이 남부 플로리다에 서식하는 160마리의 백색 따오기 둥지를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수은에 노출된 그룹의 경우 번식률이 13~14%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난 것.
또 번식에 실패한 둥지에서는 수컷과 수컷 간의 짝짓기가 나타난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그것은 메틸수은이 신체에서 호르몬 배출을 통제하는 내분비 시스템에 영향을 주어 행위의 변화를 일으키는 것으로 연구진은 추정했다.
한편, 지난 7월에는 2015년 제12차 국제수은학회 개최지로 우리나라 제주가 선정되었다. 국제수은학회는 1992년 미국 몬트레이에서 개최된 이래 수은의 인체 영향, 수은 배출 및 환경 중 수은의 거동 연구 등의 주제로 매 2,3년마다 개최된다.
제12차 국제수은학회는 2013년 국제수은협약이 체결된 후 처음 개최되는 학회로서, 협약 체결 이후 전 지구적인 수은 사용 및 배출 저감으로 인한 인체 및 생태계 영향을 확인할 수 있는 연구결과들이 제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중요한 국제 학회 모임이 될 전망이다.
- 이성규 객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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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1-11-0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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