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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김병희 객원기자
2017-05-31

혈관 발생 청사진 나왔다 혈관 질환 치료와 약물 스크린 등에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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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적인 성인들은 심장이나 뇌 같은 중요 기관과 신체의 모든 부위에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혈액을 전달하는 배관이 모세혈관과 정맥 및 동맥을 포함해 약 16만Km에 이른다.

혈관에 문제가 생기면 심장마비나 뇌졸중 혹은 생명을 위협하는 다른 위급한 질병이 발생할 수 있고, 여러 만성질환에 시달릴 수도 있다. 미국에서만 850만명이 동맥 질환을 가지고 있으며, 세계적으로 혈관질환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다른 질병으로 사망하는 사람 수보다 많다.

최근 미국 위스컨신-매디슨대 과학자들은 혈관을 구성하는 세포가 근본적으로 어떻게 발달하는지, 어떻게 하면 혈관이 실험실에서 더욱 안정적으로 배양될 수 있는지를 연구해 ‘셀 리포츠’(Cell Reports) 30일자에 발표했다.

인체 혈관계를 지지하는 세포들과 밀접하게 연결된 세포들이 형성하는 관상 구조의 근접 사진.  Credit: Image courtesy of Akhilesh Kumar, Wisconsin National Primate Research Center
인체 혈관계를 지지하는 세포들과 밀접하게 연결된 세포들이 형성하는 관상 구조의 근접 사진. Credit: Image courtesy of Akhilesh Kumar, Wisconsin National Primate Research Center

혈관 발달 초기단계의 청사진 제공

이 대학 이고르 슬럭빈(Igor Slukvin) 교수(병리학 및 실험의학, 세포와 재생 생물학)팀은 이 연구를 통해 사람의 혈관계를 구성하는 여러 유형의 세포를 발생시키는 발달 경로를 밝혀냈다.

슬럭빈 교수는 “세포가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알면 적절한 치료법을 고안해 낼 수 있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실험실에서 여러 유형의 세포를 만들어낼 수 있는 조건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발달 초기단계에서 혈관이 어떻게 발생하는지에 대한 청사진을 제공하기 때문에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연구에는 위스컨신 국립 영장류연구소의 스태프 과학자인 아킬레쉬 쿠마르( Akhilesh Kumar)가 논문 제1저자로 참여했다.

인체의 동맥과 정맥, 모세혈관 모형 그림. Credit : Wikimedia / Kelvinsong
인체의 동맥과 정맥, 모세혈관 모형 그림. Credit : Wikimedia / Kelvinsong

혈관조직공학 근본문제 해결에 도움

이 연구에 따라 이제 과학자들은 혈관을 구성하는 세포를 탐구하고, 혈관 질환을 연구하기 위한 새로운 모델을 고안할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혈관 구성의 기초 세포를 생성하는 방법을 발견함으로써 질병 모델과 약물 스크리닝 및 치료 목적으로 실험실에서 혈관 제조 단계를 설정하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혈관을 구성하는 세포들에 접근해 내피세포와 간엽 세포가 되는 일반적인 원시 세포(progenitor)인 중간엽 혈관모세포(mesenchymoangioblast)에서 나타나는 발달 경로를 알면 혈관 조직공학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즉, 치료용 혈관을 키울 수 있는 세포 공급원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된 것.

쿠마르 연구원은 “이제 연구자들은 혈관 공학에 필요한 세포 유형의 선택 폭이 엄청나게 넓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새 연구가 원시 줄기세포가 가진 증식하고 다른 세포로 분화하는 고유한 능력과 짝을 이뤄 혈관 이식편을 성장시키는데 걸리는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두뇌에 있는 혈관의 개략도. Credit : Wikimedia / Armin Kübelbeck
두뇌에 있는 혈관의 개략도. Credit : Wikimedia / Armin Kübelbeck

큰 수확은 세포 확인 표지자 발견

이번 연구에서 중요한 것은 실험실에서 여러 종류의 세포를 확인해 낼 수 있는 표지자(marker)를 발견한 점이다. 과학자들은 통상 살아있는 조직에서 여러 유형의 혈관 세포를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면, 혈관 주위 세포는 모세혈관과 같은 작은 혈관과 연계돼 있으며, 평활근 세포는 큰 혈관들의 혈관 벽과 관계가 있다. 그러나 세포가 실험실 배양물에서 만들어지면 한 세포 유형을 다른 세포 유형과 구별하기가 어렵다.

슬럭빈 교수는 “인체에서는 위치에 따라 세포를 식별할 수 있으나 실험실 배양에서는 그렇게 할 수 없기 때문에 세포 유형별 표지자를 확인하는 일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서 쿠마르 연구원은 혈관을 구성하는 세포가 일반적인 중간엽 혈관모세포의 원시세포에서 유래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세포 유형은 뼈와 연골 및 근육과 같은 조직도 생성한다. 혈관 구성 세포가 발생하는 발달 경로를 추적할 수 있다면 새로운 세포 치료법을 고안해 낼 수 있는 중요한 경로를 찾아낼 수 있다. 슬럭빈 교수는 “세포가 어떻게 형성되는지 알면 적절한 치료법을 설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를 수행한 미국 위스컨신-매디슨대 이고르 슬럭빈 교수. Credit : Igor Slukvin Lab
연구를 수행한 미국 위스컨신-매디슨대 이고르 슬럭빈 교수. Credit : Igor Slukvin Lab

혈관 조직 은행, 약물 스크린 등에 활용

현재 환자 치료에 쓰이는 혈관과 동맥은 환자 자신에게서 추출하는 수가 많다. 치료를 위해 처음부터 새로운 혈관을 만드는 것은 아직 현실과 거리가 멀지만 이번 새 연구는 그 목표를 향한 본질적인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치료를 위해 공학적으로 조직을 만드는 일은 장기간의 과정이나, 유도 만능줄기세포를 활용해 조직 은행을 만드는 일은 이번 논문의 공저자인 제임스 톰슨(James Thomson) 교수가 이끄는 모그리지 연구소의 공동 연구를 포함해서 현재 적극적으로 탐색되고 있는 전략의 하나다.

슬럭빈 교수는 연구 결과를 얼마나 빨리 임상에 적용할 수 있느냐는 실험실 모델을 창출있는 능력에 달려있다고 말한다. 이 모델들은 관상동맥 질환과 혈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 질환에서 기본적으로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알게 해준다. 이와 함께 실험실에서 만든 혈관 세포들은 고효율의 약물 스크린에 응용돼 신약 개발을 가속화하고, 오래된 약들을 혈관질환 치료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용도를 바꿀 수도 있다.

김병희 객원기자
kna@live.co.kr
저작권자 2017-05-3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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