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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김준래 객원기자
2014-09-05

현대 과학에 접목되는 '종이접기' 오리가미 기술, 우주선과 로봇 등에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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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는 오리가미(Origami)라는 전통놀이가 있다. 종이를 접어 갖가지 모양을 만들어내는 종이접기 놀이의 일본식 이름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첨단 분야의 과학자들을 중심으로 이 오리가미 방식을 과학기술에 적용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오리가미는 종이접기 놀이의 일본식 이름이다.
오리가미는 종이접기 놀이의 일본식 이름이다.  ⓒ Wikipedia

특히 미국 과학진흥협회의 경우는 오리가미의 과학적 응용에 대한 토론회를 정례화 할 정도로 종이접기 놀이에 숨겨진 기술의 비밀을 찾기 위해 다양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렇다면 현대의 과학자들이 고대 전통놀이에 푹 빠진 이유는 무엇일까?

그에 대한 해답은 편리함에서 찾을 수 있다. 오리가미 방식을 이용하면 본래의 기능은 그대로 유지한 채, 부피만 최소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장점을 활용하여 우주공학자들은 우주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접이식 태양전지를 만들고 있고, 로봇과학자들은 변신이 가능한 로봇을 만들고 있다.

오리가미 태양전지 패널의 응용범위는 무궁무진

미 항공우주국 나사(NASA)는 오래 전부터 우주 공간에서 사용할 수 있는 대형 태양전지 패널 개발에 주력했다. 그러나 결과가 신통치 않았다. 태양전지 패널의 크기를 키우는 것은 어렵지 않았지만, 부피 때문에 이를 우주로 실어 나를 로켓이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나사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태양전지 패널 개발에 오리가미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고 최근 발표했다. 나사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산하기관인 제트추진연구소와 미 브리검영대의 공동 연구진이 25미터(m) 너비의 태양전지 패널을 10분의 1정도인 2.7미터 너비로 접을 수 있는 기술을 개발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링크)

오리가미 태양전지 패널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나사 제트 추진 연구소의 브라이언 트리스 (Brian Trease) 연구원은 “기술개발에 성공한다면, 현재의 태양전지 패널이 가진 14킬로와트(Kw) 정도의 전력 생산 능력을 250킬로와트까지 끌어 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리가미 방식으로 제작 중인 태양전지 패널 ⓒ NASA
오리가미 방식으로 제작 중인 태양전지 패널 ⓒ NASA

트리스 연구원은 “고교 시절 종이접기에 심취했던 경험이 오리가미 태양전지 패널을 개발할 수 있도록 이끌었다”고 전하며 “다만 처음부터 25미터 크기의 대형 패널을 만들 수는 없기 때문에, 현재는 시제품 성격인 1.25미터 크기의 태양 전지 패널을 테스트 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사실 오리가미 기술을 이용한 태양전지 패널 개발을 나사가 처음 시도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 1995년에 이미 일본의 우주물리학자인 코료 미우라(Koryo Miura) 박사는 자신의 이름을 딴 ‘미우라 패널’을 개발하여 테스트한 바 있다. 다만 이 패널은 한번만 펼칠 수 있다는 단점 때문에 널리 활용되지는 못했다.

따라서 나사는 오리가미 태양전지 패널의 개발방향을 자유자재로 접고 펼칠 수 있도록 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태양전지 패널의 오리가미 방식이 원활해야, 다른 천체의 표면에서 이동하는 차량의 개발이나 모래폭풍 등에 대비해야 하는 이동식 우주기지의 건설 등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오리가미 태양전지 패널은 우주 외에도 그 응용범위가 무궁무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항공기의 에너지원으로도 사용할 수 있고, 장기간 캠핑을 떠나 태양광을 이용해서만 휴대기기를 충전해야 하는 환경에서도 편리하게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재난이나 탐사 활동에 활용될 오리가미 로봇

태양전지 패널처럼 오리가미 기술을 적용하여 각광을 받고 있는 대상은 바로 로봇이다. 과학기술 전문 매체인 피스오알지(phys.org)는 미 MIT대와 하버드대의 과학자들이 접혀져 있는 상태로 존재하다 임의의 형상으로 변화할 수 있는 오리가미 로봇을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연구진이 공개한 동영상을 보면 이 오리가미 로봇은 기존에 갖고 있던 고정관념을 깨는 신개념 로봇임을 알 수 있다. 마치 가위로 오려낸 것처럼 보이는 평평한 모양의 종이가 스스로 구부러지면서, 일정한 모양을 만들어 간다. 그리고 잠시 후 4개의 다리를 갖춘 로봇으로 변신하는가 싶더니, 곧이어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에 대해 연구진의 일원인 하버드대의 롭 우드(Rob Wood) 교수는 “실험실에서 만든 로봇이 스스로 조립하면서, 움직이기 까지 하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히며 “로봇이 변신할 수 있는 까닭은, 열을 가하면 저절로 원래 상태를 회복하는 형상기억 폴리머(shape memory polymer)를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공동 연구진이 공개한 개발과정을 살펴보면 우선 구리선이 인쇄된 전자회로를 만든 뒤, 회로의 위와 아래를 형상기억 폴리머와 종이로 덮어 평평한 1차원 구조를 만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전류를 구리선에 흘려 온도를 올리면, 그 온도를 기억하는 형상기억 폴리머가 반응하면서 3차원의 로봇으로 변신하게 되는 것이다.

그동안 접을 수 있는 로봇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번 접는 동작을 하고 나면 그것으로 끝이었다. 다시 원래의 형태로 돌아올 수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 공동 연구진이 개발한 로봇은 한 번 접혔다 하더라도 다시 원래 형태로 돌아오는 과정의 반복이 지속적으로 가능하다.

오리가미 로봇의 변신 과정 ⓒ MIT.edu
오리가미 로봇의 변신 과정 ⓒ MIT.edu

이 외에도 우드 교수는 “접어서 모양을 만들 수 있는 기능은 일반적으로 로봇이나 복잡한 기기를 만들 때 너트와 볼트를 이용해 조립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하며 “오리가미 기술을 이용하면 새로운 모양의 로봇을 손쉽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모든 제작 과정을 자동화할 수 있다는 것도 오리가미 로봇의 장점이기 때문에, 기존 로봇 제작 과정과 비교해 시간과 경비가 대폭적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우드 교수와 함께 로봇 개발에 연구에 참여하고 있는 하버드대의 샘 펠튼(Sam Felton) 박사도 “기본적으로 오리가미 로봇의 제작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로봇 상용화가 쉽게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하면서 “시범용 로봇 제작에 들어간 비용이 총 100달러가 넘지 않았다”고 밝혔다.

공동 연구진의 설명에 따르면 오리가미 로봇은 앞으로 우주공간 및 방사능 오염 지역처럼 인간이 접근하기 어려운 곳이나, 사람이 들어가기 어려운 좁은 공간에서 구조나 탐색 등의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했다. 또한 3D 프린팅 기술이 발전하면서 오리가미 로봇의 상용화도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국내에서도 오리가미 기술을 활용한 로봇 연구가 진행되고 있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조규진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최근 자동차 바퀴를 오리가미 방식으로 만든 로봇을 ‘국제로봇자동화학회(ICRA)’에 발표하여 주목을 받은바 있다.

일명 ‘가변형 바퀴 로봇’이라는 불리는 이 로봇은 장애물을 만나면 스스로 몸집을 키워 넘어가고, 좁은 틈에선 몸을 낮춰 움직인다. 특히 이 로봇은 평소에 88밀리미터(mm)의 바퀴 지름을 가지고 있지만, 60밀리미터 높이의 틈을 통과하는 등 환경에 가변적으로 대처할 수 있어 재난 발생이나 탐사 활동 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김준래 객원기자
stimes@naver.com
저작권자 2014-09-0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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