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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김병희 객원기자
2015-10-16

항산화제, 암환자에 오히려 ‘독’ 항산화제 투여하자 암 확산 빨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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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화와 여러 질병을 일으키는 활성 산소를 없애는 항산화제가 암 환자에게는 오히려 독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활성 산소는 호흡한 산소가 물로 환원되는 과정에서 생기는 산화력이 매우 높은 변형된 산소 종류다. 숨쉴 때 산소가 몸 안에 들어와 그 대사과정에서 만들어지거나, 환경오염과 화학물질, 자외선, 스트레스 등에 의해서도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 몸에 활성 산소가 적당량이 있으면 세균이나 이물질을 산화시켜 몸을 보호하지만 너무 많으면 정상세포까지 마구 공격해 노화와 치매, 각종 질병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 때문에 건강에 관심이 많은 현대인들은 대표적인 항산화제인 비타민C와 E를 비롯해 셀레늄, 베타카로틴, 플라보노이드나 카테킨 같은 항산화 물질을 직접 복용하거나, 이런 물질이 많이 들어있는 채소나 잡곡, 과일, 생선 등을 즐겨 먹는다.

항간에는 이들 항산화제가 암 예방에도 좋다는 말이 있으나, 일단 암이 발생한 후에 섭취하는 항산화제는 암세포를 이롭게 한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암에는 항산화제 아닌 프로-산화제 써야”

최근 미국 텍사스 사우스웨스턴대 어린이 연구소(CRI) 연구팀은 피부암인 흑색종을 이식한 쥐 실험을 통해 항산화제가 암의 확산을 돕는다는 연구 결과를 과학저널 ‘네이처’(Nature) 온라인판 14일자에 발표했다.

이 연구에 따르면 항산화제를 실험용 쥐에 투여하자 해당 쥐들은 항산화제 처치를 받지 않은 쥐들에 비해 암 확산 속도가 훨씬 빠른 것으로 밝혀졌다.

암세포는 다른 세포보다 항산화제로부터 더 많은 이익을 얻어 생존력이 강해진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신 모리슨(Sean Morrison)  미국 텍서스 사우스웨스턴의대 석좌교수 ⓒ UT Southwestern
암세포는 다른 세포보다 항산화제로부터 더 많은 이익을 얻어 생존력이 강해진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션 모리슨(Sean Morrison) 미국 텍사스 사우스웨스턴의대 석좌교수      ⓒ UT Southwestern

의학계에서는 그동안 암세포가 몸의 한 부분에서 다른 부분으로 퍼지는 전이는 혈류로 들어간 대다수 암세포들의  생존 확률이 적어 비효율적인 것으로 생각해 왔다.

션 모리슨(Sean Morrison) CRI 이사 겸 소아유전학 석좌교수는 “전이되는 흑색종 세포들이 매우 높은 농도의 산화 스트레스에 노출돼 대부분 사멸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말하고, “쥐에게 항산화제를 투여하자 전이되는 많은 흑색종 세포가 생존하고, 전이에 따른 질병 부담도 커졌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항산화제는 건강에 좋다는 생각이 아주 강하기 때문에 암 환자들에 대해서도 항산화제를 투여하는 임상실험이 행해졌었다”며, “그러나 항산화제를 투여 받은 암환자들이 빨리 사망했기 때문에 몇몇 임상실험은 도중에 중단됐다”고 덧붙였다. 모리슨 교수는 항산화제를 투여받은 환자들이 일찍 사망한 이유는 “암세포가 다른 세포들보다 항산화제로부터 더 많은 이익을 얻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암을 앓고 있지 않은 건강한 사람들은 항산화제가 정상적인 대사작용에서 생성되는 산화력 높은 활성산소를 제거해 세포 손상을 막아주기 때문에 건강에 많은 도움을 받는 게 사실이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를 사람에게 아직 적용해 보지 않았으나, 암은 강한 산화력을 가진 프로-산화제로 치료해야 하고 암환자들은 많은 양의 항산화물질을 섭취하지 않아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모리슨 교수는 “이번 연구는 암을 치료할 때 프로-산화제를 이용해 산화 스트레스를 증가시키면 암 전이를 예방할 수 있는지 시험이 필요하다는 점을 부각시켰다”며, “한가지 접근법을 생각해 본다면 흑색종 세포들이 산화 스트레스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용하는 엽산 경로를 타겟으로 하면 암세포에 가해지는 산화 스트레스를 증가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항산화제가 암 부추겨”

이번 연구 이외에도 항산화제가 암의 예방이나 치료에는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는 보고가 없지 않다.

지난해 국내 언론에서도 항산화제인 비타민C와 비타민 E의 고용량 알약을 실험용 쥐에 투여한 결과 암 유발 유전자가 2.8배나 증가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암이 발생한 상태에서 항산화제를 쓰면 항산화제로 인한 보호 효과가 암세포를 보호하는 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SBS 2014.02.08.)

또 암을 예방하려고 항산화 물질인 베타 카로틴 보충제를 규칙적으로 먹은 사람들의 폐암 발병률이 일반인들보다 높다는 외국의 연구 결과도 있다.

현대인 질병 중 90%가 활성 산소와 관계가 있다고 해서 항산화제가 꾸준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야채나 과일 등에는 항산화 물질과 함께 다른 항암 성분도 있으므로 암환자가 이들 자연식품을 굳이 피할 필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암과 항산화제와의 관계에서 아직 규명해야 할 점이 많아 암 환자가 고용량의 비타민C나 E 등 항산화제를 정기적으로 복용하는 것은 주의가 필요한 것으로 여겨진다.

김병희 객원기자
kna@live.co.kr
저작권자 2015-10-1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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