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에 염증이 생겨 항생제를 복용하고 있는 이 모(23) 양은 최근 회사에서 실시한 건강검진을 통해 혈압이 높다는 검진결과를 통보 받고는 깜짝 놀랐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정상혈압을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갑자기 혈압이 오른 이유가 궁금해 병원을 찾은 이 모양은 의사로부터 여드름 치료제를 복용하고 있느냐라는 뜻밖의 질문을 받았다. 그렇다고 답변하자 항생제 복용 기간 중에는 여드름 치료제 복용을 중지하라는 조언을 들었다. 일부 항생제 중에는 여드름 치료제와 함께 복용했을 때 혈압을 높이는 성분이 들어있다는 것.당황해하는 그녀에게 의료진은 ‘의약품안심서비스(Drug Utilization Review)’ 화면을 보여주며 항생제 메타사이클린(methacycline)과 여드름 치료제 이소트레티노인((isotretinoin)은 함께 먹으면 안 되는 성분으로 확인되었다고 설명해주었다.
병용 금기 약품에 대한 정보 제공
의약품안심서비스는 의약품 안전성과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의약품 처방 및 조제 시, 함께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정보를 의료진이나 환자들에게 실시간으로 알려준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이 제공하는 이 서비스는 환자가 여러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을 경우, 환자가 이전에 복용하고 있는 약들을 지금의 의사와 약사는 알지 못한다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개발되었다.
환자가 여러 의료기관을 전전하다 보면 다양한 약들을 이중 복용하거나 잘못된 처방으로 인해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데, 의약품안심서비스를 활용하면 이런 문제를 사전에 파악하여 적절한 처방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같은 서비스가 등장하게 된 배경으로는 의약품 부작용으로 발생하는 사고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를 들 수 있다. 실제로 의약품 부작용 신고 건수는 지난 2006년 6239건에서 2010년에는 6만4143건으로 10배 이상 급격히 늘어난 상황이다.
예를 들면 고지혈증 치료제와 항진균제 등은 함께 복용하면 안 되는 약품이다. ‘횡문근융해증’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진통제와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 강심제인 ‘암리논’과 ‘도부타민’ 등도 함께 복용하면 여러 가지 부작용이 발생하는 약품들이다.
왠지 복잡해 보이는 서비스 같지만 사용방법은 비교적 간단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홈페이지(www.hira.or.kr)에 접속하여 ‘의약품 정보’라는 메뉴를 선택하면, 의약품안심서비스 화면으로 이동하면서 검색창이 뜨게 된다.
검색창에는 약품명이나 성분코드, 약품코드, 제약회사 중 한 가지 정보를 입력하도록 되어 있고, 만약 함께 사용하면 안 되는 약이나 동일성분 중복 여부를 알고 싶다면 두 개 이상의 약품을 입력하면 된다.
이후 결과보기를 누르게 되면 함께 사용했을 시 안 되는 약과 연령대 및 임신 여부에 따라 차등을 두어야 하는 약, 그리고 아예 사용이 금지된 약에 해당되는지 등의 여부를 확인해볼 수 있는 내용이 제공된다.
의약품안심서비스가 제공하는 약품의 범위는 상당히 방대하다. 2015년 8월을 기준으로 했을 때, 총 3만 3132개의 의약품에 대해 투여기간 및 용량과 관련한 안심서비스 점검 기준을 마련해놓은 상황이다.
지난 2010년부터 전국적으로 도입된 의약품안심서비스는 현재 한의원을 제외한 대상 기관의 99.4%인 7만1320개 기관에서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총 11억 2000만 건을 점검하여 563만 건의 부작용을 예방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심평원은 이 같은 예방작업을 통해 절감한 약제비의 규모를 245억 원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메르스 확산 방지에도 기여
실시간 정보 교류가 가능한 의약품안심서비스의 특성은 지난 상반기에 전국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메르스(중동호흡기질환) 확산 방지에 십분 활용되었다.
의료진이 환자를 진료할 때 해당 환자가 메르스 확진자와 접촉했는지부터 시작하여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특정 의료기관을 거쳐 방문한 내원자인지 등의 정보를 의·약사의 컴퓨터 화면을 통해 즉시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실제로 의약품안심서비스 시스템을 통해 약 27만여 명의 메르스 의심자 중 병원을 방문한 환자에 대한 약 4만 4000여 건의 정보가 의사에게 제공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심평원의 관계자는 “메르스에 대처한 사례에서 보듯, 의약품안심서비스 시스템을 더욱 발전시켜 국가 차원의 보건 위기 대응을 위한 지원체계 구축에 일조함은 물론 세계적 차원에서 방역체계의 모범 사례가 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을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 외에도 의약품안심서비스는 헌혈 시 발생할 수 있는 보건 사고를 예방하는 데도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현재 심평원에서는 수혈자가 헌혈 전 먹으면 안 되는 약을 복용한 사실이 있는지 등에 대한 정보를 대한적십자사에 제공함으로써, 헌혈 및 수혈로 발생하는 감염병 등을 조기에 차단하고 있는 중이다.
- 김준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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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5-11-1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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