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ril 26,2018

한국형 승용마, ‘한라마’를 아시나요?

제주마와 서양 경주마의 교잡 통해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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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진흥청이 최근 한라산 인근 초지에 수백마리의 ‘한라마’를 올해들어 처음 방목했다고 발표하여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발표 초점은 올해 들어 한라마를 처음 방목했다는 사실이지만, 정작 관심의 대상은 한라마의 존재에 쏠리고 있다.

제주마는 많이 들어보았지만, 한라마는 생소한 이름이기 때문이다. 한라마가 도대체 어떤 말이기에 농촌진흥청이 방목하는 사실까지 알릴 정도로 공을 들이며 사육하는 것일까.

한라산 인근 초지에 방목된 한라마들 ⓒ 농촌진흥청

한라산 인근 초지에 방목된 한라마들 ⓒ 농촌진흥청

한라마는 제주마와 서양 경주마의 교잡 통해 탄생

한라마가 어떤 종류의 말인지를 알기 위해서는 우선 제주마에 대해 알아야 한다. 제주마는 옛날부터 제주에 살았던 재래종 조랑말이다. 원래 제주마는 소가 귀한 제주도에서 전통적인 농사를 지을 때 활용된 품종이다.

그런데 1970년대 접어 들어 제주도 농촌에도 농기계가 보급되면서 제주마의 활용 빈도가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다. 한때 2만 마리에 달했던 제주마가 1980년대 들어 1천 여 마리 정도로 줄어들자, 정부는 제주마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하고, 개체수 확대를 위한 정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개체수 확대를 위한 정책 중에 가장 먼저 시행된 것은 제주마를 경마용으로 보급하는 정책이었다. 농사를 짓는 용도로는 더 이상 활용가치가 없기에 경마용으로 육성하여 새로운 부가가치를 부여한다는 내용이 핵심이었다.

정책 성과는 성공적이었다. 국민 소득 증가로 경마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제주마의 개체수도 자연스럽게 증가하기 시작했는데, 한라마는 바로 이런 제주마를 경마용으로 육성하는 과정에서 탄생하게 됐다.

한라마는 제주마를 경마용으로 육성하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 Jejusori.net

한라마는 제주마를 경마용으로 육성하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 Jejusori.net

한라마는 제주마와 외국산 경주용 말인 서러브렛 사이에서 태어난 교잡종 말이다. 경주용 말과의 교잡을 통해 태어난 말인 만큼, 제주마는 아담하고 자그마한 반면에 한라마는 덩치가 상대적으로 크고 빠르다.

그렇다면 왜 제주마를 외국산 경주용 말과 교잡시켰을까? 그 이유는 경마 초창기에는 경주를 뛸 수 있는 제주마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했기 때문이다. 순수 혈통의 경주용 제주마가 부족하다 보니 외국산 경주용 말과 교잡시켜 경마용 말을 대량으로 만들어 낸 것.

경마 초창기에는 이런 전략이 맞아 떨어지면서 한라마는 제주마의 대안으로 맹활약했다. 그러나 신체적으로 우수하고 속도도 빠른 한라마가 제주마를 압도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제주마를 육성한다는 당초 취지가 사라질 위기에 처하게 됐다.

그러자 제주도는 오는 2020년부터 당초의 목표대로 제주마만 경마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한라마의 경마 허용이 제주마 육성이라는 취지에도 맞지 않고, 이제는 제주마만으로도 경마를 꾸릴 만큼 개체수가 많아진 것이 그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된 것이다.

승용마로서의 경쟁력 뛰어나

현재 계획대로라면 2년 후부터는 한라마가 경마장에 참여하는 것을 볼 수 없게 된다. 한라마의 미래가 불투명졌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그동안 한라마를 생산하던 농가들은 벌써부터 생산을 줄여나가고 있는 중이다.

이와 관련하여 한라마생산자협회의 관계자는 “한라마는 제주도의 경마 정책 때문에 생겨났다가 사라지는 종이 될 수 있다”라고 우려하며 “외국산 경주용 말보다 튼튼하고 잔병치레가 없으면서도 식사량은 적은 편이어서 기르기에 참 좋은 말”이라고 평가했다.

한라마생산자협회의 발표에 따르면 한라마는 크기가 적당하여 유소년 승마에도 좋고 발목이 튼튼하여 지구력 승마에도 탁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한라마를 경마용이 아닌 승용마로 육성하려는 시도가 얼마 전부터 추진되고 있다.

한라마를 승용마로 육성하려는 계획은 경제성 및 우리 국민에 적합한 체형, 그리고 고유의 품종 개량과 같은 다양한 목적을 갖고 있다. 우선 한라마는 가격이 저렴하여 승마의 저변을 확대하는 것이 가능하다.

또한 제주마에 비해서는 크고 서러브렛에 비해서는 작은 체형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적당한 크기이기 때문에 포니 대회로 불리는 유소년 승마 대회의 전용마로서도 발탁이 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한라마를 승용마로 활용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 렛츠런파크

한라마를 승용마로 활용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 렛츠런파크

이 외에도 한라마는 최근 전 세계에서 불고 있는 지구력 경마 대회에도 참가할 수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현재 지구력 대회에서 뛰어난 성과를 올리고 있는 말들은 아랍말이 대부분이다.

아랍말은 체구가 다른 서양 경주마에 비해 작은 반면에 지구력이 뛰어나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지난 2010년 개최된 세계승마선수권대회에서 160㎞·경주 종목에 참여하여 우승한 아랍말은 100억 원을 호가할 정도로 고가다.

이에 대해 한라마생산자협회의 관계자는 “국내에서 뛰어난 말 품종을 생산할 수 있다면, 이를 국가적 산업으로 연계시킬 수 있다”라고 설명하며 “한라마가 유라시아 대륙을 누비던 몽고말의 유전자와 중동 사막을 달리던 아랍종의 피를 물려받았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를 새로운 말 품종으로 집중 육성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한라마 육성 관련 사업의 실무를 맡고 있는 난지축산연구소의 손준규 연구사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승용마라는 개념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승마용 말을 말하는 것인지?

그렇다. 승마용 말은 경주용 말과는 여러모로 다르게 키워진다. 성격도 온순해야 하고 승마와 관련된 여러 가지 교육도 이수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볼 때 한라마는 최고의 승용마라 할 수 있다.

- 향후 계획에 대해 간략히 설명해 달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는 한라마를 승용마로 보급한 실적이 미미한 편이다. 그러나 조만간 내륙 쪽에 위치한 승마장에 본격적으로 보급을 할 예정이고, 그렇게 된다면 2~3년 후에는 상당한 양의 한라마를 보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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