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몸집으로 하늘을 누비는 소형 무인비행체 ‘드론(drone)’에 대한 의견이 찬반으로 나뉘고 있다. 인간의 몸으로는 일일이 찾아다니기 어려운 오지나 도심으로 물건을 배송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테러에 사용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로 지난 1월에는 미국 백악관에 소형 드론이 충돌해 비밀경호국(SS)과 국토안보부(DHS) 등 관련 기관에 비상이 걸렸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해외 순방 중이어서 무사했지만 비행체가 날아와서 부딪힐 때까지 아무런 예측과 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비난이 일었다.
사생활 침해에 대한 우려도 높다. 지난달 말에는 파리 시내 곳곳에서 정체불명의 드론이 날아올라 시민들을 불안에 빠뜨렸다. 고층건물 창문 밖으로 드론이 갑자기 나타나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주민의 모습을 촬영할 수도 있다.
군사, 민간 어디서든 사용되는 무인비행체 ‘드론’
사람이 직접 탑승하지 않아도 지상에서 무선전파를 보내 조종이 가능한 비행체를 ‘무인항공기(UAV)’라 부른다. 제트엔진을 장착해 빠른 속도로 날아가기도 하지만 대부분 헬리콥터처럼 프로펠러를 작동시키기 때문에 벌처럼 웅웅거리는 소리를 낸다는 뜻의 ‘드론(drone)’이라 부르기도 한다.
드론은 처음에는 군사용으로 개발되었지만 최근에는 헬리콥터처럼 프로펠러가 달린 소형 무인비행체가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다. 특히 4개의 회전날개를 장착해 ‘쿼드콥터(quadcopter)’라 불리는 모델이 사회 각 분야에서 활용되면서 드론이라는 명칭을 대표하는 상황이다.
회전날개형 드론은 주로 민간에서 사용한다. 지난 2013년 세계 최대의 유통업체 아마존(Amazon)은 “드론을 이용해 미국 어느 곳이든 하루만에 배송을 마치는 ‘프라임 에어(Prime Air)’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듬해 6월에는 피자업체 ‘도미노스(Dominos)’는 지난 2013년 8개의 회전날개를 장착한 ‘옥터콥터(octocopter)’ 모델을 이용해 6.5킬로미터 떨어진 주문자에게 10분만에 피자를 배달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여러 물류기업들이 드론 개발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드론은 차량으로 접근이 어려운 지역에 다가가거나 하늘 높이 솟아올라 전체 풍경을 담아내는 일도 가능해 방송 촬영에도 자주 사용된다. 자연 상태에서 찍는 다큐멘터리나 여행 소재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드론을 날려 새로운 방식의 영상물을 만들어낸다. 중국 드론업체는 아이슬란드 바우르다르붕카(Bardarbunga) 화산의 폭발 장면을 근거리에서 촬영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트래블바이드론(TravelByDrone)’이라는 웹사이트는 드론으로 촬영한 영상을 공유한다. 세계 각국의 관광지에서 누구나 드론으로 영상을 찍어 업로드할 수도 있고 다른 사용자들의 결과물을 감상하기도 한다. (http://travelbydrone.com) 현재 수천 건의 드론 촬영물이 게시되어 있으며 우리나라의 영상도 20건 이상 올라와 있다.
세계 각국의 기관과 기업들은 드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 2일 미래창조과학부가 ‘2015년 창조비타민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불법조업 선박을 감시하고 가려내는 무인기용 식별시스템을 개발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자연재해가 발생할 경우 해안범람 지역이나 붕괴된 해안도로에 드론을 투입해 상황을 신속히 파악하는 데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세계 드론 시장의 규모는 70억 달러(약 8조 원)에 달하며 군사 목적이 90퍼센트를 차지한다. 민간에서 이용하는 드론은 10퍼센트 가량에 불과하지만 갈수록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전문지 포브스(Forbes)는 10년 후에는 드론 시장이 820억 달러(약 90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연방항공청(FAA)도 미국 내 사용을 허가 받은 민간 드론의 숫자가 지난 2013년 545대에 그쳤지만 오는 2018년에는 7천500대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드론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면서 관련 기술도 획기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최근에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여러 대의 드론을 편대로 비행 시키기도 하고 뇌파만을 이용해 조종하는 실험도 성공했다.
지난달 아랍에미리트(UAE) 정부는 100만 달러(약 11억 원)를 내걸고 ‘선한 목적의 드론(Drones for Good)’이라는 이름의 경진대회’를 개최했다. 스위스 소재 스타트업 플라이어빌리티(Flyability)이 내놓은 충돌이나 추락에도 기체가 상하지 않는 ‘짐볼(GimBall)’이 1위를 차지했다.
테러 위험으로 드론 사용 제한되는 추세
그러나 아무 데서나 허락 없이 드론을 띄웠다가는 법의 제재를 받을 수도 있다. 우리나라는 1999년부터 항공법에 드론 관련 조항을 삽입했다. 군사용 드론의 경우 연료를 제외한 기체의 중량이 150킬로그램을 초과하면 항공기 급의 ‘무인항공기’로 분류되고 그 이하는 초경량비행장치 급의 ‘무인비행장치’로 간주한다.
민간에서 주료 사용하는 초경량비행장치는 12킬로그램을 넘어설 경우 제작 후 사용 전에 항공청에 신고를 해야 한다. 실제 사용을 위해서는 안전성 인증을 받아야 하고 조종사 증명서를 제출한 후 비행계획을 승인받아야 한다. 비사업자는 조종사 증명서가 면제된다.
12킬로그램 미만은 별다른 신고 없이 개인이 마음대로 소장이 가능하지만 사용은 일부 지역으로 제한된다. 지난해 초 국토교통부는 구성산, 약산, 봉화산, 덕두산, 금산, 홍산, 양평, 고창, 공주, 시화호, 성화대, 방장산, 고흥, 담양, 구좌, 하동, 장암산, 미악산 등 전국 18개소를 무인비행장치 사용 가능 장소로 제한했다.
드론에 대한 제재는 외국도 엄격한 편이다. 테러 위험 때문이다. 지난 1월 26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 건물에 직경 61센티미터 크기의 상업용 소형 드론이 충돌해 추락했다. 오전 3시 8분 즈음 주변을 낮게 날다가 백악관에 날아든 것이다.
조사 결과 국방부 산하 국립지리정보국(NGA) 소속 요원이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자신의 아파트에서 드론을 날렸다가 조종 실수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비행체를 이용한 테러 위험을 사전에 예방하고 감지하지 못했다는 비난이 밀려들었다.
이에 백악관 측은 지난달 25일 “빠른 시간 안에 드론 위협에 대응하는 훈련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앞서 15일에는 연방항공청은 ‘소형 무인기 시스템의 운영과 허가’ 문서를 공개했다. 상업용 드론의 무게는 55파운드(약 25킬로그램)을 넘을 수 없으며 비행 고도와 속도도 500피트(약 150미터)와 시속 100마일(약 160킬로미터)로 제한된다. 항공조종 시험을 통과한 17세 이상의 조종사가 낮 시간에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거리에서만 드론을 조종할 수 있다.
프랑스 파리에서는 아랍권 방송사 알자지라(Al Jazeera)의 특파원이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 드론을 띄웠다. 그러나 사전 허가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1000 유로(약 12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초소형 드론까지 등장하면서 사생활 침해도 드론에 대한 거부감을 키우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조종과 촬영이 가능한 드론이 일반인에게 판매되면서 피해사례도 늘어나는 상황이다. 초고층 건물에 거주하는 사람도 집안에 있을 때 제대로 옷을 갖춰 입지 않으면 창문으로 접근한 드론이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어 유튜브 등 인터넷에 업로드할 수도 있다.
지난해 미국 LA 경찰이 범죄자 추적에 드론을 사용하기로 했다가 시민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캘리포니아주 의회에서는 드론 규제법안의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반복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항공기와 충돌할 위험이 높은 것도 문제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2001년부터 2013년까지 미군이 사용하는 드론 중 418대가 지상으로 추락했으며 25퍼센트는 미국 내에서 발생했다. 주택가나 도심에 추락할 경우 인명 피해가 불가피하다.
지난 1월 미국에서 개최된 세계 최대 규모의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는 처음으로 드론 전문업체 전용 부스가 마련되었지만 관람객들의 반응은 냉랭했다. 신산업 창출로 주목받는 드론이 생활 곳곳에 이용되기 위해서는 안전과 사생활 보호를 보장하는 대책까지 함께 제시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 임동욱 객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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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5-03-1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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