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의 TV로 여러 사람이 서로 다른 채널을 시청할 수 있을까요?”
“왜 도서관은 조용해야 할까요? 토론하고 즐겁게 책을 읽는 공간이 될 수 없을까요?”
위의 두 질문은 보는 이에 따라서 약간 황당할 수도 있는 뜬금없는 이야기다. 그러나 이 질문들은 ‘세상을 바꾸는 위대한 질문’이란 슬로건 아래 진행되고 있는 X-프로젝트 홈페이지에서 위원회 추천질문 6호와 5호로 각각 선정된 우수 질문들이다.
앞의 질문은 화면을 분할하는 현 방식이 아니라 한 화면에서 각기 다른 영상을 다수의 사람에게 제공하는 미래의 다시점 디스플레이 기술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뒤의 질문은 다양한 첨단기술 장치를 통해 도서관 소장물을 보다 자유롭게 이용하는 ‘공간의 재정의’에 대한 실천 방법이 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X위원회가 추천한 좋은 질문으로 선정되었다.
X-프로젝트란 각계각층의 다양한 대중이 우리 사회의 성장에 필요한 질문을 제기하고, 이를 해결할 연구자를 찾아 연구비를 지원하는 대국민 공모전이다. 즉, 구글의 비밀연구소 프로젝트인 ‘구글X’처럼 새로운 시각에서 새로운 문제를 발굴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문제해결을 추진하는 R&D 프로젝트인 셈이다. ‘구글X’는 자율주행 자동차 개발 등 미래 시장을 주도할 다양한 성과를 내놓으며 전 세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알파벳 X는 수학에서 미지의 숫자를 의미한다. 현대인의 절실한 Needs(아픔이나 고통, 불편, 불안 등)를 지금까지 해왔던 것과 다른 방식, 다른 시각, 다른 접근 등의 창의적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바로 X의 정의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X-프로젝트’를 위해 올해 2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6월 1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한 ‘X-프로젝트 스타트 컨퍼런스’를 통해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고, 그날부터 홈페이지를 통해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 질문을 제안할 수 있도록 했다. 질문 제안 공모기간은 7월 31일까지다.
공익성, 참신성, 실현성을 갖춘 질문
X-프로젝트는 정부 주도의 일반적인 국가 R&D 프로젝트와 달리 다양한 분야의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추진위원회가 운영을 주도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건우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가 추진위원회 위원장이며, 김창경 한양대 신소재공학부 교수, 고욱 아주대 미디어학과 교수, 박형주 포항공대 수학과 교수 등 11명의 위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X-프로젝트에서 찾는 좋은 질문의 기준은 많은 사람들에게 이익이 되는 ‘공익성’과 기존과는 다른 ‘참신성’, 그리고 실제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실현성’이란 3요소를 갖춘 질문이다.
질문의 범주는 ‘X-Science&Tech’, ‘X-Human&Social’, ‘X-Biz’, ‘X-Data’의 4대 영역으로 구분된다.
사회가 필요로 하는 과학 혁명을 주도하거나 정상적인 과학을 넘어선 혁명적 과학을 탐색하는 것이 ‘X-Science&Tech’이며, ‘X-Human&Social’은 미래 세대가 기성세대보다 더 행복해질 수 있는 인문․사회적 조건을 제시하면 된다.
‘X-Biz’는 현대인의 Needs를 기존 기술들의 창의적 융합으로 빠르게 해결하는 것이며, ‘X-Data’는 데이터를 통해 숨겨진 우리 사회의 애환과 문제, 해결책을 발굴하는 영역이다. 각 영역별로 X-프로젝트 전문위원회가 구성되어 있다.
현재 X-프로젝트 홈페이지에는 총 2874개의 질문이 올라와 있다(7월 15일 오후 4시 기준). 이를 성별로 구분하면 남자 79.5%, 여자 20.5%이며, 연령별로는 10대 11.6%, 20대 28.8%, 30대 16.5%, 40대 24.5%, 50대 12.4%, 60대 3.6%, 70대 이상 2.6%이다.
위원회는 홈페이지를 통해 제안된 질문 가운데 ‘100대 위대한 질문’을 선정해 9월 1일 발표할 계획이다. 추진위원회가 추천한 좋은 질문도 최종 100대 선정 질문 후보군으로 등록된다. ‘100대 위대한 질문’은 공모 마감 후 1개월간 제안자와 분야별 전문가, 일반 국민이 참여해 질문의 발전적 수정, 질문들 간의 융합, 다수 질문의 분석 등을 거쳐 완성된다.
100대 질문이 선정되면 9월 1일부터 1개월간 답변을 찾아낼 연구자(그룹)를 공모한다. 기존에 시도하지 않았던 참신한 연구방법, 기존 기술을 활용한 빠른 솔루션 등을 제시한 연구자(그룹)가 우선 대상이며, 선정된 연구자에게는 연구비가 지원된다.
10월 1일부터 내년 9월 30일까지는 연구 수행 및 평가가 이어진다. 대중이 연구과정을 공유함으로써 일괄되고 획일화된 연구관리가 아니라 연구과제의 성격에 맞는 유연한 관리를 한다는 점이 기존 R&D와 차별화된 특징이다. 1차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연구과제에 대해서는 이후에도 지원이 계속된다.
여행 중 떠오른 질문으로 벤처 창업
물이 있는 곳이면 어디서나 쉽게 설치할 수 있는 휴대형 수력발전 터빈을 개발해 ‘이노마드’란 벤처회사를 창업한 박혜린 대표도 하나의 질문에서 모든 것이 시작된 케이스다. 박 대표는 인도를 여행하다가 정전을 자주 경험하곤 자신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했다.
“필요할 때 어디서나 쉽게 전기를 만들어 쓸 순 없을까?” 이후 박 대표는 3년간의 연구 끝에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냈다. 박 대표가 창업한 ‘이노마드’는 청계천 스마트 충전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향후 미국의 1만2000여 개 캠핑장에 ‘레저용 발전기’리를 보급한다는 수출 계획을 세우고 추진 중이다.
“통증의 정도를 객관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방법은 없나요?”
“옷의 색을 마음대로 바꿀 수 없을까?”
“잠잘 때 꾸는 꿈을 영상으로 저장, 자료화할 수는 없나요?”
“세금 마일리지 제도는 실현 불가능한가요?”
약간 엉뚱해 보이는 이 질문들은 모두 X 위원회에서 선정한 추천질문 1~4호이다. 일상생활 속에서 떠올렸던 특별한 질문이 있다면 이번 달 31일까지 X-프로젝트 홈페이지(http://www.xproject.kr)를 방문하면 된다. 특별한 질문이 아니라도 괜찮다. 이 프로젝트의 또 다른 목적은 질문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니까….
- 이성규 객원편집위원
- yess01@hanmail.net
- 저작권자 2015-07-1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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