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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김병희 객원기자
2015-11-04

피부 서식 바이러스 90% '암흑물질' 피부암 일으키는 인유두종 바이러스도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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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피부에 서식하는 바이러스의 90%는 마치 우주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암흑 물질(Dark Matter)’처럼 안 알려진 채 남아있는 것으로 처음 확인됐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페럴먼의대 연구진은 최근 첨단기술을 사용해 ‘바이롬(virome)’으로 불리는, 사람 피부의 바이러스 무리를 조사해 온라인 저널 ‘엠바이오’(mBio)에 발표했다. 연구에 따르면 건강한 사람의 피부에 있는 대부분의 DNA 바이러스는 지금까지 거의 알려진 적이 없고, 알려진 바이러스 가운데는 무사마귀와 피부암 등을 일으킬 수 있는 인유두종 바이러스(HPV, human papilloma virus)가 가장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근래에 인체 겉에 또는 안에 살고 있는 미생물들, 즉 미생물 군집(microbiomes)이 건강을 유지하거나 반대로 건강을 해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많이 알려지고 있다. 피부 서식 박테리아도 마찬가지. 이들 박테리아는 해로운 피부 감염을 차단하고 적절한 피부 면역을 유지하며 상처 치료에도 도움을 주지만, 어떤 환경 아래에서는 그 반대가 된다.

피부 바이러스 유전물질 발견, 건초더미에서 바늘 찾는 격”

이번 논문의 시니어 저자인 엘리자베스 그라이스(Elizabeth A. Grice) 피부과 교수는 “바이러스가 피부에 있는 박테리아와 피부세포에 미치는 영향력이 작지 않아 이에 대한 더 많은 이해가 요구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이 분야에서는 이렇다 할 성과가 거의 없는데 그 이유의 하나로 기술적인 문제를 들 수 있다”며, “예를 들어 피부에서 면봉으로 검체를 채취하면 대부분 인간과 박테리아 DNA만 포함돼 있어 아주 작은 양의 바이러스 유전물질을 얻는 것은 건초더미에서 바늘 찾기와 같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는 박테리아와 사람의 DNA 가운데에서 바이러스 유전물질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이미 밝혀진 바이러스 유전자 데이터베이스를 사용했다. 그러나 이 방법으로는 미리 데이터베이스에 등재되지 않은 많은 바이러스는 놓칠 수밖에 없었다. 연구팀은 피부조직을 채취한 면봉에서 ‘바이러스와 같은 입자’(VLPs, virus-like particles)를 분리해 매우 작은 양의 유전물질을 분석할 수 있는 최적화된 기술을 개발, 활용함으로써 데이터베이스에 의존하지 않고도 바이러스를 찾아내 DNA 염기서열 등을 분석하는 성과를 올렸다.

인체 피부에 있는 바이러스의 90%는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은 미분류 종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알려진 바이러스 중 사람 피부에서 가장 많이 발견된 인유두종 바이러스(HPV)의 전자현미경 흑백사진.  ⓒ Wikipedia
인체 피부에 있는 바이러스의 90%는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은 미분류 종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알려진 바이러스 중 사람 피부에서 가장 많이 발견된 인유두종 바이러스(HPV)의 전자현미경 흑백사진. ⓒ Wikipedia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바이러스 암흑물질’

이 방법으로 16명의 건강한 사람들로부터 채취한 검체를 분석한 결과 몇가지 예상했던 결과가 나왔다. 피부세포에 가장 많이 침투한 바이러스는 통상 무사마귀를 생겨나게 하고 피부암, 자궁경부암 발생과도 관련이 있는 인유두종 바이러스(HPV)였다. 그러나 VLPs로부터 검출된 대부분의 DNA는 기존의 바이러스 유전자 데이타베이스에는 없었다.

그라이스 교수는 “이번에 발견한 바이러스 추정 물체의 90% 이상은 바이러스 유전물질의 특성을 가지고 있었으나 분류학 목록에는 없어 연구팀들은 이를 ‘바이러스 암흑물질’이라고 불렀다”고 말했다. 이것은 놀라운 발견으로, 미지의 영역에 대한 탐구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이번 발견은 또한 피부의 바이러스 군집이 피부 박테리아 군집과 연결된다는 점을 명백히 밝혀주었다. 즉, 검출된 대부분의 바이러스 DNA는 박테리아에 침투해 장기간 서식하는 파지(phage) 바이러스에 속하는 것으로 보여졌다. 또 그라이스 교수팀이 검사대상자 16명으로부터 채취한 피부 박테리아의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이 유전자들 속에는 파지 바이러스가 이미 침투했었다는 것을 말해주는, 크리스퍼(CRISPR, 유전자 가위) 스페이서라 불리는 숨길 수 없는 흔적이 더러 포함돼 있었다.

다른 연구자 위해 연구기법과 정보 모두 공개”

이런 결과들은 우리 피부에 서식하는 대부분의 바이러스가 실은 피부 박테리아 속에 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지만, 이들 바이러스는 미생물 군집에 대한 영향력을 통해 여전히 우리의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실제로 연구팀은 박테리아 유전자의 파지 DNA에서 숙주 박테리아로 하여금 항생제에 대해 더 많은 저항성을 갖거나 또는 해로운 감염을 일으키게 하는 유전적 증거를 발견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또 피부 바이러스 군집이 신체 부위에 따라 매우 다양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검체를 채취한 부위는 손바닥, 이마, 겨드랑이, 배꼽과 기타 다른 부위였다. 이 가운데 바이러스 군집이 가장 다양한 곳은 팔꿈치로서 간헐적으로 외부에 노출되거나 가려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병희 객원기자
kna@live.co.kr
저작권자 2015-11-0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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