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집트의 한 대형 피라미드에서 지금껏 알려지지 않았던 ‘비밀의 공간’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전 세계 고고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아지고 있다.
‘쿠푸(Khufu)왕의 피라미드’라 불리는 이 대형 피라미드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발견된 비밀의 공간이 비행기도 들어 갈 수 있을 만큼 넓고 크다는 점과 이 같은 공간을 피라미드를 훼손하지 않고도 발견했다는 점이다.
과학기술 전문 매체인 피직스월드(physicsworld)는 다국적 과학자들로 구성된 공동 연구진이 최근 이집트의 피라미드에서 대규모 공간을 찾아냈다고 보도하면서, 이들은 특히 우주를 구성하는 소립자를 검출하는 방법으로 피라미드를 훼손하지 않고도 내부 공간을 발견하는 획기적인 성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관련 기사 링크)
뮤온은 우주선이 대기권에 충돌할 때 발생하는 소립자
연구진이 피라미드 내부를 조사하기 위해 검출한 우주를 구성하는 입자는 ‘뮤온(muon)’이라는 소립자다. 뮤온이란 우주 공간에서 지구로 쏟아지는 무수한 소립자 가운데 하나로, 일반적으로 ‘뮤(μ)’라 표시한다.
사람들은 체감할 수 없지만, 지금 이 시간에도 지구에는 수많은 ‘우주선(宇宙線)’들이 쏟아지고 있다. 뮤온은 바로 이 우주선이 대기권에 충돌할 때 발생하는데, 질량이 전자의 200배에 불과하고 수명도 100만 분의 2초 정도밖에 되지 않는 소립자다.
그러다 보니 과학자들은 그동안 뮤온을 지상에서 관측하는 것은 불가능한 입자라고 여겨왔다. 우선 질량이 작고 수명도 너무 짧아서 지상으로까지 도달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했던 것.
하지만 조사를 해보니 실제와는 전혀 달랐다. 뮤온이 지표 근처에서도 자주 관측되는 현상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상식 밖의 현상이라 생각한 과학자들은 원인을 조사하기 시작했고, 마침내 특수 상대성 이론에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뮤온의 속도가 빛의 속도에 가까워지면서 수명이 연장됐던 것이었다.
뮤온의 지상 관측 원인을 조사했던 연구진의 한 관계자는 “뮤온이 광속의 50% 속도로 이동한다고 가정했을 때, 수명 시간을 고려한 뮤온의 이동 거리를 계산해 보았다”라고 설명하며 “이론대로라면 300m가 정상적인 이동거리였지만, 실제로는 15% 정도 수명이 더 연장되어 345m 정도를 이동한 것으로 드러났다”라고 밝혔다.
이처럼 뮤온이 지상에서도 관측이 가능한 입자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과학자들은 본격적인 뮤온 연구에 착수했고, 이후 두꺼운 콘크리트나 돌을 통과할 정도로 투과력이 좋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게다가 뮤온은 투과하는 물질의 밀도에 따라 입자 수와 에너지의 양이 달라지는 특성이 있어서, 입자의 수와 에너지양을 분석하면 뮤온이 투과한 물질의 밀도를 역 추적할 수도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만약 뮤온이 투과한 물질 안에 빈 공간이 있다면, 그렇지 않은 곳에 비해 뮤온 입자의 수가 더 많이 검출된다는 의미인 것이다.
뮤온으로 피라미드의 빈 공간 찾아내
뮤온의 뛰어난 투과력을 확인한 과학자들은 ‘스캔 피라미드 미션(Scan Pyramids Mission)’이라는 이름의 조사팀을 구성하여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은 피라미드들의 탐사 작업에 뮤오그래피(muography)를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뮤오그래피는 X-레이를 이용하는 방사선 촬영과 유사한 방법이다. 바위 같은 조밀한 물질은 뮤온을 흡수하는 성질이 있는 반면에, 동굴 같이 비어있는 공간은 뮤온 투과율이 높은 점을 응용한 특수촬영 기술이다.
조사팀의 한 관계자는 “피라미드처럼 폐쇄된 환경을 조사하는데 있어 과거에는 구멍을 뚫는 물리적인 방법밖에 없었는데, 이는 내부 유물의 온전한 보존에도 영향을 미치고 외부 오염의 가능성도 높였던 방법”이라고 지적하며 “가급적이면 비파괴적인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피라미드 보존에 가장 적합하다”고 밝혔다.
조사팀은 우선 뮤오그래피 분석기를 피라미드 내의 ‘왕비의 묘실(Queen's Chamber)’에 설치했다. 왕비 묘실은 피라미드 내부 가장 낮은 곳에 있는 방으로, 이곳에 분석기를 설치하여 쿠푸왕의 묘실 외에도 미지의 공간을 측정하는 조사본부로 삼았다.
분석기를 작동하자 왕의 묘실 같은 이미 알려진 공간을 찾아내는 것 이외에 예전에는 전혀 확인되지 않았던 길이 30m에 달하는 커다란 빈 공간을 찾아내는데 성공했다. 길이 30m 공간은 웬만한 크기의 비행기도 들어갈 수 있는 규모다.
현장 조사에 참여했던 헤리티지혁신보존기구(HIPI)의 메디 타유비(Mehdi Tayoubi) 연구원은 “분석기가 생각보다 많은 뮤온을 감지한 순간,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커다란 규모의 공간이 내부에 존재하고 있음을 깨달았다”라고 언급했다.
조사팀은 뮤온 분석을 통해 확보한 3장의 2차원 영상을 이용하여 피라미드의 3차원 영상을 제작했다. 그리고 이를 컴퓨터로 재구성한 결과 새로운 공간은 ‘대회랑(Great Gallery)’과 유사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대회랑은 쿠푸왕의 묘실 위에 있는 여러 개의 방들과 비슷한 높이에 위치해 있었는데, 피라미드 중앙 근처에 자리 잡고 있었다. 이에 대해 타유비 연구원은 “공간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 공간이 하나인지 아니면 여러 개인지는 확실치 않다”라고 전했다.
조사팀의 발표에 따르면 새롭게 발견된 이 대회랑은 이전의 피라미드 탐사 작업에서는 발견되지 못한 공간인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뮤온을 활용한 방법이 앞으로의 피라미드 탐사에 중요하게 활용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김준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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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7-11-1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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