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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황정은 객원기자
2014-04-18

폐암 진단을 위한 새로운 단서 [인터뷰] 김진경 차의과학대 약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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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은 앞으로 인류가 정복하기 원하는 질병 중 하나다. 건강한 우리의 몸은 유전자 및 마이크로RNA의 발현이 발생하지만 암세포는 이러한 발현을 불안정하게 해 몸의 균형을 깨뜨린다. 건강한 신체에 비해 암세포가 확산된 인체에서는 유전자와 마이크로RNA 발현이 안정적이지 않은 사실을 통해 연구자들은 암의 발생과 진행과정에서 마이크로RNA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폐암 세포에서 특이적으로 증가되거나 감소된 유전자에 특정 마이크로RNA가 조절하고 있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이에 따라 폐암 세포의 증식과 전이에 관련된 마이크로RNA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폐암세포에서 발현 줄어드는 마이크로RNA

김진경 차의과학대 약학과 교수 ⓒ 김진경
김진경 차의과학대 약학과 교수 ⓒ 김진경

국내 연구진이 폐암세포에서 발현이 줄어드는 신규 마이크로RNA를 알아내고 조절기전을 밝혀내 주목을 받고 있다. 김진경 차의과학대 약학과 교수와 유중기 박사 연구팀이 해당 연구를 진행, 폐안 진단과 치료에 새로운 단서를 제공했다.마이크로RNA란 20여개의 뉴클레오타이드로 구성된, 단백질을 암호화하지 않는 단일염기 가닥을 일컫는다. 표적 유전자에 상보적으로 결합해 유전자를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이크로RNA에 대한 연구는 2000년대 초반부터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단편의 RNA분자로서 표적유전자의 번역을 억제함으로써 다양한 세포 기능 조절에 관여, 2014년 3월까지 인간에서 대략 1,870여 개의 마이크로RNA가 발견되기도 했다.

밝은 시장성 역시 이에 대한 연구를 더욱 박차게 하고 있다. 미국에서 마이크로RNA 시장 규모는 약 2억 달러로 향후 2015년에는 9억 달러를 상회하는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유럽의 시장 규모는 5백만 달러 이상이다. 향후 3천4백만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는 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이처럼 마이크로RNA의 시장규모가 점진적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신규 마이크로RNA의 클로닝 및 기능 연구는 미미한 실정이다. 하지만 신규 마이크로RNA의 클로닝 및 기능 연구가 암세포 개체 수준의 생명현상 메커니즘을 밝히는데 중요한 도구라는 점에서 이에 대한 연구는 매우 중요하다. 학문적 중요성 이외에도 의학적, 산업적 측면에서 중요성을 갖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진행된 김진경 교수팀의 연구는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김진경 교수는 “우리 연구팀은 폐암 세포주에서 신규 마이크로RNA를 클로닝 함으로써 고유한 기능을 밝혔다”며 “발굴한 신규 마이크로RNA miR-9500은 폐암세포나 조직에서 발현이 감소하는 패턴을 보이며 발암유전자인 Akt1을 선택적으로 조절한다. miR-9500을 과발현 시켰을 때, 체내·외에서 폐암 세포의 증식 및 전이를 억제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유전자 변이는 세포의 과다한 증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때문에 이로 인한 종양형성을 억제하기 위해 Akt1 같은 대표적인 종양유전자의 활성을 조절할 수 있는 물질을 발굴하려는 연구가 지속적으로 진행됐다. Akt1은 대표적인 종양유전자로 세포의 생존, 증식, 전이, 이동, 사멸에 관련이 있다. 세 개 가량의 마이크로 RNA가 Akt1을 표적으로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폐암에서는 보고되지 않았다.

“폐암세포에는 Akt1이라는 유명한 암 유전자가 존재합니다. 암의 증식 및 전이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Akt1을 선택적으로 조절하는 방법이 필요하죠. 다양한 다국적 제약회사에서 Akt1의 기능을 억제하는 항암제 개발이 진행되고 있어요. 따라서 폐암세포에 존재하는 신규 마이크로RNA를 클로닝하고 Akt1을 선택적으로 조절하는 마이크로RNA를 발굴해 이번연구를 진행했습니다.”

김진경 교수팀은 Akt1 서열 가운데 miR-9500이 결합할 수 있는 상보적인 서열을 확인하고 miR-9500이 Akt1에 직접적으로 결합해 Akt1의 활성을 억제하는 기작을 밝혔다. 그 결과 실제 생쥐에 miR-9500을 처리한 경우 종양 형성능력이 낮아지는 등 전이가 억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Akt1의 활성이 낮아지면 세포분열을 위해 각종 생체 고분자를 합성하도록 돕는 ‘Cyclin E’와 ‘Cdk’의 상호작용이 억제되기 때문이다.

“miR-9500은 Akt1의 하위 신호전달 체계를 교란해 위와 같은 결과를 유도합니다. 특히 세포 주기에 영향을 미치는 Cyclin E와 Cdk2의 상호 작용을 억제해 G1기에 세포 주기가 정지되는 것을 다양한 실험법으로 증명할 수 있었죠. 마우스 모델에서 miR-9500가 대조군에 비해 폐암의 증식을 억제한다는 것을 분자영상법을 활용했어요. ki-67의 면역염색을 이용해 형성된 종양에서 miR-9500을 처리한 그룹이 대조군에 비해 증식이 억제되는 것을 증명할 수 있었죠. 마우스 꼬리 정맥에 폐암 세포주와 miR-9500을 비롯한 대조군을 주사한 후 결과, 전이능이 억제된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입니다.”

생물학 과정에 대한 관심, 연구로 이어져

 

폐암 생쥐모델에서의 miR-9500 효과. 생쥐모델의 피하에 폐암세포를 주사하면 2주후 대략 5mm3 크기의 종양이 형성되는데 miR-9500(연두색 그래프)과 기타 대조군(파란색, 빨간색, 보라색 그래프)을 6주간 주사한 결과 miR-9500을 주사시 종양 형성능이 확연히 감소됨을 확인할 수 있었다.  ⓒ 한국연구재단
폐암 생쥐모델에서의 miR-9500 효과. 생쥐모델의 피하에 폐암세포를 주사하면 2주후 대략 5mm3 크기의 종양이 형성되는데 miR-9500(연두색 그래프)과 기타 대조군(파란색, 빨간색, 보라색 그래프)을 6주간 주사한 결과 miR-9500을 주사시 종양 형성능이 확연히 감소됨을 확인할 수 있었다. ⓒ 한국연구재단

 

김진경 교수팀이 이번 연구를 진행한 것은 노화와 증식, 분화와 세포사멸 및 발암기전 등 각종 생물학적 과정에 특이적인 인자를 찾기 위해서다. 그 결과 각종 세포에 존재하고 특정 기능을 갖고 있는 신규 마이크로RNA를 찾고 재현성을 확인했다.

사실 김진경 교수팀은 선행 연구로 줄기세포 분화에 관련된 신규 마이크로RNA 7종과 증식에 관련된 신규 마이크로RNA 2종의 기능을 보고한 바 있다. 단기간에 걸쳐 이룬 성과가 아니라는 점이다. 오랜 시간을 마이크로RNA 연구에 매진한 만큼 그 과정 가운데에는 어려움도 존재했다.

“신규 마이크로RNA의 기능을 연구하는 것에 앞서 표적 유전자를 검색하는 것은 매우 힘들어요. 기존에 알려진 마이크로RNA에 비해 TargetScan 같은 웹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 없어 표적 유전자 검색이 매우 힘들었죠. 하지만 수차례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를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김진경 교수팀의 연구는 혈액을 이용한 진단으로 간단하면서도 비용이 적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는 “다행스럽게도 혈액에는 마이크로RNA가 존재하고 순환합니다. 비환자와 암환자의 혈액에 존재하는 마이크로RNA의 양을 비교해 진단마커로 활용이 가능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신규 마이크로RNA miR-9500을 인체의 암조직에 넣었을 때 부작용이 없다면 치료제로서 적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치료제로써 마이크로RNA는 장·단점이 있습니다. 마이크로RNA는 짧은 서열을 지니기 때문에 조작이나 활용이 가능해 특정 선별 유전자의 발현을 억제하는 기능을 지니고 있어요. 하지만 단 하나의 유전자만 조절하는 것이 아니라 복수의 유전자를 조절한다는 사실로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고유하게 Akt1에만 작용하는 마이크로RNA를 구조적으로 변환시키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이를 위해 관련분야의 전문가와의 공동연구를 진행할 것이며, 이것이 상당부분 문제를 해결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황정은 객원기자
hjuun@naver.com
저작권자 2014-04-1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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