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를 비롯해 과학기술자들의 연구성과를 재산으로 보호해주는 지식재산기본법(안)이 2월 임시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다. 이번 법안은 “기존 각종 지식재산 관련법령들이 당초 취지와 달리 실질적으로 연구개발자들에게 금전적 혜택을 주는 데 미비하다”는 지적에 따라 일부 제도적 헛점들을 보강한다는 성격이 강하다. 이 때문에 이번 법안은 “지식재산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위한 것인가, 아니면 이를 창출해내는 사람들을 위한 것인가” 등 지식재산을 바라보는 입장과 관점이 최대 쟁점으로 부각된다.
국회 권택기, 박영아 의원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는 16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지식재산 창출자 입장에서 본, 지식재산기본법(안)의 바람직한 추진방향’이라는 제목의 토론회를 개최했다. 지식재산창출자, 즉 연구개발자들은 지식재산기본법(안)을 어떻게 만들었으면 좋을지에 대한 공청회인 셈이다.
국가적 지식재산 창출해야지식재산기본법(안)은 국가 경제의 생산기반이 점차 고차원적인 산업으로 변모하면서 지식재산이 국부의 원천으로 급부상, 국가와 연구개발자들이 연구개발산업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하는 상황에서 제기된 법안이다. 국가가 지식재산 보호에 적극 나서 연구개발자들의 연구의욕을 북돋아 줘 국가 전체적으로 지식재산 창출을 키우자는 취지다.
비단 한국뿐 아니라 세계 과학기술 강국들 역시 지식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법안을 제정하고 이를 발전시킬 국가기관을 설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연구개발자들의 ‘국적’이 희미해지는 세계화 시대에 즈음해 연구개발자들이 더욱 선호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한국이 마련해야 국가의 연구총력을 유실하지 않는다는 절박한 사정도 이 법안의 배경에 깔려있다.
현재 실정을 살펴보면 지적재산권은 연구개발자보다는 이를 활용하는 기업들에게 유리한 면이 있다. 기업은 연구자들에게 연구비를 주고 계약을 맺으면서 연구성과물에 따라 벌어들이는 추가보상은 하지 않는 편이다. 이에 대해 연구자들은 연구비는 연구수행의 대가일 뿐, 성과를 포함한 대가가 아님에도 기업들이 지적재산권에 따라 얻은 열매를 나누지 않으려 한다는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토론자로 참석한 김민수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는 ‘지식재산기본법 추진의 바람직한 방향’에 대해 설명하면서 “특허나 상표, 의장 등 아이디어가 포함되는 거의 모든 지적재산이 보장이 되고 있지만, 정작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들의 재산권리를 보장하는 법은 미비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세계 최대 휴대폰 생산국 중 하나인 우리 나라는 이에 따라 엄청난 로열티를 지불하고 있기도 하다. 각 휴대폰에 사용되는 CDMA방식을 고안한 퀄컴사는 최근 5년간 국내기업으로 부터 3천400억원 이상의 로열티를 챙겨갔고, 지난해에만 1천400억원을 받아갔다.
김 교수는 이 같은 현상을 지적하면서 “국제적으로 특허를 보장하고 보호하는 법령과 창의적인 아이디어(지식재산)를 보호하기 위한 각국의 규제가 강화돼가고 있으며, 기술이 재빠르게 발전하면서 기술의 수명이 짧아지는 등 지식재산권을 둘러싼 국가적 경쟁이 더욱 치열해 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지적재산권이 독점적으로 관련 제품들을 만들기 위해서 활용됐지만, 앞으로는 지식재산권만으로 돈으로 벌어들이는 등 지적재산권 유동성이 증대되고 있고 관련 회사들도 국제적으로 커져가고 있는 실정이다.
선진국, 지적재산권 보호에 적극적미국은 올해 미 하원 지식재산위원회를 구성하고 지난해에는 백악관이 지식재산집행조정관을 임명하는 등 자신들이 가진 엄청난 지적재산권을 관리하기 위해 적극적인 행보에 나서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적재산전략본부를 설치하고 지적재산기본법을 제정하는 등 범국가차원의 발전전략을 내놓고 있다. 중국 역시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산업이 질적으로 변화하면서 올해 지식재산의 질적전환을 핵심적인 국가 의제로 삼고 있는 실정이다.
지식재산은 창출되고 보호되고 활용되는 3단계로 구분될 수 있는데, 한국은 그 기본이 되는 ‘창출을 위한 법안’이 미비한 상태다. 이 때문에 보호하고 활용할 원천 재산 자체가 부족하다.
김 교수는 이 원인에 대해 “한국의 산업이 대기업 중심으로 편중된 면이 있어 중소기업이 좋은 기술을 개발해도 대기업에 빼앗기기 일쑤고, 대학이나 연구소가 연구개발에 성공해도 그 보상을 잘 받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나마 대학 등은 산업화로 이어지는 지식창출 횟수가 적어 상대적으로 연구개발되는 것에 대해 보상을 제법 해주고 있지만 회사 내에서 연구개발에 성공한 사원에 대한 보상은 대단히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이 문제 해결을 위해 김 교수는 “지식재산을 창출하는 사람들의 권리 보호를 위한 기본적인 보상방안을 반드시 마련해줘야 한다”면서 “기본법에서 창출자의 수익을 보장하고 이를 국가적으로 관리할 기관(국가지식재산위원회)을 반드시 두도록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토론자로 나온 정차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특허권침해소송 관련 제도개선방안’을 발표하면서 각종 실례를 들어 현행 관련 소송차원의 제도적인 문제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특허권 관련 소송은 이미 수년전부터 한국 법조의 문제로 제기돼 온 사안으로 7년전부터 전문가 그룹들이 관련 규정을 개정해야한다고 주장해 왔지만 여전히 개선되고 않고 있다.
정 교수는 “현재는 특허를 가진 사람이 원고가 돼 특허권 침해 소송을 일반 민사법원에서 제기하는 경우, 피고가 그 소송과 별도로 해당 특허가 무효임을 주장하는 심판을 청구하고 있다”며 “이런 투-트랙 소송은 특허소송에 따른 자원을 배로 낭비하고 있으며, 두개의 법원이 한 사안을 두고 서로 상반된 판단하는 경우도 있다”고 비판했다.
토론자들 재산기본법안 통과 기대지정토론에 나선 토론자들도 대체로 현행 제도가 문제가 있다는데 한 목소리를 내며 지식재산기본법안의 통과를 요구했다.
정흥채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기업에 속한 과학자에 대한 보호가 너무 부족하고, 지재권에 따른 소득에 대한 세율이 너무 높아 과학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밝혔다.
김용식 대한변리사회 기획이사는 “특허관련 소송이 벌어지면 변호사는 필수적으로 대리인으로 선정돼야 하는데, 전문가인 변리사는 선택적으로 대리인이 될 수도 안될 수도 있다”며 “특허만큼 과학기술에 대한 전문적인 식견에 따라 소송이 이뤄지는 사안이 없는데도 법률전문가만이 이를 감당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방주 중앙일보 과학기자는 “연구비를 주는 기관이 연구자들에게 연구 이후 특허까지 넘길 것을 요구하는데, 이는 한국에만 있는 문제”라며 “연구비를 받아야 하는 교수들은 약자로 보호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원길 국무총리실 지식재산기반실장은 “국가가 정당한 보상을 보장해야하지만 모든 내용을 국가가 책임질 수는 없다”면서 “국가가 특허관련 분쟁에서 개인을 위해 구상권을 행사해주기는 어렵기 때문에 국가는 연구자를 보호하기 위한 환경조성에 주력해야한다”고 말했다.
서정수 일진머티리얼즈 기술전략팀장은 “연구비를 나눠주는 기업이나 기관들이 인센티브를 지급하지 않다보면, 연구자들이 자연히 해당 기업이나 기관의 이후 연구에 참여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 박상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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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1-02-1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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