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170℃∼영상 130℃에 달하는 극심한 일교차, 울퉁불퉁 고르지 못한 표면 등 달의 극한 환경에서도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달탐사 착륙로봇 '로버'(rover)의 초기 시제품 모델이 얼마 전 베일을 벗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달탐사연구사업추진단은 2020년 예정된 달 탐사에서 임무를 수행할 로버의 기술검증모델을 공개했다. 우리나라 고유의 설계안과 로봇 기술들을 적용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연구팀은 험한 지형에서의 주행 능력이 뛰어나고, 달 표면의 극고·극저온 환경에서도 동작이 가능하도록 열제어가 용이한 디자인으로 제작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로버의 가장 큰 특징은 두 개의 몸체로 구성된 외형이다. 설계는 KIST가 실용화한 위험작업로봇 '롭해즈(ROBHAZ)'의 수동형 더블트랙을 응용했다. 두 개의 몸체로 분리돼 체인으로 연결된 형태의 수동형 더블 트랙은 굴곡이 있는 지형에서도 지면과의 접촉을 유지하면서 안정적으로 주행을 할 수 있게 돕는다. 로버는 30도 경사지역에서도 안정적으로 이동이 가능하고, 5㎝의 장애물을 넘을 수 있다. 최대 이동속도는 1초당 4㎝다.
달 탐사선에 탑재될 로버의 크기는 가로 50㎝, 길이 70㎝, 높이 25㎝고 무게는 20㎏ 수준이다. 연구진은 카메라, 통신장비, 분석 장비 등 향후 탑재될 예정인 장비 무게(약7㎏)를 감안해 로버의 무게를 13㎏로 개발했다.
무게를 최소화하기 위해 바퀴 6개를 항공기 소재로 쓰이는 알루미늄합금인 '두랄루민(알루미늄 합금)'으로 제작했고 몸체에는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CFRP)'을 사용했다. 앞쪽 몸체에는 A4용지 2장 크기로 태양광 전지판이 붙어 있어 최대 340시간 동안 작동이 가능하다.
□ 각 국의 주요 우주탐사로봇
러시아와 미국, 유럽과 같은 우주선진국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세계 각국에서는 화성, 달 등 우주 탐사를 위해 탐사로봇 개발을 진행해왔다.
최초의 우주탐사로봇은 1970년 달탐사를 수행한 러시아의 '루노호트 1호'다. 8개의 바퀴가 달려있고 무게는 756㎏에 달한다. 태양전지와 로버 내부 장치가 낮은 온도에 얼지 않도록 열을 제공하는 핵히터를 장착했다. 루노호트 1호는 달 표면을 달리면서 탑재된 비디오카메라를 통해 영상과 2만1000여장의 달 사진을 촬영해 지구로 보내왔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1997년 스스로 움직일 수 있었던 탐사로봇 '소너저'를 개발하고 화성 탐사선 '패스파인더'에 실어보냈다. 소너저는 10㎏의 무게로 초당 1㎝를 움직일 수 있었으며 내부에 탑재된 입체영상기, 대기분석장비, X선 분광기 등을 이용해 화성의 지질, 대기 등의 정보와 1만6000여장의 사진을 전송했다.
NASA는 지난 2012년에는 보다 진화된 탐사로봇 '큐리오시티'를 화성으로 보내기도 했다. 큐리오시티는 바퀴가 6개 달린 작은 승용차 크기로, 무게가 무려 899㎏에 달한다. NASA는 2.1m까지 늘어나는 로봇 팔에 카메라를 달고, 반경 7m 안에 있는 흙이나 바위를 태운 뒤 몸에 달린 분광계로 그 화학 성분을 분석할 수 있는 레이저를 장착하는 등 최첨단 과학 장비 10개로 큐리오시티를 중무장시켰다.
중국은 지난해 1월 달의 지형과 지질구조를 밝히기 위해 무인 달 탐사선 '창어 3호에' 달탐사 로봇 '위투(옥토끼)호'를 실어보냈다. 위투호는 무게 140㎏, 길이 1.5m, 너비 1m, 높이 1.1m의 로봇형 차량이며, 중국의 순수 자체기술로 제작됐다. 진공상태 및 각종 방사선에 견딜 수 있고 영하 180도∼영상 150도의 혹독한 달 환경에서도 작동할 수 있게 설계됐다. 또한 시속 200m로 움직일 수 있고 20도의 비탈길을 오를 수 있는 등판능력과 20㎝의 장애물을 넘는 능력도 갖추고 있다. 태양 에너지를 사용해 움직이며 최대 6개월간 작동하도록 만들어졌다.
이밖에도 프랑스와 이탈리아 합작 우주항공기업인 아스트리움은 자체 개발한 화성탐사로봇 엑소마스(ExoMars)를, 일본은 달탐사 로봇을 실은 '가구야2호'를 몇 년 내 발사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 갑오징어형부터 드론까지…탐사로봇은 '진화중’
최근 탐사로봇은 우주탐사분야 뿐만 아니라 재난분야까지 그 범위를 확대해가는 것은 물론 활용분야에 따라 외관도 다양해지고 있다.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과대 연구팀은 갑오징어의 움직임을 모방해 생태계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수중탐사로봇을 개발했다. 수중에서 추진력을 얻기 위해 잠수함과 같은 스크루 방식을 사용할 경우, 해초나 밧줄이 휘감겨 고장을 일으키거나 수중 음파로 방향을 인식하는 고래류의 감각 기관을 마비시키는 등의 문제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런 단점을 해결하기 위해 연구팀은 갑오징어가 4개의 지느러미를 사용해 추진력을 얻도록 했다. 길이 70㎝, 폭 95㎝, 중량 22.7㎏로 1시간 30분 동안 수심 10m까지 잠수할 수 있으며 최고 속도는 시속 1.8㎞다.
NASA에서는 활화산을 관측하는 '볼케이노봇'을 개발했다. 볼케이노봇은 길이 17.78㎝, 폭 30.48㎝로 두 개의 바퀴가 달린 로봇이며 마그마가 한번 지나가면서 만들어진 표면 균열에 대한 정보를 연구팀에 전송하게 된다. 볼케이노봇은 지난해 5월 킬라 우에에 화산의 표면 25m 아래까지 탐사에 성공했다. 이를 활용하면 마그마가 표면으로 이동하는 방법을 이해하고, 화산폭발이 발생하는 메커니즘을 알아낼 수 있다.
또한 NASA는 화성탐사선에 탑재할 수 있는 헬기형 무인항공기 드론 시제품을 공개하기도 했다. 드론의 무게는 1㎏으로 회전날개 2개를 갖추고 있으며 날개를 포함한 전체 길이는 1m다. 물론 본체 자체는 티슈 상자 크기 정도에 불과하며 가늘고 긴 다리 4개를 갖추고 있다. 이 드론을 이용하면 탐사선이 하루 동안 화성에서 주행할 수 있는 거리를 지금보다 3배정도 늘릴 수 있고 화성 상공에서 다양한 위치를 탐색할 수 있다. 나사의 다음 화성탐사선은 오는 2020년 발사될 예정이다.
- 백나영 기자
- 저작권자 2015-02-2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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