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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기술
이강봉 객원기자
2016-09-29

“타고난 컴퓨터 수재는 없다” 토론토대, '선척적 재능' 강조 풍토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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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가지고 있는 특성이 자식에게 전해지는 현상을 유전(遺傳, heredity)이라고 한다. 태어날 때 부모가 지니고 있던 머리카락 색깔이라든지 얼굴 형태를 닮게 된다. 겉모습뿐만이 아니다. 성격도 닮는다.

“엄마, 아빠의 붕어빵!”이라는 말이 그냥 생긴 말이 아니다. 그러면 공부와 관련된 것도 닮아가지고 나올까? 일반적으로 많은 사람들은 부모로부터 공부에 특출한 재능을 부여받은 부류가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부류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틀린 생각이다. 특히 컴퓨터공학과 관련해서는 더욱 그렇다. 캐나다 토론토 대학 컴퓨터과학부 엘리자베스 파티차스(Elizabeth Patitsas), 제시 베를린(Jesse Brelin) 교수 연구팀의 연구 결과다.

컴퓨터과학 성적 분포, 유전자와 무관 

29일 ‘더 레지스터(The Register)’에 따르면 연구팀은 토론토 대학에서 컴퓨터과학을 배우고 있는 학생들의 학습 상황을 분석했다. 고급 과정을 배우고 있는 학생들을 778개 부류로 구분한 후 성적 변화를 분석했다.

선천적으로 컴퓨터과학을 잘 할 수 있다는 일부의 편견을 뒤집는 연구 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컴퓨터 천재는 유전이 아니라 노력의 결과라는 것이 공통적인 주장이다.  ⓒ economicmath.swufe.edu.cn
부모로부터 좋은 유전자를 물려받아 선천적으로 컴퓨터과학을 잘 할 수 있다는 일부의 편견을 뒤집는 연구 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컴퓨터 천재는 유전이 아니라 노력의 결과라는 것이 공통적인 결론이다. ⓒ economicmath.swufe.edu.cn

그 결과 기존의 생각과 정반대의 결론이 나왔다. 처음부터 컴퓨터과학을 잘 하고 있거나 그렇지 않은 이원화된 패턴을 지니고 있는 경우는 5.8%에 불과했다. 나머지 94.2% 부류는 매우 불규칙한 성적 패턴을 지니고 있었다.

이는 원래부터 컴퓨터과학을 잘 하는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이 정해져 있다는 일부 일반인들의 편견을 뒤엎는 것이다. 노력을 기울인다면 누구나 컴퓨터과학을 잘 할 수 있으며, 지금 성적이 나쁘더라도 포기할 일이 아니라는 점을 말해주고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또 컴퓨터과학에 대한 학생들의 학습 능력을 선천적으로 이원화하고 있는 전통적인 주장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시드니 대학의 소프트웨어 전문가 레이몬드 리스터(Raymond Lister) 교수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또한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인자를 가지고 학생들의 능력을 판단하는 것은 학습 능력을 증진시키는 일을 방해하고, 또한 컴퓨터 관련 기술개발 현장에서 기술 다양성을 도모하는데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최근 컴퓨터과학 교육현장에서는 이 ‘괴짜 유전인자(geek gene)'의 존재를 부정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2007년 콜로라도 대학의 컴퓨터과학 교수인 클레이톤 루이스(Clayton Lewis) 박사의 연구 결과가 대표적인 경우다.

유명 대학들 컴퓨터 교육 전면 개방 

루이스 교수가 컴퓨터과학 교사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에서 77%의 교사들이 컴퓨터과학을 태어나면서부터 잘 하는 ‘괴짜 유전자’의 존재를 부정했다. 사람들이 상상하듯이 컴퓨터과학에 손만 대면 좋은 성적이 나오는 학생의 경우는 없다는 것.

그러나 학습 현장에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선천적으로 컴퓨터과학을 잘 하는 이 ‘괴짜 유전자’의 존재를 옹호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성차별, 인종주의 등의 편벽주의자들의 성향과 무관하지 않다.

이번 연구를 이끈 토론토 대학의 파티차스 교수는 “컴퓨터과학 교육 커리큘럼이 부실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학습 부진의 책임을 유전인자에 떠맡기고 있다”며 “이러한 행위는 근절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영국의 글로벌대학평가 기관 QS가 발표한 세계대학순위(QS World University Ranking)에서 ETH취리히, 캘리포니아 공과대학, 옥스퍼드 대학 등 5개 대학이 컴퓨터과학을 잘 가르치는 대학으로 선정됐다.

1981년부터 컴퓨터과학부를 운영 중인 ETH취리히는 컴퓨터 지능(computational intelligence), 네트워크(network), 알고리듬(algorithems), 정보 보안(information security) 등 매우 광범위한 분야를 다루며 학습과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컴퓨터 공학 분야에서는 새로운 프로그래밍 언어를 가르치고 있다. 컴퓨터를 다루고 있는 다른 산업과의 교류도 활발하다. IBM, MS, 구글, SAP, 디즈니 등 글로벌 기업들과 협력 관계를 가지며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은 컴퓨터과학 분야에서 특히 여성 인재들을 배출해 세계적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대학원 과정 중인 학생의 95%가 컴퓨터과학을 배우고 있는 것 역시 이 대학 컴퓨터과학 교육과정의 강점 중의 하나다.

주목할 점은 대학원 컴퓨터 교육과정이 매우 유연하게 구성돼 있다는 점이다. 다른 과목을 두 가지 이상 전공하고 있다 하더라도 언제든지 컴퓨터과학을 수강할 수 있다. 이는 다른 분야와 접목이 가능한 컴퓨터과학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밖에 옥스퍼드, MIT, 조지아공과대, 카네기멜론대 등 우수 판정을 받고 있는 대학들 역시 누구나 배울 수 있는 컴퓨터과학 교육을 지향하고 있다. 학생들의 선천적인 재능을 강조하는 풍토를 경계하고 있는 중이다.

이강봉 객원기자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6-09-2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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